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35) 헨델의 수상음악 2번 D 장조 중 알레그로

2025-05-07     정은실

우리는 유년시절, 청소년시절 그리고 청년시절을 거쳐오면서 인생의 좌우명이 때때로 바뀌곤 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심지어는 사십이 넘은 장년이 되어서도 나침판없이 항해하는 선원처럼 표류한 상태로 물위에 떠 있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인생의 모토(motto)나 좌우명은 주로 학교 선생님이나 책 안에서 스스로가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필자의 경우, 인생을 거쳐오면서 한번도 바뀌지 않은 평생 좌우명은 의외로 한 영화에서 발견했다.

내 인생의 좌우명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1989년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에서 처음 발견했을 때의 감흥은 아직도 생생하다. 특히 비지니스를 하면서 마치 롤러코스트를 타듯 들쑥날쓱한 날들이 많았지만 이민생활 내내 필자를 궤도 밖으로 이탈하지 않게 굳건히 잡아주었던 것 역시 카르페 디엠이었다. 하루를 온전히 내 것으로 충실히 사는 것, ‘Seize the Day’로 번역되는 카르페 디엠은 호라티우스의 시에서 인용한 라틴어 구절로 생의 마지막이 언제인지 점성술사에게 묻지 말고, 또 내일을 믿지 말고 지금 시간이 있을 때 장미 꽃봉오리를 마음껏 즐기라는 뜻이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미리 차용해서 걱정하는 예나 지나간 과거에 사로잡혀 전전긍긍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오늘이다.

열 번 이상을 이 영화를 보면서, 특히 이 영화 안에 꼭꼭 숨겨진 고전음악을 찾아낼때 마치 흙속에서 진주를 찾듯, 황홀감이 일었던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헨리 데이빗 소로의 인생관이나 자신을 캡틴으로 부르라며 월트 휘트먼의 시를 인용한 부분 등 문학적으로도 많은 울림을 주었던 이 영화에서 명장면 중의 하나인 공을 찰 때 흐르는 가상나팔 소리같은 음악이 있다. 언제 들어도 기운이 솟고 긍정의 에너지를 정수리부터 밑으로 뻗치게 심어주는 곡이다. 쪽지를 나눠주면서 줄 지어 한 명씩 쪽지에 있는 문구를 크게 외치면서 공을 차고 나간다. 바로 이때 나오는 곡이다. 마치 승리의 팡파레 같은 이 곡을 들으면서 학생들은 한 명씩 세상이라는 거친 바다를 향해 돌진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항구를 구경할 선원이 되기 위해” “참된 시인이 되기 위해” “내 인생의 노예가 아닌 지배자가 되기 위해” “총구 앞에서도 태연하게 앞으로 나갈 수 있기 위해" “승산 없는 싸움에 도전, 겁 없는 적을 상대하기 위해”라고 외치면서.

음악의 어머니라는 닉네임이 붙은 헨델은 바흐, 비발디와 더불어 바로크 3인방으로 영국,프랑스,독일 등을 돌아다니며 작곡했던 작곡가다. 비록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으로 귀화해서 그곳에 묻혀있기 때문에 헨델을 영국인으로 알고 있는 점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음악가와는 달리혈기 왕성한 다혈질의 헨델은 오라토리오와 오페라 작곡에도 많은 심혈을 기울였던 작곡가다.

그 중에서도 헨델의 수상음악은 왕실의 벳놀이 연회를 위해 작곡한 곡으로 1717년 템즈강에서 초연된 곡이다. 물위에서 뱃놀이 하면서 연주한 곡이라 수상음악이란 제목이 붙은 것이지, 물과는 전혀 상관없는 곡이다. 합주협주곡 형식의 헨델의 수상음악은 총 22곡으로 그 시대에 유행했던 춤곡으로 3개의 모음곡 안에 번호대로 (HWV348,349,350)수록되어 있다. 1번~10번은 제1모음곡, 11번~15번은 제2모음곡, 그리고 나머지 16번~22번은 제3모음곡에 수록되 있고 그 중에서도 제2모음곡에 두 번째로 수록된 12번째 곡, Alla Hornpipe가 가장 유명하다. Alla는 ‘어떤 풍으로’라는 뜻으로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도 터키풍으로 라는 으미의 Alla Turca라고 되어 있다. Hornpipe는 굳이 번역하자면 쇠뿔이지만 여기서는 부레, 미뉴에트 등 춤곡의 일종으로 대명사화 된 언어로 보면 된다. 트럼펫과 호른 그리고 뒤로 가서는 오보에의 등장과 마지막의 바이올린의 화려함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의기양양하고 추진력과 박력이 넘치는 음률로 꾸며나간다.

언제 들어도 오늘 하루를 충실히 당당하게 살아낼 용기를 주는 곡, 다시말해 카르페 디엠을 온전히 구현하기에 손색이 없는 곡으로 헨델의 수상음악을 꼽는 이유다.

헨델의

큐알(QR)코드

정은실의 '알고 듣는' 클래식에서는 음악을 바로 들으실 수 있도록 큐알(QR)코드가 함께 게재됩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QR코드를 인식하고 화면에 나타나는 주소를 클릭하면 유튜브로 연결되고 플 레이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재생됩니다.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정은실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