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 제주도 지역현안 국정과제 반영 주목한다
[데스크논단] 조기 대선의 지역 공약, 그리고 제주도 과제
이슈.쟁점 없었던 제주 선거전...지역공약도 '기대 이하'
'주민투표', 즉시적 결단이 관건...제2공항 '도민결정권 실현'은?
20건 중 16건 반영?...대부분 '전국 공통'...실체적 명시화 과제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이재명 정부가 본격 출범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한 사유로 실시된 조기 대선에서 국민들의 선택은 결국은 '내란 심판'이었다. 계엄을 온 몸으로 막아서고,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겨우내 거리로 나섰던 시민들의 분노와 외침, 광장의 목소리가 표심으로 녹아든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새정부에 거는 국민적 기대는 크다. 내란극복과 민주주의 회복, 민생 안정과 경제 성장내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에 화답하듯,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선서 후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을 약속했다. 이어진 '1호 지시'는 비상경제점검TF 신설과 가동이었다. 민생경제 회복에 총력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약속했던 정책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새정부의 '국정과제'도 머지 않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부의 국정과제 목록은 제주도로서도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국정과제 반영 여부에 따라 제주도 내에서 추진할 국가지원 사업의 범위와 규모는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정에서 국정과제 반영을 위한 대응 준비에 나서며 고무적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오영훈 제주도지사(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정치력'을 발휘할 최상의 조건은 갖춰진 셈이다. 이재명 새정부 출범으로 '여당' 도지사로 전환되었고, 국회나 제주도의회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 지위에 있다. 범정부적 추진동력을 얻은 것은 물론, 협력 내지 공조 체제를 한층 강화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한 것이다.
제주도는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시작과 동시에 '새정부 출범 대응 전담팀(TF)'을 구성해 가동을 시작했다. 제주도가 건의한 현안들을 새정부 국정과제 목록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대선 과정에서 제시됐던 지역공약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포함되도록 하고, 공약화되지 못한 현안들은 추가적 설득 등을 통해 반영시켜낸다는 계획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지방정가에서도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교차하는게 사실이다. 대선 과정에서 제시된 지역정책의 내용, 그리고 제주도 주요 현안의 특성 등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고, 많은 설득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만큼 제주도에 주어진 과제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지역현안 공약화 논의가 매우 미진했던 점 등의 이유가 크다.
보통 대선이라고 하면, 지역 입장에서 볼때 현안을 해결하는 계기점을 마련하는 '기회의 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지난 대선은 상당히 아쉽게 다가온다.
◇ 쟁점도, 이슈도 없는 선거...지역현안 공약 경쟁 '실종'
첫째, 지역현안 관련 공약에 대한 이슈와 쟁점 자체가 부상하지 못한 점이다.
사실 제주에서 이번 선거는 그야말로 '조용한 선거'였다.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이슈와 정책이 실종된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각 정당 선대위에서 지역현안과 관련한 정책과 공약 발표도 매우 소극적이었다. 정책관련 논평.성명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역 공약에 대한 정당간 상호 검증이나, 특정 이슈를 놓고 대립하는 일도 없었다. 쟁점도 없고, 정책 경쟁도 없는 선거로 꼽힌다. 역대 선거에서 이런 선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지역현안 관련 유권자 관심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 투표율(74.6%)이 직전 선거보다는 소폭 상승했으나 전국 시.도(평균 79.4%)와 비교해서는 최하위를 기록한 데에는 '공약 경쟁 실종'이라는 요인이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 20대 전략과제 중 16건 반영?...기초자치단체 '즉시적 결단' 관건
둘째, 선거캠페인 과정에서 제시된 공약도 도민의 눈높이에서는 미흡한 점이 많았다.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내용의 약속이 적었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번 대선과정에서 각 정당과 후보자에 20대 전략과제, 27개 지역과제로 구성된 지역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대선이 끝난 후 20대 전략과제 중 16건이 대통령 정책공약집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반영된 공약으로는 기초자치단체 도입, 건강주치의 제도, 그린수소 글로벌 생태계 구축, 아동건강체험활동비,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 공유,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엄밀히 보면 제주도에 한정한 공약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기초자치단체 설치' 하나다. 당초 후보자의 지역유세 과정에서는 이 내용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으나, 공약집에 '주민투표를 통해 기존 행정시에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내용이 명시됐다.
이 내용을 제외하면, 제주를 위한 공약이라기 보다는 '전국 공통' 적용의 성격이 강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건강주치의 제도는 제주에서 먼저 제안하고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시책인 것은 맞지만, 이번 공약에서는 제주에 대한 별도 언급이 없다. 제주도에서 이 제도 시행을 위해 보건복지부 사회보장협의를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한다면, 최소 '제주도 시범시행'이란 점을 명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략과제 중 △제주남방큰돌고래 제1호 생태법인 지정 △섬식정류장 및 양문형버스를 적용한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고급화사업 △지방분권 이념에 맞는 이원화 자치경찰제 시행 △산림 회복의 시작, 칡덩굴 관리 통한 생태계 복원 등 4건은 공약집에 반영되지 못했다.
전략과제에서는 그나마 기초자치단체 주민투표를 공약으로 명시받은 점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물론 공약집에 수록됐다고 해서 안심할 문제는 아니다. 기초자치단체 주민투표의 경우 당장에 실행해야 할 당면 과제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정이 목표한 대로 내년 7월 기초자치단체를 출범시키기 위해서는 이달 중 정부의 주민투표 요구에 이어 8월에는 실제 주민투표가 이뤄져야 한다. 8월이 마지노선이다. 새정부 공약 목록에 포함됐다고 안주하다가는 자칫 허사가 될 수도 있다. 정부의 즉시적 결단이 관건이다.
◇ 제주 제2공항 '도민결정권 보장' 약속...주민투표 수용?
셋째, 제주 제2공항 건설 현안과 관련해서는 새정부 차원에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대선 과정에서 제주 선대위를 통해 '도민결정권 실현 보장'이라는 약속을 전달한 바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재명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제2공항 건설에 대해 직접 언급한 바는 없었다. 2022년 대선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제주 유세를 하면서도 제2공항이란 말 자체를 꺼내지 않았다. 다만, 제주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의 12대 대선 정책과제 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통해 '제2공항 건설계획 도민결정권 실현' 요구에 대해 "찬성"이란 입장을 제시했다.
도민자기결정권 실현이라는 말은 제2공항 건설사업 수용여부에 대한 최종 선택권을 도민에게 부여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환경영향평가를 객관적으로 진행하고, 도민의견 수렴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이 덧붙여진 점을 볼 때, 현재 절차가 시작된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도민결정권이 행사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오영훈 지사 입장과도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다. 오 지사는 "주민투표는 법적 근거가 없어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고,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제기된 의혹 검증을 통해 '제주도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2공항 조속한 추진'을 제주도 핵심공약으로 제시한 국민의힘 제주선대위가 '이 도민결정권 실현 요구에 대해서는 '국책사업에 대한 과도한 간여'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과는 분명히 대조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제2공항 관련 답변 내용과 관련해, '도민결정권 실현' 보다는 '도민의견 수렴'에 방점이 맞춰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단순한 도민의견 수렴이었다면 '찬성'이 아닌 '유보' 입장을 선택할 수도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분명하게 '찬성'을 선택한 것은 주민투표 등의 도민결정권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에서 제2공항 관련 '도민결정권 행사'의 시기 및 구체적 방법 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 제주도 건의 '27개 과제' 공약화 '기대 이하'...공공기관 이전은?
넷째, 제주도가 건의한 내용 중 '27개 지역과제'는 시급하고 실체적 내용 위주로 구성돼 있지만,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공약화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그리고 제주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후속 과제인 4.3아카이브 건립이 이 대통령의 후보 경선 과정에서 제시된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면, 그 외의 대부분 내용에 대해서는 '응답' 자체가 없었다. 특히 '공공기관 2차 이전(한국공항공사, 한국마사회)'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점이 아쉬움이 매우 크게 남는다. 공공기관 이전은 예전 제주혁신도시에 있던 재외동포재단이 폐지되면서 신설된 재외동포청이 수도권에 설치된데 따른 대안적 요구다. 오영훈 지사는 그동안 재외동포재단을 대신할 공공기관으로 제주 특성과 연결되는 한국관광공사나 공항공사, 마사회 등의 이전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아무런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다. 이번 대선에서 지역 공약화 정도가 다소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반영되지 못한 공약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제주도에 주어진 과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본격화되는 새정부의 국정과제 및 실행과제 수립 작업에서 제주도 현안을 실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도정과 더불어 제주도의회의 역할과 책임도 막중하다. 여기에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54.8%'의 표심을 받은 이재명 새정부는 제주도 과제에 어떻게 응답할지, 도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