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살이 최연실 작가, 수필집 '나리꽃은 잘 있나요' 발간

'혼술하는 여자', '애월의 공벌레', '애월수작' 등 40편 수록

2025-10-15     원성심 기자
최연실

한 때 제주 살이를 하며 활발한 문학활동을 펼쳤던 최연실 작가가 최근 수필집 '나리꽃은 잘 있나요'(수필과비평사)를 펴냈다.

제주시 애월읍에서 생활하며 집필했던 '애월涯月의 공벌레'와 '애월수작涯月酬酌'을 비롯해 '글방에서 듣는 소리', '나란 여자, 너란 남자', '나리꽃은 잘 있나요', '혼술하는 여자' 등 총 40편을 실었다. 

"제주도의 작은 글방 안에는 커피 향이 은은합니다. 며칠 전에 '빛의 벙커'에서 사 온 머그잔에 커피를 담았습니다. 남편이 '편안해'라고 쓴 눈빛을 보냅니다. '고맙고 미안해요.'라고 미소로 답합니다." -글방에서 듣는 소리 中.

"애당초 제주도를 마음에 둔 건 아니었다. "우리도 제주도 내려가서 살아볼까?" TV를 보다 무심결에 툭 던진 남편 말에 흔들린 건 나였다. 그날 이후로 승냥이처럼 말꼬리를 물었다. 물론, 내 안에 똬리를 튼 자유로운 영혼도 한몫했다. 제주도 구도심 근처에 연세를 얻어서 지냈는데 내 몸 구석구석에 뭍의 일상이 남아 있었다. 연고 없는 제주에서 홀로 술을 마시며 외로움과 사투를 벌였다. 아침이면 퉁퉁 부은 눈 주위를 볼 때마다 이런 날이 어쩌다 한번이면 족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혼술을 줄이려고 숨어든 곳이 중산간 중턱에 있는 애월읍이었다." -애월수작涯月酬酌 中

"제주 중산간의 바람 부는 언저리에 둥지를 튼 지도 일년이나 됐네요. 어젠 바람을 벗 삼아 지인과 함께 동네한 바퀴를 굽입굽이 다녔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지인이 내게 꽃을 건네며 나리꽃을 닮은 여자라고 하더군요. 그 말에 붉게 꽃물 든 얼굴을 하고 냅다 달려와 한 평 남짓한 텃밭에 나리꽃을 심었습니다." -나리꽃은 잘 있나요 中

엄현옥 문학평론가는 서평을 통해 "'나리꽃은 잘 있나요'를 관통하는 중심 테제(thesis)는 존재의 외로움이다"며 "일상의 기록이나 자전적 서술에 머무르지 않고, 제도와 상상력 사이에서 존재의 진실을 탐색하는 여정을 잘 담아냈다"고 평했다. 

최연실 작가는 서문에서 "오래전, 상도동 언덕의 작은 창가에 앉아 달그락거리는 숟가락 소리를 들으며, 그날그날 스치는 풍경과 마음의 그림자를 붙잡듯, 도시의 저녁노을, 골목의 흙냄새, 유월의 비를 맞으며, 피어난 나리꽃처럼 불현듯 내게 찾아온 안식년을 맞아 떠난 제주도의 삶에 그리움을 담았다"며 "이 빠른 세상에서 우리는 자꾸 서두르게 되는데, 저는 이 책이 잠시 걸음을 늦추는 그늘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최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학생 시절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기회가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생활수필반에서 공부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2018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했다. 

현재는 미국 동포신문 <뉴욕일보> 수필의향기2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작가들의 글을 소개하고 있다. 수필과비평작가회 사무차장, 뉴욕일보 문화부 편집위원, 사단법인 한국수필문학회진흥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백록수필자가회, 원석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에서 생활할 때에는 '헤드라인제주' 고정필진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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