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보조기기 폐기 지원, 제주지역도 더는 예외일 수 없다
[장애인인권 이야기] 고호경/ 제주장애인보장구수리지원센터
장애인에게 보조기기는 생존과도 같은 필수품이다. 그중에서도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구입 비용의 최대 90%까지 보험급여로 지원받을 수 있고 수급자는 전액이 지원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1.1.~2025.3.31.) 전국적으로 전동휠체어 8,836대, 전동스쿠터 31,494대가 보급되었다. 제주지역에서도 전동휠체어 45대, 전동스쿠터 115대가 보급되었으며, 이 기기들은 내구연한인 6년마다 재보급이 가능하다.
필자는 장애인 보장구 수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보조기기를 이용하는 많은 당사자들을 만날 때마다 보조기기 폐기와 관련한 내용의 민원을 계속해서 받고 있고 그 빈도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실제로 제주도의 폐기 절차를 확인해 보기 위해 필자가 직접 전동보조기기를 배출해 본 결과, 전동휠체어는 대형폐기물로 정상 수거되었지만 전동스쿠터는 수거되지 않았다. 사유에 대해 지자체로 확인을 해보니, 전동스쿠터의 경우에는 이륜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폐기 처리를 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른 지역 또한 각기 큰 차이는 없었다. 폐기 정책이 관련 법령에 따라 일제히 처리되는 것이 아닌, 지자체 여건에 따라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폐기 처리가 가능하다고 하나 배터리를 분리 배출해야 된다는 조건이 따라오는 경우도 있었다.
중증장애인이 고장난 전동스쿠터를 폐기물 업체까지 직접 운반해 폐기 처리 절차를 이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우며, 실제로 많은 당사자들이 관련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게 처리가 불가한 전동스쿠터들은 주택가에 방치되어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거나, 주거환경을 악화시키고 노후화된 배터리로 인하여 화재 또는 호흡기 질환 발생 등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전동보조기기는 단순 물품이 아닌, 공적 급여를 통해 지원되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절대적인 수단 중 하나이다. 이 말은 즉, 장애인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모든 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자 권리 실현의 도구라는 것이다.
따라서 보조기기의 보급, 유지관리가 끝이 아닌, 제도화 된 폐기 절차까지 전 과정이 제도권 안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지자체와 관련 기관, 민간 업체 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국 어디서든 차별 없는 이동권 보장 환경이 마련되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제주지역도 더는 예외일 수 없다.”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