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전략영향평가, '조류충돌 위험성' 축소조작 의혹
비상도민회의 "2023년 조사 결과, 2021년과 큰 차이"
"고위험종.불명 조류 제외해 평가하고 통과...고의적 조작"
새만금공항도 '조류' 부실평가에...제주 시민단체, 소송전 돌입하나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진행된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항공기와 조류 충돌 위험성에 대한 부분이 축소 조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종 통과 직전에 이뤄진 2023년 조사의 내용이 2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는데 따른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축소 조작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22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2공항 논란과 관련한 브리핑을 열고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 부분이 조작됐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국토교통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2019년 시작됐으나, 환경부 심의 과정에서 수차례 보완 요구와 반려를 거듭하다가 2023년 3월 조건부 동의를 받은 바 있다. 이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지난 해 9월 제2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이 고시되고, 올해부터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논란이 된 부분은 2021년 환경부에 제출했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내용과, 2023년 제출된 내용에 적시된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 지점이다.
2021년 평가서의 조류충돌 위험성 정량평가 자료에 따르면, 제2공항 조류충돌 위험성은 현 제주공항의 최대 20배,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의 최대 568배에 이르는 것으로 제시됐다.
반면, 2023년 윤석열 정부에서 제출된 평가서의 제2공항 조류충돌 위험성에 대한 정량적 평가에 따르면, 제주공항 의 최대 8.3배, 무안공항의 최대 229배로 나타났다.
2021년 평가서와 2023년 평가서의 차이는 기존 국내공항에서 피해가 발생한 조류충돌 건수 중에서 충돌 종이 확인되지 않은 '불명'을 제외시킨 결과로 풀이된다.
2008~2021년 피해가 발생한 조류충돌 238건 중에서 조류종이 확인된 경우는 11%인 26건에 불과하고, 나머지 89%는 '불명'으로 돼 있다. 90%에 이르는 '불명' 부분을 제외시키면서 통계학적으로 타당성을 상실했다는 것이 비상도민회의의 주장이다.
정성평가에서도 2021년 평가서에 고위험종으로 분류됐던 다수의 종들이 2023년 평가서에서는 대부분 제외되고 단 5개 종만이 위험종으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찬식 비상도민회의 공동대표는 "이처럼 2023년 평가서에서 조류충돌 위험성에 대한 정성평가와 정량평가를 모두 2021년 평가서에 비해 축소한 것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키기 위한 고의적인 조작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는 무안공항의 항공기 추락 참사, 그리고 최근 서울행정법원의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 등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공항 건설의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실제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에서는 조류충돌 위험성이 축소 평가된 점이 원고 승소 판결(기본계획 취소)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이번 제주 제2공항의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조류충돌 위험성 축소 조작 의혹은 앞으로 기본계획 취소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제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소송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