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노형오거리 '공중보행로' 건설 논란..."사람은 공중으로?"

제주도 630억 '공중 육교' 건설계획 확정에 논란 확산
"걷기좋은 제주 만든다더니...사람을 공중으로 보내버리나?"

2025-10-16     원성심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상습 교통정체 구간인 노형오거리에 '공중 보행로'(육교)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상 사람보다는 차량을 우선시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도내 최대 교통정체 구간으로 꼽히는 노형오거리에 높이 5.5m 이상의 원형 육교 형태인 공중보행로 설치를 추진 중이다. 

2023년 9월 시작한 ‘노형오거리 교통개선 입체화 사업 용역’은 작년 12월 마무리됐는데, 용역 결과 4가지 대안 중 '원형 공중보행로' 건설이 최종 확정됐다.

공중보행로 설치를 통해 보행자들은 육교를 통해 도로 5개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차량들은 회전 교차로를 따라 통행하도록 하면서, 병목 현상은 한결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사업에 따른 총 사업비는 630억원으로 추산된다. '대도시권' 교통혼잡 도로로 선정되면 공사비의 50%와 설계비는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지만, 현행법상 대도시권은 6개 광역시로 한정돼 있어 제주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이 작년 9월 제주도와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 지역의 교통 혼잡 도로가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로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후 1년째 계류 중이다. 즉, 현 상태에서 국비 지원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공중 보행로는 '사람 중심'의 교통문화와는 거리가 먼 정책이라는 점이다. '차량 정체' 해결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보행자 편의는 후순위로 밀려났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특히 장애인 보행권은 심각하게 침해받을 것으로 지적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이러한 정책 구상이 알려지자 시민사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제주녹색당은 16일 성명을 내고 "걷기 좋은 제주 만든다더니 사람을 공중으로 보내 버리나"라며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성토했다.

이 단체는 "도정의 치적 쌓기용 개발 사업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이 사업은 특히 미스터리하다"며 "15분 제주, 걷기 좋은 제주를 만들겠다는 공약과 상충하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중보행로가 만들어지면 승용차는 신호등이 없는 도로를 편리하게 달릴 수 있다"며 "그러나 승용차 편의를 위해 보행자들은 하늘로 올라가야 하는 것"이라며고 지적했다.

또 "제주도정도 직진보다 육교의 보행 거리가 더 길다는 상식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인데, 유아차, 휠체어를 이용하는 교통약자라면 같은 거리를 더 힘들게 가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30억 원을 들여서 같은 거리를 더 오래, 더 멀리, 더 어렵게 가게 만들어주겠다는 발상은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가"라며 "자가용 없는 뚜벅이 제주도민은 세금 써서 같은 길을 더 힘들게 가야 한다. 보행자 도민을 이렇게 괴롭히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린워싱도 이런 그린워싱이 없다"며 "15분 제주, 걷기 좋은 제주를 만들겠다는 공약이 허언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제대로 하길 바란다"며 공중보행로 건설 추진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