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런 일이?"...제주, '양말' 나눠주며 기초자치 홍보 논란
제주도 사업 수탁 지방분권도민행동본부, 사은품 구설수
주민투표 QR코드 포함 리플릿 가져오면 사은품 선물 제공
제주도 "관리감독 강화할 것"...시민단체 "도민들 자괴감"
제주특별자치도의 사업을 수탁받아 수행하는 한 민간단체가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를 촉구하는 내용의 리플릿과 연계해 시민들에게 양말 등의 사은품을 제공해 온 것으로 드러나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선물 역시 제주도로부터 지원받은 공적 자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18일 <헤드라인제주>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자치분권 홍보 관련 사업을 대행해 온 민간단체(수탁기관)인 지방분권제주도민행동본부는 올해 제주시민속오일장 등에서 자치분권 관련 홍보 안내문(리플릿)을 배포하는 활동을 진행했는데, 이 리플릿을 가져올 경우 양말을 사은품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
리플릿은 기초자치단체 설치 촉구 주민투표를 홍보하는 큐알(QR)코드 등이 포함됐다. 사실상 기초자치단체 도입 관련 홍보를 하면서 '양말'을 무상으로 제공한 셈이다.
문제는 공적자금을 들여 양말을 구입해 리플릿을 가져 온 시민들에게 선물로 줬다는 점이다. '양말세트' 사은품은 700개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액면가는 2만4000원이었지만 구매가는 1만원으로 확인됐다.
양말세트 구입비나 리플릿 제작비, 배포 등의 홍보 활동비는 모두 제주도정이 지원한 공적자금이다.
지방분권제주도민행동본부는 2017년 출범한 비영리 민간단체로, 2023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제주특별자치분권운동 추진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이 단체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실현과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8년 5000만원,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9000만원을 지원받았다. 2022년에는 코로나19로 예산이 없었지만,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매해 1억원씩 예산이 배정됐다.
이 지원 예산을 갖고 '양말' 배포까지 했다는 점에서 논란과 파장은 커지고 있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18일 '해명 자료'를 내며 진화에 나섰다.
제주도는 "지방분권제주도민행동본부의 기초단체설치 홍보와 관련된 논란을 계기로 민간위탁사업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전면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특히 수탁기관의 홍보활동에 대한 사전 협의 시스템을 의무화하고, 정기 점검을 통해 사업 목적에서 벗어난 활동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제기된 자치분권 홍보 리플릿 내용과 관련해, "이 홍보물은 지난 3월 제작됐으나, 기초자치단체 설치 관련 주민투표 촉구 큐알(QR)코드가 포함됐다"며 "해당 큐알(QR)은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에 제출된 주민투표 실시 촉구 서명부와 관련된 것으로, 홍보물 제작 시점에서는 종료된 사안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기초자치단체 설치 관련 홍보 자체는 제주도가 사업 초기 단계에서 동의한 내용이었으나, 사업 진행 과정에서 중 지속적인 홍보 적정성에 대한 중간 점검이 미흡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양말 선물'이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 부분과 관련해, "해당 단체는 ‘특별자치분권 촉진 및 지원’ 조례에 따라 홍보 활동 지원은 가능하지만, 물품의 성격과 배포 방식 등 홍보 수단의 적정성을 사전에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결론적으로 "위탁사무 수행 과정에서 주민투표 서명을 유도하는 내용이 담긴 홍보물 배포는 적절하지 않은 운영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책 목적과 캠페인 수단 간 부조화, 제주도와의 사전 협의 미흡이 확인된 만큼 향후 위탁사업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에 대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위탁사업 목적과 내용, 추진 방식 등에 대한 정기적 점검 체계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특히 홍보 방식과 내용에 대한 사전 협의 체계도 구축해 정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활동에 대해서는 즉시 시정 조치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민간위탁 재심의에서는 수탁기관의 사업 수행 적정성을 종합 평가하고, 향후 사업자 선정 시에는 지도·점검 이행 실적을 핵심 평가 지표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양기철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민간위탁사업이 보다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 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며 “도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행정서비스를 구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시민단체 "시대역행 '양말 나눠주는' 정책 추진에 도민들 자괴감"
한편, 제주참여환경연대는 18일 논평을 내고 "시대 역행하는 양말 나눠주는 도지사의 정책 추진 방식에 도민들은 자괴감에 빠져 있다"며 제주도정을 강력 규탄했다.
이 단체는 "도민 의사결정의 무게를 가볍게 보는 도지사의 시대, 급기야 이는 행정체계개편을 위해 오일장에서 양말을 나눠주는 퇴행적 정책 추진 방식으로까지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주도정은 해명자료를 통해 홍보의 내용이라든지, 양말을 나눠주는 것에 대해 잘 몰랐고, 단체가 스스로 적절하지 않은 내용과 방법으로 홍보를 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위탁사업을 준 단체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면서 "그러나 해당 단체 관계자는 방송 뉴스보도를 통해 홍보물은 제주도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단체는 "제주도정은 처음 해당 문제가 보도되었을 때 ‘조례에 따라 문제가 없다’라고 하다가, 문제가 커지자 ‘꼬리자르기’를 하려는 태도로 보인다"며 "제주도정의 해명대로 이 단체가 단독으로 홍보물을 만들고, 양말을 사서 나눠준 것이라면, 단체의 홍보물 제작비용 내역과 양말 구매내역을 제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 단체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6억 2000만원의 위탁 사업을 받아 지방자치단체 홍보뿐 아니라, APEC 유치 홍보까지 제주도정의 홍보 사조직처럼 기능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도지사의 입장에서 공약 사항이고, 기초자치단체의 부활 필요성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양말을 나누어 줘서라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오영훈 도지사의 정책 추진 방식이 과거 ‘밀가루 선거’로 대표되는 퇴행과 구태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고 힐난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