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24m 강풍에'...제주들불축제 전면 중단, 일정 모두 취소

새벽부터 태풍급 강풍...축제장 시설, '쓰러지고 날아가고'
결국 전면 중단결정...첫날 개막행사만 치르고, 아쉬운 마무리

2025-03-15     윤철수 기자
빛과

지난 14일 화려한 개막을 알렸던 '2025 제주들불축제'가 15일 새벽부터 몰아친 태풍급 강풍으로 인해 전면 중단됐다. 16일까지 계획됐던 사흘 일정 중 첫 날 개막행사만 치른 채 잔여 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제주시는 15일 오전 현장상황 판단회의를 열고 15일과 16일 진행할 예정이었던 2~3일차 행사 일정의 전면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면 취소라는 결정이 내려진 이유는 '강풍'이었다.

축제장인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일대에는 이날 새벽부터 태풍급 강풍이 몰아쳤다. 오전 9시30분을 기해서는 강풍경보까지 내려졌다.

기상청 관측시스템에서 이날 새별오름 지점의 최대순간풍속은 24.8m/s를 기록했다. 이는 보통 여름 태풍이 제주도를 근절할 시점에서 나타나는 위력이다.

돌풍성 강풍이 몰아치기 시작하자, 축제장 상황은 급속히 악화됐다. 행사 진행을 위해 사전에 설치한 축제 주무대가 파손된 것을 비롯해 천막 수십동이 주저앉거나 쓰러지고, 집기류 등의 시설물들이 파손되거나 날아갔다.  

이에 제주시는 현장에서 긴급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하고, 오전 9시50분을 기해 행사를 전면 중단하고 잔여 행사 일정은 모두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꼽힌 기존 '오름 불놓기' 대체 프로그램은 첫 선을 보이지도 못한채 아쉬운 폐막을 알리게 됐다.

2년 만에 다시 열리는 올해 들불축제는 '불' 없는 축제의 첫 선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기존 '오름 불놓기'를 비롯해 달집태우기와 횃불대행진이 전면 폐지되고, 대신 미디어아트 방식의 빛과 조명의 디지털 쇼 중심으로 새롭게 재설계됐다.

축제 첫날은 대체로 순조로웠다. 4일 오전 10시 삼성혈에서 ‘희망불씨’ 채화를 시작으로 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이어 오후 1시 새별오름 앞 광장에서는 김완근 제주시장이 초헌관을 맡아 제주들불축제의 성공과 제주의 풍요, 발전을 염원하는 ‘희망기원제’가 봉행됐다.  

새별오름 광장에서는 읍.면.동 주민들이 참가한 줄다리기와 집줄놓기 경연 등이 펼쳐졌다. 주무대에서는 제주 헤리티지 갈옷패션쇼와 제주농요보존회의 전통문화공연이 열렸다.

오름불놓기 폐지로 인해 개방된 등반로에는 많은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름꼭대기 콘서트, 새별오름 마당스탁 등 축제장 곳곳에서 펼쳐진 지역예술인 10개 팀이 참여하는 버스킹은 축제를 즐기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광장 동편 말테우리 마당에서는 관람객들이 마상마예 공연과 승마체험 등을 즐겼으며, 소풍 마당과 바람 마당에서는 소원팔찌 만들기, 희망엽서 만들기, 불턱쌓기 체험 등이 진행됐다.

저녁 7시부터는 개막식이 열렸다. 새로운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축무(祝舞)’를 시작으로 국내․외 자매도시의 영상축하메시지 등이 이어졌다.

개막공연

이후 ‘희망불씨 모심’ 행사는 기존의 실제 불씨가 아니라, ‘디지털큐브’를 무대중앙 포디움(원형스크린)에 안치하는 퍼포먼스로 진행됐다. 큐브 안치와 동시에 영상으로 표현된 디지털 불꽃이 화려하게 재현되며, 김완근 시장은 개막선언을 통해 오름불놓기의 디지털 대전환을 알렸다.

개막이 선언되자 첫 날 소주제인 ‘희망, 틔우다’에 맞춘 아티스트들의 공연과 함께 새별오름 전면에는 제주 출신 청년작가들의 원화작업으로 디자인된 미디어 아트쇼가 펼쳐졌다.

식후 공연에는 명불허전 트로트 디바 송가인과 제주청년 감성밴드 스웰시티의 공연이 펼쳐졌다.

개막공연

그러나 이틀째와 사흘째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당초 15일에는 기존 횃불대행진을 대체한 디지털 횃불 이용 희망대행진을 비롯해, 기존 달집 태우기를 대체한 프로그램 '디지털 달집', 그리고 오름불놓기를 대체한 '디지털 불놓기' 등 빛과 조명의 미디어아트 방식의 '복합 미디어 아트쇼'가 펼쳐질 예정이었다.

미디어 아트쇼에서는 디지털 불꽃 영상과 레이저 드로잉 등을 통해 빛으로 새별오름을 새롭게 채색하는 동시에 주무대에서는 악가무(樂歌舞)의 화려한 공연이 함께 펼쳐지는 것으로 계획됐다. 많은 화약이 투입되는 불꽃쇼와 미디어 아트 등에 투입된 예산만 4억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기존 오름불놓기 등을 대체하는 새로운 디지털 축제로 발전 가능성을 평가받는다는 계획이었다. 

사흘째인 16일에는 공연, 각종 체험놀이, 민속놀이 전국대회 결승 및 시상식 등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불놓기'와 '디지털 횃불 행진', '디지털 달집' 등의 행사가 아예 열리지 못하게 되면서, 앞으로 제주들불축제의 방향, 정체성 관련 논란은 더욱 커지게 됐다.  

한편, 제주시는 이번 축제 일정 전면 취소와 관련해,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부득이 하게 행사 취소를 결정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면서 “제주시청 전 직원이 신속하게 축제장 시설물과 환경 정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날 주 행사장인 새별오름 일대에는 최대순간풍속이 24.8m/s에 이르는 강풍으로 인해 축제장 무대, 천막, 집기류 등 각종 시설물이 파손되는 상황에서 안전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행사장 천막, 구조물 등에 대한 안전 위해 요소에 대해 현장 점검을 실시하여 제주도청 및 행정안전부와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며 "안전 상황을 고려하며 부분적으로 축제 시설물을 철거하는 등 축제장 정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