제주도 차고지증명제, 도민 평가는 '긍정적'?...사실일까
차고지 증명제 도민 인식조사 결과 편향성 논란, 이유는?
폐지.재검토, 실효성 문제 의견 많았으나...결론은 '긍정적'?
서민 차별 논란과 함께 실효성이 없는 실패한 정책으로 혹평받고 있는 제주도 차고지 증명제에 대해 제주도정이 도민 인식조사 결과를 편향적으로 해석하며 '긍정적' 평가를 내놓아 오히려 도민 여론을 왜곡한다는 논란을 사고 있다.
인식조사 결과를 전반적 내용을 보면 도민들의 효과 체감도 여전히 낮고, 제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큰데도, 제주도민들의 인식은 마치 '긍정적'인 것처럼 포장해 홍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8월 27일부터 10월 25일까지 모바일 및 대면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차고지증명제 개정시행에 대한 도민 인식 조사 결과를 8일 공개했다. 조사 대상은 차고지 증명 신청을 2회 이상 한 경험이 있는 도민 1148명이다.
설문지는 인구통계와 제도 개선 인식조사의 2개 분야 총 31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제도 인식 및 수용성’, ‘주차여건 및 불법주정차 변화’, ‘세부 개선사항에 대한 인식’, ‘제도 전반 평가 및 향후 방향’ 등 4가지 항목을 담았다.
이 조사는 지난 3월 차고지증명제의 적용대상 범위를 대폭 완화한 제도개선에 대한 도민 인식 및 향후 제도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제시됐다.
조사 결과 차고지증명제 관련 설문결과 전체 인식 평균은 3.61점(5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5점 척도 분석 방법에서 '보통'의 의미를 가진 중앙값이 '3점'인 점을 감안하면 보통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제도 인식 및 수용성' 조사에서는 △개정된 차고지증명제 개선사항 인지 여부 4.06 △기존 제도 불합리 해소 시도 3.82 △도민생활 환경 반영성 3.65 △도민 의견 반영 적정성 3.66 △차고지증명제 개선방향 전반적 동의 인식 3.78점으로 분석됐다.
'주차여건 및 불법주정차 변화' 분야(평균 3.14점)에서는 대부분 평가가 낮았다. 특히 '불법주정차 증가 체감'은 2.72점으로 보통 이하 점수가 나왔다. '주차질서 부정적 영향 가능성'도 2.96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제도 시행에 따라 불법 주정차가 감소하거나 주차질서가 개선되는 등의 후속적으로 파급되는 효과에 대한 개선을 아직 체감하지 못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조사 분석표에도 이러한 점이 분명하게 명시됐다.
'제도 전반 평가 및 향후 방향' 분야에서는 △'제도 지속적 보완 필요성'(3.76) △'지역별 유연운영 필요성'(3.68) 등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응답은 높은 반면, 향후 교통.도시정책 긍정적 영향 기대 인식(3.43)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을 끌었던 부분은 주관식 응답 의견.
조사 결과 △행정절차 복잡하고 비효율적 22.6% △실효성 부족하고 형식적 16.8% △공영주차장 확충 등 인프라 개선 필요 13.9% △도민부담.형평성 문제 11.5% △행정 일관성 홍보 부족 6.3% △제도를 폐지하거나 전면 재검토 필요 5.3% △제도 보완, 세부지침 마련 필요 4.8%로 조사됐다. 이들 응답들은 사실상 '부정적' 영역에 포함되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제도 취지 공감,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은 10.1%에 그쳤다.
그런데 제주도 교통부서가 이날 배포한 홍보자료에서는 전혀 해석이 달랐다. "제주 차고지증명 개선 '긍정적'"이라는 타이틀의 자료에서는 마지막 주관식 문항 해석과 관련해, "전체 의견 208건 중 폐지·전면 재검토 의견은 11명(5.3%)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폭넓게 표출됐음에도, 폐지.재검토 의견이 '5.3%에 그친 점을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역설적으로 '긍정'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조사 대상 표본을 차고지증명제 신청 2회 이상 한 도민에서 선정한 것만 보더라도 조사 목적이 다소 제한적임에도, 결과 해석은 일반적 도민 인식 조사였던 것처럼 제시하면서 의문을 사고 있다. 즉, 차고지증명제 신청요건이 안된 도민들은 아예 제외시킨 것이다.
결과 분석에 있어서도 응답자 특성을 쉽게 알 수 있는 일반적 빈도 분석(%)이 아니라, 5점 만점 평균 점수 분석 방법을 선택한 이유도 의아스러움을 갖게 한다. 이번 홍보자료에서처럼 단순히 도민들에게 표면적 결과에 대해 알릴 목적이라면 응답 비율(%)로 제시하는 게 효과적이나, 5점 척도의 평균점수 방법으로 제시하면서 도민들의 이해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제도의 시행 취지나 효과에 대해 도민들이 여전히 부정적 인식이 높다는 점을 알 수 있음에도, 홍보 자료에서는 '긍정적' 해석 일색이다.
편향성 논란은 물론, 차고지증명제에 대한 도민 여론을 마치 긍정적인 것처럼 설파하려는 왜곡 시도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도 차고지증명제는...
차고지증명제는 교통난과 주차난 해결을 위해 지난 2007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제주도에서 처음 도입했다. 첫 시행 당시 적용대상은 대형 차종에 한정했다. 이어 2017년부터는 중형차까지 확대됐다. 그리고 2022년에는 경.소형 차량은 물론 전기차까지 포함해 전 차종으로 확대, 시행해 왔다.
그러나 이 제도 시행 후에도 차량 등록대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차량 억제라는 시행 효과가 반감되고, 결국은 서민, 청년들만 옥죄며 쥐어짜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차를 사고 싶으면 차고지 증명용으로 주차장을 연 단위로 임대하라고 하지만, 그 금액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차고지 증명용 공영주차장의 1년 요금은 동(洞) 지역 기준으로 90만원에 달했다. 이는 중.소형 자동차 소유자가 연간 납부하는 자동차세 금액보다도 갑절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사실상 '세금 폭탄'으로 불리는 이유다.관련 조례가 개정되면서 올해부터 50% 감액됐지만, 부담은 여전히 큰 실정이다.
집 없는 무주택자와, 원룸 등에 사는 청년 등에 대해서는 차를 사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어, 폐지 요구 및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집은 있어도 차고지 공간이 없는 원도심 주민들에도 압박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주택 임대 등의 거래에서 차고지증명제 때문에 원도심 지역을 회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차고지증명제가 당초 시행취지와 달리 차량 억제 및 주차난 해소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반면, 집 없는 서민들과 청년들에 대한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유로운 주거지 이전도 어렵다.
급기야 지난해 차고지 증명제의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고 있는 시민들로 구성된 '살기 좋은 제주도 만들기'는 헌법재판소에 차고지 증명제의 위헌성에 대한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차고지증명제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재산권, 거주.이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결국 제도의 '폐지'와 '존치'를 놓고 고심해 온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1월 전면 개선책을 내놓았다.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되, 적용대상 기준을 크게 완화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3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개선안의 세부 내용을 보면, 경형과 소형 자동차(1톤 이하 화물차 포함), 1종 저공해차량(전기차, 수소차)는 차고지증명 대상에서 제외했다. 소형 자동차는 배기량 1600cc 미만 차량을 말한다.
여기에 △다자녀가정 소유 자동차 1대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6000여 가구) 소유 자동차 1대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또는 보호자(1만 1600여명) 소유 자동차 중 1대도 차고지 증명을 면제했다.
그럼에도 서민과 청년층은 물론 제주도의회에서까지 '폐지론'이 크게 분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의 본질적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헤드라인제주와 KCTV제주방송, 삼다일보 등 언론 3사가 지난 5월 제주도의회 전체 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현안 설문조사 결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0.0%에 달했다.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9.5%,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15.9%로 조사됐다.
이러한 가운데, 제도의 시행목적인 교통난 및 주차난 해소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제도의 실효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헌성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아직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 제도는 근본적으로 '차별'이라는 위헌성을 안고 있다. 집 없는 무주택자와, 원룸 등에 사는 청년 등에 대해서는 차를 사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집은 있어도 차고지 공간이 없는 원도심 주민들이나, 좁은 골목길 거주 주민들의 서러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차를 마음대로 구입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주택 임대 등의 거래에서 차고지증명제 때문에 원도심 지역을 회피하면서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도로 이사 온 주민이, 한적한 읍.면지역의 전원주택에서도 차고지증명제로 인해 주소지 이전을 위한 전입 신고도 못하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제도의 전면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