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대륙으로, 다시 삶을 연결하는 사람들

[기고] 김덕화 행복하게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2025-09-01     김덕화

나는 섬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점점 지쳐갔습니다. 아이의 감각은 예민했고, 하루하루가 소진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이의 치료비는 생활비의 절반을 넘겼고, 엄마도, 아빠도 점점 지쳐갔습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나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외로움은 물리적 거리보다 훨씬 더 깊고 넓게 퍼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아이의 속도에 맞춰 살자.”

무엇보다 우리 가족의 호흡을 지킬 수 있는 곳. 서울이 아닌 제주로 삶의 무대를 옮기기로 했습니다.

제주에서, 수영장 벽에 붙은 한 장의 안내문을 보게 됐습니다.

‘발달장애 아동 수영교실, 자원봉사자 모집’

그저 수영장에 데려갔을 뿐인데, 그곳에 저를 위한 공간도 있었습니다. 비슷한 시간을 통과해온 부모들을 처음 만났고, 그들과 말없이 앉아만 있어도 이상하게 눈물이 났습니다.

“나, 조금은 행복한 것 같아.”

그런 마음을 처음으로 가져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을에서, 작은 모임이 시작됐습니다.

이웃 미술관의 공간을 빌려, 엄마들이 아이들을 함께 돌보기로 했습니다.

공모사업에 지원했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누구도 전문가가 아니었지만, 모두가 서로의 손을 잡았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 그 자리는 공동체로 자라났습니다.

여기선 모든 부모가 스텝이 되고, 모든 부모가 서로의 손을 잡습니다.

“이게 그렇게 힘든 거였어?”

누군가는 놀랐고, 누군가는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가게 앞에서 눈치 보던 시간, 식당 안에서 숨죽이던 외식.

그 모든 경험을 담아 만든 ‘맘편한 가게 지도’는 이제 카카오맵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되었습니다.

이 지도는 세상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는 여태 얼마나 고립되어 있었나요?”

내 아이가 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는 지역과 세상에 손을 내밉니다.

볍씨학교와 함께한 장애-비장애 통합 활동, 은둔형 청년들과의 공동 프로그램, 400여 명이 모인 문화예술축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정책 제안까지...

엄마, 아빠가 없어도 우리 아이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

그것이 우리가 함께 그리는 ‘돌봄의 길’입니다.

그리고 지금, 제주라는 섬은 우리에게 다시 대륙이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우리는관계를 키웠고, 문화를 만들었고, 삶의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돌봄이 소외가 아닌 참여로, 지원이 시혜가 아닌 연대로 전환되는 사회.

“우리가 함께한 행복의 방식이, 누군가에게도 가능한 믿음이 되기를.” <김덕화 행복하게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