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 방향성 논의한다더니...'답정너' 시민 기만 논란
방향성 토론회 개최한 제주시, 결론도 없이 내년 축제준비 돌입
내년 '콘텐츠-프로그램' 공모 진행...논란의 '디지털축제' 불변?
市 "디지털 축제 전환은 결정된 것"...방향성 토론회는 형식적 절차?
많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제주들불축제의 방향성을 정리하기 위해 공론장까지 마련했던 제주시당국이 돌연 내년 축제준비 절차에 돌입해 논란을 사고 있다.
축제의 방향성에 대한 명확한 정리도 없이, 올해 첫 시도됐던 '디지털 축제'를 기본방향으로 해 각론적 성격의 개별 콘텐츠와 프로그램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진행했던 토론회 등은 이미 정해진 답을 갖고 명분 축적용으로 진행했음을 보여주는 소위 '답정너'식 기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제주시는 1일 '2026 제주들불축제'와 관련한 전국 아이디어 공모전 계획을 확정해 공고했다.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공모전의 공모 분야는 △디지털과 친환경 요소를 접목한 메인 콘텐츠 및 프로그램, △축제 운영 개선 제안 등이다.
현경호 제주시 관광진흥과장은 “이번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도출된 제안은 축제 기본계획 수립 시 적극 반영할 예정”이라며, “전문가의 통찰과 시민의 창의력을 더해 2026 제주들불축제를 더욱 내실 있고 의미 있는 축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공모전은 축제의 방향도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것이어서 의아스러움을 크게 한다. 축제의 콘텐츠 및 프로그램을 공모한다면, 최소 축제의 방향성 및 정체성은 제시돼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시는 불과 한달 여 전인 지난 6월 17일 '제주들불축제 발전을 위한 방안 모색'이란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올해 3월 열릴 예정이던 축제가 날씨 관계로 파행적으로 중단된데다, 축제 정체성에 대한 시민사회 논란이 커지면서 방향성을 정리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 토론회에서는 제주시 오름 불놓기를 폐지하고 '불' 없는 축제의 대안으로 '디지털 축제'로 전환하겠다고 제시한 것에 대한 반론적 의견들도 크게 분출됐다. 디지털 중심의 축제로 가져나갈 계획이라면, 차라리 '들불 축제'의 간판을 내리고 새롭게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디지털 축제로 전환되면서 정체성이 상실된 만큼, 축제의 명칭 변경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축제 명칭에서 '들불'이란 단어를 아예 빼고, ‘제주새별오름축제’로 바꾸자는 안도 제시됐다.
이처럼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자, 공직 내부에서도 방향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설득력을 얻었다. 예전 오름 불놓기 폐지가 시민 원탁회의 숙의토론을 통해 이뤄진 만큼, 그런 공론장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제주시는 방향성 토론회가 끝난지 한달 반만에 이렇다할 결론점 제시도 없이 콘텐츠 및 프로그램 공모를 진행하는 등 내년 축제 준비 절차에 돌입해 논란을 사고 있다.
제주는 ‘2026 제주들불축제'와 관련해,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가치를 바탕으로 축제의 정체성과 콘텐츠 완성도를 강화하고,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참여형 축제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향은 이미 모두 정해졌다는 것이다.
현경호 관광진흥과장은 공식적으로 축제의 방향성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모전을 진행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축제 방향은 '디지털 축제'로 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답'이 정해졌음에도, 형식적 절차로 지난 6월 방향성 토론회와 같은 자리를 열어 시민의견을 반영할 것처럼 해온 것이다. 시민들을 기만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현 과장은 "성공적 개최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며 "작년 시민기획단과 같은 형태로 오는 2일과 9일 제주시관광축제추진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전문가 집중회의’를 개최해 콘텐츠 개발, 친환경 프로그램 운영, 시민참여 상생방안 등에 대해 심층 토론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전문가 집중회의는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디지털 축제'의 기본 방향 속에서 콘텐츠 등을 논의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제주시 당국은 이 전문가 집중회의가 지난해 운영됐던 '시민기획단'과 비슷한 위상인 것처럼 설명했다. 그러나 참여 인사들의 대표성 측면 및 운영 목적 등을 볼 때 정해진 수순의 명분 축적용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결국 2025년 들불축제가 파행적으로 끝난 후 방향성 혼란 및 정체성 상실 문제가 불거졌지만, 제대로운 공론장 없이 종전 추진 방향으로 그대로 간다는 것이다.
◇ 디지털중심 축제, "찬성 34.1% vs 반대 59.1%"
한편, KCTV제주방송과 헤드라인제주, 삼다일보 등 언론 3사가 지난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제주도의원 45명 중 44명을 대상으로 지역현안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디지털 중심'으로 전면 전환한 제주들불축제에 대해, 도의원들에서는 반대 의견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중심의 축제에 대해 의원들 중 59.1%가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찬성' 의견(34.1%)보다 26.0%p 높은 비율이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6.8%.
축제의 정체성 상실로 인해 제주들불축제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의원들에서도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들불축제 명칭의 지속 사용 여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50.0%가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찬성 입장은 41.0%로 조사됐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