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44) 아르칸젤로 코렐리의 라 폴리아(La Folia)
op5 no12 라 폴리아(La Folia)
`필자에게는 클래식음악 애호가인 이모부가 계신다. 아무래도 서로가 클래식 음악 애호가이다보니 만나면 으례껏 음악얘기로 꽃 피울때가 많았다. 어느 날 이모부가 코렐리의 곡을 그의 서재에서 들려주었던 기억이 아련히 나고 그때 들었던 곡이 코렐리의 라 폴리아였다. 라 폴리아는 포르투칼어로 광기나 광란으로 번역된다고 하니 제 정신이 아니고 미쳤다는 뜻인데 들어보면 과연 제목같은 느낌이 드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춤곡의 한 종류인데 뒷부분에 가서 무척 빠르게 아래위를 넘나드는 곡조로 인해 이런 제목이 붙었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라 폴리아라는 제목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는 않은 단어다. 혹시 라흐마니노프 애호가라면 한번쯤은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들어봤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변주의 원형은 코렐릴의 라 폴리아에서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그후에도 스카르라티, 비발디, 심지어는 바흐에 이르기까지 많은 바로크 작곡가들의 곡에서 어렵지 않게 라 폴리아를 만날 수 있다. 또한 헨델의 그 유명한 춤곡 사라방드에서도 라 폴리아의 음률을 들을 수 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수타의 고전,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곡 중간에 라 폴리아 음률을 슬쩍 던져 놓았다던지 일부러 작정하고 변주를 한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럼 라 폴리아 음률이 왜 이렇게 많은 작곡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게 되었을가, 마치 바이올린 변주곡같은 느낌의 라 폴리아는 무척 단순한 음률 하나로 사람의 기분을 아래위로 오르내리게 하는가 하면 조여주고 풀어주는 역할, 특히 춤곡이니 만큼 춤을 출때의 자세를 연상하게 한다. 말 그대로 광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묘한 매력이 있다. 일단은 누구나 들으면 빠지는 단순함과 단순함으로만 끝나는게 아니고 일종의 비장미까지 갖추어서 톡톡히 바로크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는 곡이다.
많은 연주자들이 코렐리의 라 폴리아를 자기만의 기법으로 연주하지만 필자는 이베리아 반도, 스페인의 비욜 연주자 조르디 사발의 연주에 흠뻑 빠지곤 한다. 같이 연주하는 느낌으로 한번 듣기만 해도 온몸과 혼을 쏙 빼놓는 연주다. 그래서 듣고나면 마치 밖에 나가서 운동하고 온 사람처럼 약간 힘이 부치는 때도 있다. 그만큼 격정의 도가니로 몰아세우기도 하고 잠잠히 있으라 충고하기도 한다. 장중한 교향곡도 아니고 화려한 협주곡도 아닌데, 이 단순한 음률하나로 이토록 사람을 매료시킬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세상의 모든 아침(Tous Les Matins Du Monde Every Morning Of The World)’이란 제목의 프랑스음악영화가 있다. 조르디 사발이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비올라의 진수를 보여줬던 영화를 찬찬히 보다보면 잠깐 영화 속에 스쳐갔던 곡이 있다. 바로 코렐리의 라 폴리아다.
아르칸젤로 코렐리(1653~1713)는 이탈리아 작곡가로 바로크 시대의 비발디나 바흐, 헨델보다는 대중에게 덜 알려졌지만 그의 바이올린 연주기법은 코렐리의 연주법 이란 이름으로 현대까지 내려온다. 다시말해 바이올린 음악의 기초를 다진 교육자라 할 수 있다. 또한 그의 검소함을 대표하는 일화로, 헨델의 말을 빌면 그의 취미는 돈이 안드는 미술감상 뿐이었다 고 되어 있다. 바로크시대에 유행했던 합주협주곡(Concerto Grosso)역시 코렐리의 업적으로 볼 수 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바흐의 브란데부르크 협주곡이나 헨델의 합주협주곡,이 좋은 예로 정형화된 오케스트라의 형태는 갖추지 못했어도 독주악기를 중심으로 7-10 악기가 함께 합주하는 형식의 합주협주곡을 체계화했고 이는 고전시대로 넘어오면서 독주협주곡으로 발전하는 모태가 되었다.
. 코렐리의 라 폴리아는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Op.5중 12번으로 주제와23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변주곡이다. 사실 주제 자체는 느리고 무거운 듯하지만 점점 갈수록 빠르고 높아지면서 마치 질풍노도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발전시킨 곡이다. ‘광란의 곡’ 맞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 자체가 평정심과 명상의 날 들 뿐 아니라 춤추는 듯한 광란의 날들도 많았다. 코렐리의 라 폴리아가 우리에게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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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칼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