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민사회단체 "한진 지하수 증산신청 불허하라"
"공수(公水) 정책 훼손...지하수 사유화 반대"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가 제주도에 지하수 취수량 증량을 정식 신청한 가운데,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가 이를 불허할 것을 제주특별자치도에 촉구하고 나섰다.
도내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3일 오전 10시30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는 한진그룹의 지하수 증산 요구 불허하라"라고 요구했다.
연대회의는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등을 인수하면서 증가한 기내 추가 음용수 공급 필요성을 지하수 증산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며 "자신들의 사익만을 좇아 제주 지하수의 공수(公水) 관리체계를 위협하는 한진그룹의 부도덕한 지하수 사유화 확대 시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지하수의 공공적 관리원칙을 수립하고, 민간에 의한 지하수 상품화 및 사유화를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며 "이러한 제주도의 공수 관리체계를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본인들의 먹는샘물용 지하수 개발·이용 허가의 기득권을 내세워 추가적인 지하수 증산을 요구하는 것은 기업윤리를 망각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더욱이 한진은 제주도민의 강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여러 차례 지하수 증산을 시도해 왔다"며 "그리고 제주도의 먹는샘물 시장 판매 제한 조건을 거부하고 법정 다툼을 통해 승소해, 현재 인터넷을 통해 일반에 먹는샘물 판매를 이어오고 있다. 근래에는 제주도의 지하수 증산 신청 반려 조치에 불응해 법정 소송을 불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한진은 자신들의 목표인 지하수 증산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지하수 증산을 위한 협상용 카드로 제주산 월동채소 화물기 운항을 활용했고, 최근에는 도내 항공편 확대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며 "본인들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 선을 넘는 무리수도 시도하면서 시민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진의 지하수 증산 신청을 검토하고 이를 심사해야 할 제주도, 제주도의회 등이 벌써 한진의 지하수 증산을 기정사실로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린다는 점"이라며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러한 얘기들이 들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 도민들로서는 불쾌감을 감출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도민 여론을 반영해 제주 지하수를 지키기 위한 단호한 입장을 피력해야 할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지하수 증산을 타협과 협상의 대상으로 이미 판단해 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연대회의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지속적인 지하수 증산 시도로 소모적인 논란과 갈등을 일으키는 한진의 행태에 대해 단호하고 분명한 견해를 밝혀야 한다"며 "우선 제주 지하수의 공수관리 원칙 아래에서 더 이상 지하수 증산은 불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나아가 40년 넘게 도민의 자산인 제주 지하수를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해 온 한진의 기득권을 이제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며 "경제재가 아닌 공공재 성격이 명확한 만큼 제주도는 입법 취지에 맞는 지하수 공수 정책을 확대·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논란이 되는 한진의 지하수 증산 시도에 대해 제주도의회 차원의 강력한 규탄과 함께 공수관리 정책 사수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앞장서야 한다"며 "또한 한진의 지하수 사유화 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절차적 마지막 보루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화산섬 제주에서 물은 제주의 역사와 삶의 원천이었다. 지하수는 도민의 생명수라는 인식은 자연스럽게 제주도의 공수 정책으로 이어졌다"며 "이에 제주물은 사유화 대상이 될 수 없고, 그 어떤 타협의 조건으로도 거래해선 안 된다. 물은 생명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량은 최초(1993년) 1일 200톤 규모로 허가 받았다. 그러나 1996년 실제 사용량에 비례해 1일 취수량을 100톤으로 줄이는 조치가 이뤄졌다. 이후 30년 가까이 '100톤' 규모가 그대로 유지됐다.
한진그룹은 항공여객 수요 증가를 이유로 취수량을 최초의 허가 수준대로 환원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지하수의 공공적 관리 원칙을 내세운 도의회 관문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동안 증량신청이 이뤄진 것만 5차례에 이른다. 이 중 '120톤' 증량 동의안이 제출된 2013년, '130톤' 증량 동의안이 제출된 2017년에는 제주도의회 상임위원회 심사를 통과했으나, 본회의 상정이 보류되면서 처리되지 못했다.
2018년에는 150톤으로 늘려달라는 신청이 이뤄졌으나, 제주도에서 반려하면서 지하수관리위원회 심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문제를 놓고 한국공항은 제주도를 상대로 '지하수 개발·이용 변경허가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는데, 이후 더 이상 증량 신청은 하지 않았다.
이번에 계열 항공사 확장을 명분으로 7년 만에 다시 증량을 신청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와 도의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