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감사위, '도시관리계획 기준안' 조사 안한다...이유는?
환경단체 조사 청구에 "조사 제외사항에 해당" 종결 처리
"도의회 상임위에서 의결된 사항"...환경단체 "문제 본질 조사해야"
제주도 중산간 지역의 대규모 관광개발을 명시적으로 허용한 제주도 도시관리계획 수립 기준안과 관련해, 환경단체가 이 기준안이 상위계획에 위배된다며 감사위원회에 조사를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달초 감사위에 제출한 '제주 중산간지역 도시관리계획 수립 기준안(도시지역 외 지역에서의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제한지역 변경안)'의 상위계획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 청구에 대해 감사위가 '조사 종결'을 통보해 왔다고 12일 밝혔다.
조사 시작 통보를 해 온지 하루 만에 조사 종결 통보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조사 제외사항'에 해당된다는 점을 들었다. 즉, 해당 내용이 조사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감사위 조사 업무 처리규정에서는 '법령 및 조례에 따라 설치한 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사항'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고 종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도시관리계획 기준안은 지난 2월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 상정이 보류되기는 했으나,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도시위원회에서 심의해 가결 처리됐기 때문에 '심의.의결한 사항'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조사를 해 달라는 문제의 본질적 부분은 외면한채 일방적 종결처리를 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단체는 "이번 결정은 감사위원회가 운영 중인 ‘적극행정면책제도’에서 제시하고 있는 ‘소극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고 직격했다.
또 "이 사건의 경우 도의회 상임위는 통과했지만, 도민사회의 논란이 되는 중대사안으로 도의회 의장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본회의 상정까지 보류한 사안이다"며 "그러나 감사위는 이 사건의 중대성과 업무처리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규정을 빌미로 문제의 본질을 조사하지 않겠다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제주도는 환경도시위원회에 도시관리계획 수립 기준이 상위계획인 제주도 도시기본계획에 따라 마련된 것이라고 보고했다"고 전제, "이는 감사위 조사업무 처리 규정에서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는 사실이나 자료, 정보 등의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라고 하는 규정을 볼 때 감사위는 이를 근거로 조사를 계속 진행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과 관련해, "환경도시위원회는 당연히 제주도가 상위계획의 내용과 취지에 부합한 도시관리계획 수립 기준을 제시했을 것이라고 보고 심의를 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도시위에서 가결되기는 했으나, 의결 과정에 제주도에서 상위계획에 부합한 것으로 잘못 보고한 오류가 있을 경우 조사 대상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 단체는 "제주 중산간 지역 보전의 중대한 기로가 될 이번 사건에 관해 조사를 중단한 감사위의 결정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며 재조사를 촉구했다. 또 "제주도의회 이상봉 의장은 이번 사건의 상위계획 위반 여부에 관해 직접 감사위에 조사를 청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 중산간 지역 관리 기준안, 논란의 핵심은?
한편, 이번에 제주도가 마련한 기준안은 제주도 중산간 지역을 2개 구역으로 나눠 관리하는데, 한라산에 가까운 1구역은 엄격히 개발을 제한하되, 2구역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부분적 개발을 허용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1구역은 지난 2015년 제주도가 지구단위계획구역 제한지역으로 설정한 평화로, 산록도로, 남조로 한라산 방향이고, 2구역은 1구역을 제외한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이 해당한다.
중산간 1구역에서는 현행처럼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이 제한된다. 추가로 유원지와 태양광·풍력발전시설, 유통업무설비 등 도시계획시설이 금지되며, 2층(10m) 초과 건축물은 제한된다.
반면, 중산간 2구역에서는 주거형, 특정지구단위계획과 골프장 포함 관광휴양형, 산업유통형(첨단산업 제외) 지구단위계획이 제한된다. 유원지, 유통업무설비, 도축장 등 도시계획시설이 금지되며, 3층(12m) 초과 건축물도 제한된다. 이는 역설적으로 2구역에서는 골프장이 포함되지 않은 관광휴양형 시설 등은 3층(12m) 이내 규모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기준안이 확정될 경우 중산간 훼손 우려가 큰 한화그룹 계열사의 중산간 관광개발사업이 첫 수혜자이자 결정적 혜택을 볼 수밖에 없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새로운 기준에서는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17-5번지 일대 125만1479㎡ 부지에서 추진하고 있는 '애월 포레스트 관광단지 조성사업'의 추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골프장'이 빠진 대규모 관광시설이어서 기준안의 '2구역'에 해당한다.
사업자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 제시한 내용을 보면, 휴양문화시설 및 운동오락시설, 숙박시설내 건축물은 건축면적 14만6619㎡, 건축연면적 41만5320㎡, 최대 지상 3층으로 계획했다.
숙박시설 객실수는 휴양콘도미니엄 890실(워케이션 496실 포함) 호텔 200실 등 총 1090실에 이른다.
제주도에서 제시한 '2구역'의 조건에 부합하도록 '건축물 3층 이내' 등의 계획이 짜여지면서 도정과 업체간에 사전 교감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 개발사업을 염두에 둔 기준안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표출됐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