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개설 제주~중국 칭다오 해운 항로, 의미와 과제
'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제주항 최초 화물선 정기취항
명실상부 무역항 위상, 기업 수출입 물류비 경감 기대
적지 않은 과제...'물동량 확보' 가능선은?...손실 보전금은?
제주와 중국 칭다오를 잇는 해상 국제직항로 개설은 제주항 최초의 화물선 정기노선 취항을 통해 국제 직교역을 시작할 수 있는 해운 체계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주항이 명실상부한 무역항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국제화물선의 운항은 제주 기업들의 해외시장 수출입 환경을 크게 개선하면서 지역경제 파급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물동량의 안정적 확보, 그리고 운영 손실에 따른 비용 보전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발표한 내용을 종합하면, 제주~칭다오 컨테이너 화물선은 이르면 9월 초 취항한다. 해양수산부는 7월31일 제주~칭다오 간 신규 항로 개설에 합의하고, 중국 측에 이같은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제주도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중국 선사가 해양수산부에 항로 개설을 신청한 이후 8개월간의 협의 끝에 성산된 것이다.
사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제주도는 당초 지난해까지 항로 개설을 포함해 모든 준비를 마무리하고, 올해 1월부터 화물선 운항을 본격화 한다는 구상이었다.
처음에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중국 선사가 예정대로 우리 정부에 항로 개설을 신청했고, 제주도는 칭다오 항로 개설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도의회에서는 '제주항-칭다오항 간 신규항로 개설 협정 체결 동의안'을 처리했다.
해수부에서 해줘야 할 몫인 항로 개설 허가만 남은 셈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꼬였다. 제주도는 바로 허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올해 1월부터 장비와 인력을 투입했으나, 해수부는 기존 항로에 미칠 영향 등을 확인해봐야 한다며 허가를 유보한 것이다.
항로개설이 지연되면서 제주도로서는 장비와 인력을 먼저 투입한데 따른 재정적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이로 인해 해수부와 제주도정간 신경전도 이어졌다.
결국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후 항로 개설은 성사됐다.
앞으로 운영선사 평가(황해정기선사협의회)와 양국 정부의 확정, 선사의 해상운임 공표, 운항계획 신고 등의 절차를 거쳐 실제 운항을 시작하게 된다. 이달 중 관련 절차 진행이 마무리된다면, 9월부터는 본격 운항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항 100주년(2027년)을 앞두고 있는 제주항이 1968년 무역항으로 지정된 이후 57년 만에 처음으로 국제 화물선이 정기 취항하는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명실상부한 국제무역항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제주항 10부두에는 이번 항로 개설을 위해 시간당 15~20개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하버크레인과 운반 장비가 설치됐다. 제주항 내 보세구역 지정과 컨테이너 하역 장비 배치 등도 이뤄졌다. 제주도는 화물 통관·운송 등 물류 시스템 전반에 걸친 준비를 모두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 첫 해운 국제항로 개설, 기대되는 효과는?
제주도는 이번 새로운 해운 항로의 기대 효과로 개설로 물류비 절감과 운송시간 단축 등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제주기업들의 수출입 물류비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에 제주 수출품은 부산항을 거쳐 중국에 보낼 경우 컨테이너(TEU) 1개당 204만원이 소요됐지만, 직항을 이용하면 119만원으로 85만원(41.6%)이 절감된다는 것이 제주도의 설명이다. 연간 수출 물동량에 대한 절감액은 컨테이너 2500개 운반 처리 시 21억원, 8400개 운반 시 71억원, 1만 400개를 수송하면 88억원으로 추산했다.
운송시간은 부산항 경유 대비 최소 2일 이상 단축될 것으로 제시했다. 날씨로 인한 운송 중단이나 통관 지연 등의 불확실성도 줄어든다.
소규모 물량을 가진 중소기업들도 제주항에서 다른 화물과 함께 묶어서 수출할 수 있게 된 점도 고무적으로 다가온다. 그만큼 수출 진입장벽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신규 항로는 내수시장을 넘어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 기회를 제공해 지역경제에 다방면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항 등 기존 항만을 거치지 않고 중국산 건축자재 직수입, 제주산 생수․화장품 직수출도 가능해진다.
오상필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수산국장은 "이제는 인천항 등 기존 항만을 거치지 않고 중국산 건축자재를 직수입하고, 반대로 제주산 생수, 화장품 직수출도 가능해졌다"며 제주도의 새로운 해운 시스템 의미를 설명했다.
제주도는 원재료 수입과 완제품 수출이 용이해져 제조기업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전했다. 하역장비 운영, 보세구역 관리, 선박 입출항 지원 등에 추가 인력이 필요해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했다. 장기적으로는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에 따라 스마트공동물류센터, 내륙 거점 물류센터와 연계한 제주신항 물류 인프라 조성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그러나, 적지 않은 과제...물동량 가능선은?...손실 보전금은?
그러나 기대 효과만큼이나 우려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제주도당국이 제시한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비롯한 기대효과는 새롭게 취항하는 직항로가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전제 하에서다.
문제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물동량 확보'가 지속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 관건은 '물동량 확보'로 꼽힌다.
새롭게 개설된 항로에 취항 예정인 화물선은 중국 산둥원양해운그룹(산둥선사)이 보유한 길이 124.5m, 너비 20.8m의 7500톤급 규모의 선박으로, 최대 712개의 컨네이터를 운반할 수 있다. 현재 연간 52회 운항을 계획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최대 3만6400개 정도 운송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화물선의 제주 운항 손익분기점은 1만400개 정도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 여건상 손익분기점에 근접할 정도의 물량 확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제주에서 중국에 수출되는 품목 중 그나마 물량을 채우는데 비중을 둘 수 있는 품목은 제주삼다수와 용암해수, 냉동 수산물이다. 이 마저도 주 1회 운항되는 화물선의 컨테이너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른 중소기업의 소규모 수출물량을 더한다 하더라도, 물량 확보는 한계가 있다.
지난 4월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제기됐던 문제도 바로 이 지점이다. 제주도 당국 역시 이러한 점을 인정한다. 오영훈 지사는 화물선에 선적할 수 있는 물량이 현재 상황에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점을 들면서도, "삼다수는 공장에서 자동 화물에 실어서 배를 통해 부산으로 이동하고, 여기에서 표준국외컨테이너에 다시 옮긴다. 이 것을 배에 실어 중국 상해로 간다. 이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면 시도할 만하지 않는가"라며 당위성을 강조했다.
제주도에서 취항 초기 선적 물량은 연간 3000개(컨테이너) 수준으로 제시했다. 적게는 2000개, 많게는 5000개 정도 될 것으로 전망했다.
평균치로 본다면, 손익분기점의 3분의 1 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제주도는 3~4년 정도는 화물선 운항 과정에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설명했다.
출항할 때의 물량도 걱정이지만, 입항할 때의 물량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수입품은 중국산 건설자재와, 삼다수 페트병 원료인 레진. 양식사료, 호텔·식당에서 소비되는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식재료·생필품 등이다.
이 부분에 대해 김미영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활력국장은 "앞으로 여러 정황 상 직항로가 개설되면 더 많은 품목의 제주 상품이 수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이에 맞춰 수출 전략도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선사와의 협약에 따라 제주도가 손실에 대해 보전해 줘야 금액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는 1년에 발생할 손실보전금은 40억원 정도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간 컨테이너 2500개 처리 기준으로 21억원의 비용 절감효과가 있다고 하나, 손실보전금은 이를 크게 상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전까지는 '항로 개설'이 시급한 과제였다면, 이제부터는 '물동량 확보'가 발등의 불이다.
글로벌 물류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첫걸음, 제주항의 국제물류 기능 강화 및 동북아 해상물류 허브로의 도약 발판 마련이라는 의미 부여 속에서도, 현실적 고민과 과제는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