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 전담기관 과부하, 제주 노인일자리 정책이 흔들린다
[김진훈의 말말복지] "민선 8기, 약속은 있었지만 이행은 없었다"
2022년, 제주도는 민선 8기의 깃발 아래 ‘고령친화 선도도시’ 조성을 선언했다. 도민 누구나 나이 들어도 일하고, 돌봄받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이었다. 그 계획의 연도별 추진계획에는 2024년까지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의 신규 운영’이 명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약속된 해가 지나가고 있는 지금, 제주에는 여전히 단 두 곳의 시니어클럽만이 과중한 부담을 떠안고 있는 현실이다.
제주시니어클럽(2004년 지정)과 서귀포시니어클럽(2009년 지정) 두 기관은 제주 전역의 노인일자리 사업을 떠맡고 있다. 2024년 기준, 한 곳당 평균 3,307개의 일자리를 운영 중인데, 이는 전국 시니어클럽 평균인 1,725개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전국적으로는 최근 5년간 시니어클럽이 28개소나 늘었지만, 제주에서는 단 한 곳도 새로 생기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민선 8기 공약에 '신규 운영'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추진 상황을 확인해 보면 도와 양 행정시는 여전히 “일자리 배정량 추이와 운영 여건 등을 고려해 수립 예정”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관련 부서에서는 신규 전담기관 설치에 대한 어떠한 실행 계획도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
이는 전국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의 운영 현황과 비교해 보면, 제주는 전국 평균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며,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고령친화도시가 맞다면, 구조부터 바꾸라”
노인일자리는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삶의 만족도 증가, 자아효능감 향상, 건강 증진, 사회적 고립 완화등 복합적 복지 효과를 가진 정책 도구다. 실제로 노인일자리사업 참여를 통해 참여 노인 1인당 연간 54만 원의 의료비 지출이 감소하고, 가구 빈곤율을 14.7%나 낮추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 효과는 현재 두 기관이 짊어진 과중한 구조 위에서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다. 노인일자리 배정량의 47%를 두 기관이 독점 수행하고 있어, 지역 간 형평성은 물론이고, 유관기관과의 협업·네트워크 구축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과부하 속에서도 행정은 정지되어 있다는 점이다. 「노인일자리법 제9조」, 「제주특별자치도 노인복지조례」는 지자체가 전담기관을 설치하거나 법인·단체에 위탁 운영할 수 있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기준과 절차도 이미 갖춰져 있다. 실행만 남았는데, 제주도는 여전히 ‘논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고 있다… 골든타임은 지금”
현재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63년생)는 이미 노년기에 접어들었고, 2차 베이비부머(1964~74년생) 역시 은퇴가 시작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세대보다 교육수준도 높고, 건강하며,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는 세대다. 제주사회가 이들의 역량을 지역 발전의 자산으로 활용하려면, 지금이야말로 전담기관을 설립할 골든타임이다.
늦어질수록 제주도는 기회를 잃고, 어르신들의 삶은 더 열악해진다. 제주도는 즉시 신규 전담기관 설치에 대한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에 반영하여야 한다. 정책은 구호로 완성되지 않는다. 실행이야말로 진정한 정책의 출발점이다. <김진훈 / 복지in연구소 소장>
<김진훈의 '말말복지' 코너는...>
말말복지는 말이하는 복지, 말로하는 복지를 의미하며, 말을 통해 제주의 복지를 알리고, 정책을 만들어가는 복지사의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가치실현을 위해 15년간 도내외 대학에서 사회복지 관련 강의를 하고 있으며, 복지in연구소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c/복지in연구소)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진훈 복지in연구소 소장
사회복지전공 석사 / 직업재활전공 박사 / 사단법인 복지인광장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