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애월포레스트 개발사업, 묻지마식 진행 더는 안 된다

[데스크논단]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난 문제의 중대성
초지전용 부서의견도 '패싱'하며...졸속.부실 전략영향평가 통과
농지법 위반은 모른척?...'물 공급' 검토는 왜?...대기업 봐주기 결심?

2025-11-03     윤철수 기자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드러난 한화 애월포레스트 관광단지 개발사업 관련 문제들은 매우 심각하게 다가온다. 감사 기간 많은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적된 내용, 어느 것 하나 가벼이 넘길 문제가 아니다. 중대성이 크다.

초지전용에 대한 검토까지 빼 먹으며 속전속결식으로 통과시킨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오랜기간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않은 '관대한 행정', 규정에도 없는 물 공급 계획까지 검토를 진행한 제주도의 '과잉 배려' 등.

이러한 일련의 절차와 논란, 이 모든 것이 특정 대기업과 연관돼 있기에 의구심은 더욱 크게 쏠릴 수밖에 없다. 사업 시행자인 애월포레스트피에프브이는 한화호텔&리조트가 62%, 한화투자증권이 10%의 지분으로 구성돼 있다. 사실상 한화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사실 이 사업은 지난 해 이뤄진 사전 입지 평가(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절차)때부터 말들이 많았다. 입지의 적격성에서 큰 논란을 불러왔다.  

애월포레스트 관광단지 개발사업은 2036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17-5번지 일대 125만㎡의 부지에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휴양콘도(890실)와 호텔(200실), 테마파크, 워케이션라운지, 골프아카데미, 승마체험장 등과 함께 제주도가 한화시스템과 협업 중인 UAM(도심항공교통) 이착륙장이 건설될 예정이다.

애월포레스트

문제는 사업이 행해지는 곳이 환경 및 경관 보전을 위해 강력히 규제하고 있는 제주도 중산간 일대라는 점이다. 해당 사업 부지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평화로 중 서쪽에 위치한 안전체험관 인근 표고 300~430m 지대에 위치해 있다. 명백히 해발고도 300m 이상의 중산간 지역에 속한다. 뿐만 아니라 사업 부지의 면적 중 18.8%에 달하는 23만여㎡가 '보전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여기에 애월읍 중산간 일대는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입지의 적격성에 의문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이 개발사업에 대한 행정절차는 속도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해 첫 관문이었던 '사전 입지 평가'도 그대로 통과됐다. 사전 입지 검토는 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에 입지의 타당성을 검토해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선 투자로 인한 사업자의 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다. 한 마디로 개발할 입지가 적정한지를 사전에 개괄적으로 검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절차로 진행된 입지 평가는 요식적 절차에 다름 없었다. 제수된 내용을 보면 입지 검토라는 내용적 범주를 벗어나, 사업타당성 내지 경제적 효과에 대한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사전 입지검토 절차가 사업 추진을 전제로 한 형식적 절차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도 마찬가지였다.  2024년 8월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이 공개되는가 싶었는데, 불과 4개월만인 12월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이 제출됐다. 단 4개월 만에 평가항목 결정부터 동·식물상 계절조사를 포함한 현장조사, 초안 공람 및 주민설명회, 주민 등의 의견 반영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졸속적 조사라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그리고 올해 2월5일,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조건부 동의'로 통과됐다. 최근에는 경관위원회 심의도 조건불 통과했다. 인허가를 위한 사전 절차는 모두 마무리되고, 앞으로 개발사업심의 및 환경영향평가 등 본절차가 본격 진행될 예정이다. 논란의 여지가 큰 사업임에도, 모든게 초고속이다.  

◇ 불가하다던 '초지 전용', 쏙 빼고 전략환경영향평가 통과

제주도정은 그동안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문제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확인된 문제는 심각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동수 의원(이도이도 을) 등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서 제기한 문제를 종합해보면, '졸속'과 '부실'의 정도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 째,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의 부실 의혹이다. 해당 개발사업은 대단위 초지 전용을 전제로 하고 있음에도, 초지 전용에 대한 관계부서 의견도 제대로 듣지 않고 서둘러 처리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사업 부지의 초지 면적은 무려 69.5%에 달하는 87만㎡ 규모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초지 전용에 대한 관계부서(축산)의 의견을 그대로 '패싱'힌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 이전에 이뤄진 사전 입지 평가 과정(2024년 3월)에서 제주도 축산부서에서는 '초지를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었다는 점이다. 초지 전용 허가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 의견대로 초지 전용이 '불가'하다는 의견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이뤄졌다면 통과됐을리 만무하다.

이 의견이 빠져 있는 상태로 심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속전속결식으로 통과됐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초지전용 허가부서에서) 이견이 없었다"고 답변했지만, 사실은 제대로 의견 요청 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 축산부서로 내용을 보냈으나 의견이 없었다는 설명인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물론 의견 검토를 구한 것 자체는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제주시 축산부서에는 '우리 기관으로 접수된 문서가 타 기관에서 처리해야 할 사항으로 판단되어 이송합니다'라는 회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시설이나 투자진흥지구 사업의 경우 초지 전용 허가 권한이 행정시가 아니라 제주도에 있기 때문이다. 즉, 번지수를 잘못 찾아서 물은 셈이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도청 축산부서에 재차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사전입지 평가 과정에서 제시한 의견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당연히 '불가'로 제시돼 사업추진이 어려웠겠지만, 이 내용이 쏙 빠진 것이다. 결정적 요인이 될 수밖에 없는 '초지전용 불가'라는 내용을 쏙 빼고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킨 꼴이다. 의도적으로 뺀 것인지, 아니면 도의회에서 지적한대로 '부실' 내지 '졸속'이었는지,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다. 

◇ 농지전용 의견 내면서도....농지법 위반은 몰랐다?

둘째, 해당 사업 관련 명백한 농지법 위반에 해당하는 일이 확인됐음에도 어떠한 조치도 내리지 않고 묵인해 왔다는 점이다.

도의회에서 제기한 내용을 종합하면, 한화호텔&리조트는 사업 부지 내 총 4필지 9021㎡ 규모의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업체는 2006년 4월 골프장 조성사업을 위해 이 4필지 농지에 대해 농지 전용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골프장 조성을 하지 않아 2009년 3월 전용 허가가 취소됐다.
 
사업시행승인이 취소되자, 제주시는 한화로부터 받았던 농지전용부담금 2200여만원을 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농지전용부담금까지 돌려준 제주시는 그로부터 2년이 경과한 2010년까지 해당 농지에서 농업 이용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소유자인 한화측에 농지처분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을 일부러 하지 않는 '부작위(不作爲)' 내지 방조에 다름없다.

농지법 10조와 11조는 농지를 취득한 자가 취득한 날부터 2년 이내에 그 목적사업에 착수하지 아니한 경우 농지를 처분하도록 하는 한편, 처분하지 않을 경우 행정당국이 농지 처분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제주시 당국은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농지법 위반 내용을 몰랐다는 취지로 답변한 부분이다. 제주도는 애월포레스토 사업 관련 작년 2월(사전 검토)과 9월(전략환경영향평가) 제주시 담당부서에 의견을 주도록 했는데도, 이 과정에서도 농지법 위반 내용을 몰랐다는 것이다. 사실상 현장 확인도 하지 않았음을 고백한 것이다. 이 사업의 농지전용 관련 검토가 졸속적으로 이뤄졌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 '상수도 공급방안' 사업자 고민, 왜 제주도가 대신?

셋째, 개발사업 승인이 이뤄지기도 전에  않았음에도, 제주도 차원에서 규정에도 없는 물 공급 계획'이 검토됐던 점이다. 대기업 사업에 대한 '특별한 배려'라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애월포레스트의 하루 예상 용수 수요는 상수도 3128.7톤, 중수도·빗물 2260톤 등 총 5388톤에 달한다. 문제는 하루 3000톤 넘는 상수도 공급을 필요로 하지만, 현재 사업 예정지 주변 수도시설로는 공급이 어렵다는데 있다. 물 공급 계획은 이 사업의 최대 난제인 셈이다.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도마에 오른 것은 제주도가 추진한 '2040 수도정비계획(변경)' 수립 용역 과정에서 애월포레스트를 포함한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한 안정적인 상수도 공급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 부분이다. 아직 사업시행 승인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애월포레스트 사업은 상수도 공급 방안을 검토할 대상도 아님에도 포함시켜 진행했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지난 7월 이 문제가 불거지자 해명자료를 통해 "애월포레스트 관광단지 개발사업 수도공급 검토는 모든 대규모 개발사업에 적용되는 일반적 행정절차"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용역 초안에 포함됐던 이 부분은 최종보고서에는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스스로도 뭔가 부적절했음을 인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검토가 이뤄졌던 그 자체만으로도 오해의 소지는 클 수밖에 없다.  사업자가 고민해야 할 문제를 제주도정이 대신 해준 격이기 때문이다. 

◇ '대기업 봐주기 결심'?...사전검토, 전략환경평가 통과 정당성 결여

이처럼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됐던 애월포레스트 사업 관련 문제들을 종합해보면, 그동안 진행된 사전 입지 검토,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가 과연 올곧게 진행된 것인지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만약 초지 전용에 대한 의견만이라도 정상적으로 제출됐다면,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바로 통과될 수 있었을까. 

결과론적으로 그동안 진행된 행정절차는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도의회에서 표출된 농지법 위반이나 상수도 공급방안 검토 등과 관련한 의구심은 '대기업 봐주기 결심' 아니냐는 해석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번 행정사무감사의 지적은 더 이상 '묻지마식' 진행은 안된다는 강한 경고 메시지로 다가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