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권이야기]헌법이 보장된 교육권, 장애인에게도 평등해야 한다
<강수연 /제주장애인야간학교>
대한민국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 특히 성인 장애인들은 이 기본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한 뒤 갈 곳도, 배울 곳도, 만날 사람도 없는 현실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백을 채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이다. 이곳은 단순한 보호의 공간이 아니라,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의 공간이다. 여기 제주장애인야간학교도 그런 곳 중에 하나다. 이곳에서는 여러 유형의 장애인들로 구성된 학습자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요리를 배우고, 컴퓨터를 익히며,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또한 댄스 활동을 통해 자기표현을 확장하고,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경험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배움의 한계가 있다. 교육을 받고 싶어도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비장애인보다 훨씬 적으며, 장애인의 특성과 욕구를 충분히 고려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부족하다. 이를 교육할전문 인력의 양성도 부족한 상황이다. 왜 이러한 상황이 생겨나는 걸까?
한국에서 장애인의 교육권이 논의된 시기는 얼마되지 않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과 특수교육법이 생긴 지 20년 채 되지 않았고, 아직 비장애들과 동등하게 교육받을 환경을 갖추려면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인식도 문제다. 장애인을 교육권을 논의하기보다는 비장애인에게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이든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이 있는 한, 장애인이 동등한 교육권을 누리기는 어렵다. 이러한 구조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이 당사자이다. 배움의 방향, 속도, 수준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교육 속에서 장애인은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장애인야간학교 학생들 중 상당수는 기초 문해력이 부족하다. 아무래도 학교교육을 마치고 성인기에는 배움의 기회가 단절되다보니 속도가 더욱 느리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있는가? 라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포기할 수 없다. 문해력은 배움의 출발점이며, 말 그대로 다음 단계 학습을 위한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능력이다. 비록 속도가 더딜지라도 장기적으로 보고 꾸준히 지속한다면 분명한 변화가 나타난다. 학습 과정에서 때로는 여러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만, 웃고 떠들며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일상 속에 함께하는 그 시간이 소중하며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것이 교육권이 본질이며, 비장애인 장애인 모두에게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생각된다. 이 교육권을 실현하는 일은 단지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아닌,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며, 장애인의 평생학습 보장은 비장애인에게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장애인 평생교육은 헌법이 보장한 평등한 학습권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현재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경쟁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뒤져치고, 또 누군가는 배움의 기회를 잃는다. 그러나 우리는 장애, 성별, 성적 정체성 등 여러 가지 요소와 상관없이 평등한 사람 아닌가? 따라서 우리는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 동등한 교육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장애인 평생교육이 필연적으로 실현되어야 하는 이유다.
2025년 10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장애인평생교육법’이 통과되었다. 단순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권리 보장과 맞춤형 평생교육 지원, 사회적 평등과 자립지원을 촉진하는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단순한 제도를 넘어, 장애인도 교육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법 제도가 실제 교육현장에 구현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정부, 우리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때 비로소 ‘모두 균등한 교육권’이 현실 될 수 있다.
장애인 평생교육을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성장하기 위한 약속이다.
모두가 배움의 권리를 동등하게 누릴 때, 비로소 진정한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또 다른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강수연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