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오영훈 제주도지사, 제77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인사말
존경하는 제주 4·3 생존 희생자와 유족 여러분, 사랑하는 제주도민과 국민 여러분,
제77주년 4·3추념식을 다시 함께 맞이합니다.
1948년 4월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비극이 바로 이 땅 제주를 뒤덮었습니다.
그날 이후, 일흔일곱 번 해가 바뀌는 동안 우리는 침묵의 무게를 견디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평화와 상생을 향해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국가폭력의 실체를 바로잡기 위한 진실 규명 광풍에 휩쓸린 억울한 이들의 명예 회복 두 개의 줄기로 시작된 제주4·3의 극복 과정은 과거사 해결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제시했고, 오늘날 전 세계를 선도하는 평화와 인권 모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제주인의 정신과 평화의 숨결은 과거사 청산을 넘어, 평화와 인권의 가치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화해와 상생이라는 새로운 미래를 제주는 선택했습니다.
비슷한 아픔을 겪은 사람들에겐 위로와 희망이 되고, 지구상에 다시는 국가폭력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4·3의 실상과 진상규명 명예회복을 알려주는 4·3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까지 단 한 걸음만을 남겨뒀습니다.
1948년부터 2003년까지 기록된 1만4673건의 4·3 역사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는 소식이 곧 제주로 전해지길 기대합니다.
제주 4·3의 숨결이 한 시대의 기억을 넘어, 세계 인류의 역사에 영원히 새겨지게 될 것입니다.
제주4·3을 세계에 각인시킨 한강 작가님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소개된 프랑스 파리에서 특별전이 열리게 됩니다.
추념식이 열리는 이곳에서도 4·3 기록물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니, 그 여정에 잠시나마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유족 여러분, 이곳 4·3평화공원에 주인을 찾지 못한 행방불명인 표석 4,064기 중 그동안 유해 발굴과 유전자 감식으로 147분의 신원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3917기의 표석은 유해를 모시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단 한 분의 이름까지 모두 찾을 수 있도록 유해발굴과 신원확인을 이어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가족 분들의 DNA 채혈은 유일하고도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가족과 생이별한 채 어둠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신 분들이 손자와 조카의 채혈 덕분에, 비로소 가족의 품에서 영면에 들 수 있었습니다.
직계는 물론 방계가족들께서도 DNA 채혈에 적극 참여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행방불명 희생자들의 신원을 찾는 한 걸음이 기억을 바로 세우고 유족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는 길이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 활동 종료가 진실 규명의 중단으로 종결되어선 안 됩니다.
진실화해 위원회는 육지에서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의 유해 발굴에 중대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대로 활동이 끝나버리면 경북 김천 돌고개, 전주 황방산, 경산 코발트광산, 대전 골령골, 다른 지역에서 희생된 분들을 찾아내는 컨트롤타워가 사라지게 됩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 개정으로 반드시 3기 진실화해 위원회가 출범해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이 가족 품에서 영면하실 수 있도록 유해 발굴과 유전자 대조 과정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제주도정은 제주와 육지를 불문하고, 마지막 단 한 명의 희생자까지 찾아내 최선을 다해 예우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유족 여러분,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의 진상조사와 보상을 비롯한 명예회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4·3 희생자와 유족 분들에 대한 보상 절차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달까지 전체 희생자 1만 4,935분 중 희생자 6,066분, 약 41%에 대한 보상급 지급이 완료되었습니다.
현재까지 군사재판 수형인 중 2,148명, 84.9%가 직권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일반재판 수형인 1,797명 중에는 341명이 직권재심 청구를 완료하여 그중 241명, 13.4%가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희생자 한 분 한 분의 명예가 온전히 회복될 때까지, 제주도정이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제주4·3은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과거사 극복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그 정신은, 변화와 혁신의 최전선에서 제주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2035 탄소중립 제주를 목표로, 생활과 산업 전반에 걸쳐 온실가스를 줄이고 청정 자연을 지키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탄소 없는 섬, 제주에서는 선언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입니다.
에너지 대전환 역시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그린수소와 전기차 인프라도 갖춰가며 제주는 에너지를 스스로 만드는 섬으로 진화 중입니다.
우주와 하늘로 향하는 산업의 기반도 차근차근 다져가고 있습니다.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 위성정보 활용 생태계 구축, AI·디지털대전환으로 제주를 첨단 산업의 장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유족 여러분과 함께, 도민 여러분과 함께, 지속가능한 내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하는 내일을 반드시 실현해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권력은 언제나 역사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4·3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헌법의 가치 위에 흔들리지 않는 정의와 꺼지지 않는 평화의 불빛을 밝힐 것입니다.
4·3을 함께 기억하며, 과거를 넘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불멸의 다짐에 함께 해주십시오.
4·3 영령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