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권 이야기] 모두를 위한 사회를 향한 전환의 계기
전지훈 / 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기대여센터
꽃샘추위가 지나고 포근한 봄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만개한 꽃들과 함께 야외활동이 활발해지는 계절이 돌아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장애인에게는 이러한 계절의 변화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사회 전반의 여건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일상은 여전히 수많은 제약 속에 놓여 있다.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조기기 지원 분야만 살펴보더라도 제도적 한계와 현실적인 어려움은 여전히 크다. 특히 보조기기 지원은 절차가 복잡하고 접근성이 낮아, 정작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예를 들어, 언어장애가 있는 학생이 수업 참여를 위해 의사소통 보조기기를 필요로 하거나, 시각장애 대학생이 학습자료를 점자책이나 음성으로 제공받지 못해 학업에 차질을 겪는 경우가 있다. 고령자가 보행 보조기기를 필요로 하면서도 정보 부족이나 지원 시기를 놓쳐 결국 직접 구매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모두 필요한 기기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필요한 이들에게 제때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이후 사회는 더욱 디지털화되었지만, 무인 주문기기(키오스크)처럼 장애인에게는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작용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기술이 발전하고 보조기기가 다양해졌다고는 하나, 그것이 실제로 ‘접근 가능한 권리’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사회적 약자에게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물론, 저상버스 확대, 교통약자 이동지원 시스템, 전동휠체어 보급 등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으며,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의 접근권은 단순한 편의 차원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인권이라는 인식이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20조와 제26조는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 참여를 위해 보조기기 및 지원 서비스에 대한 접근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여전히 높은 비용, 정보 부족, 복잡한 신청 절차 등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제도 밖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보조기기는 특정 계층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교통사고나 노화 등으로 인해 누구나 일시적 또는 지속적으로 필요로 할 수 있는 도구이며, 결국 우리 모두의 삶과 직결된 문제이다. 따라서 보조기기 접근권은 모든 사람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실질적인 접근권 보장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정보 제공, 경제적 부담의 완화,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맞춤형 정책이 요구된다. 동시에, 보조기기를 ‘특수한 도구’가 아닌 ‘일상의 일부’로 인식하는 사회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모두를 위한 사회란, 소수의 불편을 외면하지 않는 사회이며, 보조기기 접근권은 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전환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지금부터 권리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전지훈 / 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기대여센터>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