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진그룹 먹는샘물 '지하수 증량' 신청 조건부 가결
지하수위원회, 1일 취수량 '월 3000톤→4400톤' 변경안 의결
"법률적 검토결과 하자 없어...표선수역 지하수 영향도 적어"
지역사회 이익환원 '권고'...공 넘겨받은 제주도의회 판단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생산을 위한 지하수 취수량 증량 신청이 첫 관문인 제주특별자치도 심사 단계를 통과했다. 30여 년만에 지하수 증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 제주도의회의 최종 판단을 남겨두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2일 오후 제주문학관에서 통합물관리위원회 산하 지하수분과위원회(지하수위원회) 회의를 열어 한국공항㈜이 제출한 지하수 취수량 증량 신청의 건에 대해 심사한 결과 조건부 가결됐다고 밝혔다.
조건부 내용은 당초 한국공항은 현행 월 3000t(1일 100t)인 지하수 취수량을 4500t(1일 150t)으로 증량해달라고 했으나, 심사에서는 요청안보다 100t 적은 월 4400t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가결했다. 줄어든 100t은 기내 공급용이 아닌 사무실 사용 분이다.
제주도는 이번 한국공항㈜ 먹는샘물 증량 허가 심사에서는 법적 요건 및 적정 취수량과 영향범위 등에 대해 국책연구기관 관계자, 교수, 법률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지하수관리분과위원회가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검토 결과, 우선 법적 요건과 관련해서는 2017년 변경허가 반려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제주도가 패소함에 따라 법적 요건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공항㈜의 현재 월 취수허가량(3000t)은 도내 전체 지하수 허가량(월 4512만 1000t)의 0.0066% 수준으로 제주개발공사 먹는샘물(10공, 취수허가량 월 13만 8000t)과 비교해도 미미한 수준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증량이 신청된 표선수역의 경우, 지속이용가능량(월 956만 6000t)에 비해 현재 이 지역 전체 취수허가량(241만 1000t)은 25.2% 수준으로 사용 중이다.
다만, 기내 공급이 아닌 사무실 사용량에 대해서는 감량해 신청량 대비 월 100㎥를 줄였다.
법률적 검토 결과 하자가 없고 표선수역에 충분한 여유량이 확보돼 있어 취수량 증량이 지하수 자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으며, 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기업이 지역사회에 이익을 환원하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했다.
먹는샘물 지하수는 2년마다 연장허가를 받아야 하는 지속적 사후관리 대상으로, 정기적인 점검과 감독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한국공항㈜가 신청한 먹는샘물 지하수영향조사서에 대한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도의회 동의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도민의 소중한 수자원인 지하수 보전과 관리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엄격하게 심사하고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달 한국공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으로 기내서비스용 먹는샘물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당초 취수허가량 월 3000t을 4500t으로 증량 신청했다.
제주도에 지하수 1984년 제주도 최초로 먹는샘물 제품 '한진제주퓨어워터’를 개발해 현재까지 대한항공 기내음용수로 공급하고 있는데,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한진그룹으로 편입되면서 증가한 기내 음용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증량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제주에서 지하수를 먹는 샘물 제품으로 개발한 기업은 삼다수를 생산하는 지방공기업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그리고 대한항공 기내용 음용수인 한진제주퓨어워터를 생산하는 한국공항㈜ 뿐이다.
제주도는 지난 2000년 개정한 제주특별법을 통해 제주 지하수를 도민 공유자산으로 설정하고, 사유재로 이용되는 것을 지양하고 공공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수(公水)화 원칙'을 수립한 바 있다.
지하수 개발과 관련해서는 공수화 원칙이 핵심기조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한국공항의 경우 공수화 원칙이 적용되기 이전부터 생수 생산 허가가 이뤄진 것이어서, 다소 예외적 부분이 있다.
한국공항은 최초(1993년) 1일 200톤 규모로 허가 받았다. 그러나 1996년 실제 사용량에 비례해 1일 취수량을 100톤으로 줄이는 조치가 이뤄졌다. 이후 30년 가까이 '100톤' 규모가 그대로 유지됐다.
한진그룹은 항공여객 수요 증가를 이유로 취수량을 최초의 허가 수준대로 환원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지하수의 공공적 관리 원칙을 내세운 도의회 관문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동안 증량신청이 이뤄진 것만 5차례에 이른다. 이 중 '120톤' 증량 동의안이 제출된 2013년, '130톤' 증량 동의안이 제출된 2017년에는 제주도의회 상임위원회 심사를 통과했으나, 본회의 상정이 보류되면서 처리되지 못했다.
2018년에는 150톤으로 늘려달라는 신청이 이뤄졌으나, 제주도에서 반려하면서 지하수관리위원회 심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문제를 놓고 한국공항은 제주도를 상대로 '지하수 개발·이용 변경허가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는데, 이후 더 이상 증량 신청은 하지 않았다.
이번에 계열 항공사 확장을 명분으로 7년 만에 다시 증량을 신청하고 나선 것이다.
신청안이 제주도 심사 단계를 통과하면서 제주도의회가 최종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제주특별자치도 지하수 관리 조례에 따라 최종 결정은 도의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