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을 여는 새로운 바람, 한라윈드앙상블 정기연주회 참관기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한라윈드앙상블 유포늄 주자)

2025-03-22     황경수

2025년 3월 22일 토요일 제주 문예회관에서는 한라윈드앙상블 80회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새 봄의 새로운 바람을 느끼게 해보겠다는 표현의 음악회였지만, 한라윈드앙상블이 30년을 보내면서 새로운 걸음을 제대로 걸어보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느낌이 있는 듯하기도 했다.    

김재용 선생님의 지휘, 조은별 님의 판소리가 중심을 이루었다. 김재용 지휘자는 연주자로써, 편곡자로써, 지휘자로써 활동하고 있으며, 음악교사의 소명을 마치고 자유인이 되신 분이시다. 제주 음악의 자존을 뿡뿡 뿜어내고 있는 분이다. 조은별 선생은 제주와 육지를 하나의 무대로 삼아 활약하고 있는 판소리 선생님이시며, 가요와 퓨전음악으로 후학을 가르치는 분이시기도 하다. 음악을 꼭 들어보시길 바라고 싶다. 힐링, 기특하다는 생각, 우리의 소리가 이렇게 이쁠 수가?!!! 이런 느낌이 든다.

사진=황경수

곡들의 스토리는 다음처럼 연결되었다. 유포늄연주자로 참여하면서 느낀 점을 간략하게 요약해보았다.   

  1. 겨우내 몰아쳤던 북풍한설을 생각케 하다가 새로운 계절이 왔음을 알리는 밝은 행진곡 : 천둥과 번개 폴카
  2. 멀리서 다시 찾아온 밝은 새소리의 스윙 리듬 : 옛 친구 스윙행진곡
  3. 절제와 박력, 하나로 모은 시원한 트럼펫소리 : 매직 트럼펫
  4. 제주의 아픔으로 동감할 수 있는 아일랜드의 민요! “아! 목동아”로 불리는 애절한 곡 : 데리 지방의 아일랜드 민요 ‘대니보이’ 
  5. 모든 파트의 진면목을 한 곡에서 보여주는 편성, 브라스의 고전 : 시인과 농부
  6. 영국의 대관식을 생각케 하는 서주부, 이어지는 “퀸”그룹의 밝은 리듬 : 갓 세이브 더 “퀸”
  7. 모든 음과 느낌을 끝까지 끌어올리는 편곡 : 오버 더 레인보우
  8. 세계적 음악의 정수, 우리의 판소리, 그 퓨전의 전령 : 쑥대머리, 난감하네
  9. 비트의 강함으로 우리의 얌전한 마음을 자제하기 힘들게 만드는 펑크 : 플레이 댓 펑키
  10. 러시아의 광활한 전경과 볼륨을 그대로 끌고 온 : 슬라브 마치 

오늘의 기고에서는 관람해주셨던 관객들의 평을 모아보았다.    

  관객 1 : “아는 음악을 관악으로 들으니 시원하고, 겨우내 움츠리고 슬쩍 우울했던 기분이 모두 사라졌다. 너무 좋았다. 봄이 온 싯점, 날씨도 좋고, 음악도 좋고, 관객을 끌어드리는 지휘자의 위트와 배려도 완젼 훌륭했다. 지휘자의 관객을 품으려는 배려가 참 고맙고, 좋았다.”  

  관객 2 : “트럼펫 소리가 좋았다. 7대의 트럼펫 연주도 좋았고, 곡 중 솔로가 좋았다. 트럼펫의 자연스러운 바이브레이션이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있다. 국악과 밴드가 어울림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아! 목동아“가 클라이맥스로 올라갈 때, 가장 인상적이었다. 돌아가신 임 피제 신부님이 생각났고, 아일랜드와 연결됨을 느끼기도 했다. 플륫이 관악소리를 뚫고 나와서 선율적으로 들릴 때도 좋았다.”

  관객 3 : “프로그램 구성이 좋았다. 관객이 입장을 많이 생각해준 선곡이었다. 음악에 특별한 조회가 없더라도 어떤 서사가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중간 중간 지휘자의 맨트가 있어서 따뜻하고, 관객들에게 확 다가오는 한라윈드의 느낌을 느끼게 해주었다. 엥콜곡이 시즌에 맞고!!! 추웠다가 날씨가 좋아서 꽃을 기다리는 분위기에 맞는 곡이었다. “이 팀이 봄을 불러주는구나”하고 생각하게 하는 시나리오를 짠 느낌!! 기획을 위한 논의구조가 탄탄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회자도 좋았다. 또박또박! 관객들을 배려하는 멘트. 고객을 지향하는 사회였다. 음악회, 전체적으로 고객지향 음악회!!~~ 였다.“   

  관객 4 : ”창단, 32년이 지났다. 젊은 친구들이 많았고, 나이 드신 세대와 호흡을 같이 하는 모습이 좋았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 정도일텐데도 호흡을 같이 나누고, 악기를 동시에 불면서 한 호흡으로 맞추기도 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인상적이었다. 의미가 있었다. 슬라브 무곡은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듯 했다. 처음은 잔잔, 나중엔 휘몰아치면서,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도록 에너지를 모아주려는 듯 했다. 전쟁에서 부상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여주려는 느낌도 들었다. 동토, 고토에서 고생스럽지만 살아가면서 힘을 내면, 나중 나중 큰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차이코프스키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는 듯 하였다.“   

  관객 5 : ”은하철도 999, 너무 좋았다. 관악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곡이었다. 판소리와 관악의 조화가 정말 정말 훌륭했다. 국악을 하는 사람으로써 관악반주에 판소리가 이렇게 어울릴 줄 몰랐다. 훌륭했고, 다음에도 꼭 초대해주시라!” 

사진=황경수

지휘자님에게도 여쭈었다. 

  지휘자님 왈, “한라윈드의 독특한 사운드에 제주의 아름다움과 영혼의 가치를 가득 담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시민밴드라는 이름 취지에 맞게 친근한 음악,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음악,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품어내도록 노력하겠다. 제주의 가치는 꼭, 잘 담아내도록 노력하겠다.”

한라윈드앙상블은 제주 관악의 역사를 품어내는 노력의 결과,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건강한 하이어라키(위계)가 있다. 좋은 일이다. 거기에다가 연습할 때 선배들을 ‘삼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혹시 부담을 줄 수 있는 권위적인 위계가 남아있다면 그것을 무너뜨리고 녹이는 호칭이다. 참 보기 좋은 모습이다. 

이번 음악회에서는 전문예술단체에서 정년퇴직한 분이 합류하는 첫 사례가 있기도 했다. 트롬본 고동익 선생님이 단원으로 합류하셨다. 고교, 대학시절에 악기를 같은 공간에서 연주하던 분들이 다시 한라윈드앙상블에서 만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같이하고자 하는 추억을 다시 소환하여 불러모으고, 같은 악보를 보면서 연주하게 되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박수를 보낸다. 

사진=황경수

라비스망(ravissement)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뭔가에 강탈당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예술은 우리의 마음을 강탈해간다는 느낌과 연결되며, 예술에 강탈당할 수 있다면 행복하게 된다는 맥락도 있다고 한다. 제주도민들을 행복하게 해드리기 위해, 제주도민의 마음을 한라윈드앙상블이 예술로 라비스망해(강탈해)올 수 있기를 두고두고 바래본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한라윈드앙상블 유포늄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