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주의 논리는 우리 사회에 어떤 위험을 초래하나?

[김평선 시론-제주국제자유도시와 제주의 미래] (1) 근대국가의 행복 추구와 공리주의

2025-02-26     김평선

1990년대 제주개발특별법 시대가 2001년 제주도가 제주국제자유도시로 지정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90년 이래 제주개발 문제와 제주의 미래를 위한 논쟁과 토론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의 미래, 공동체의 미래, 제주 환경 파괴를 걱정하는 제주도민도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논의는 개발 vs 보전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개발과 환경 파괴 문제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도 중요하다. 도민의 삶도 중요하다. 그래서 현 제도를 만들어 낸 과거를 바로 알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겪는 다양한 현상이 왜 나타나는지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즉, 현재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작동시키는 논리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현실과 제도를 평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분명하게 보이는 현실로서의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 이런 바탕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에 대한 논의를 다른 차원으로 이어갈 수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와 제주의 미래]를 주제로 제주국제자유도시가 탄생하게 된 맥락을 긴 역사적 흐름 속에서 되짚어 보고, 제도가 어떤 논리로 설계되고 운영되고 있는지, 그 속에 오류는 없는지 검토하려 한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는 역사 속에서 경제와 사회가 혼란하고 미래가 불안할 때마다 미래의 모습을 모색해 왔다. 지금이 바로 ‘그때’일 수 있다. 그래서 도민 각자가 원하는 세상을 상상하는 힘을 회복하는 일도 중요하다. 미래를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는 감각과 이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글쓴이>

 (1) 근대국가의 행복 추구와 공리주의

지금까지 일각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신자유주의 실험이라고 비판해 왔다. 신자유주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근본적으로 신자유주의 특징이 제주국제자유도시와 관련된 제도와 계획 어디에 그런 특징이 일관되게 분포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다른 시각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제주도를 포함한 현대 국가, 근대국가와 사회를 움직인 힘, 공리주의 내용을 파악하고 어떤 원리로 근대 사회를 움직였고, 제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간략히 살펴본다. 그리고 제주국제자유도시와 관련된 현상 일부를 통해 공리주의 논리가 작동하는 방식과 위험을 파악하고자 한다. 

16세기 이래 유럽에서 행복이 개인, 국가, 사회 차원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사람이 오스만 제국을 탐구하면서 다양한 제국의 위협에 대항할 이탈리아 정치체제를 고민했다. 이 이탈리아 사람의 저서는 각기 다른 배경의 유럽 지식인의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 유럽에서 수많은 전쟁과 내전이 이어지자, 전쟁에서 벗어나 행복을 추구하는 국가를 새롭게 호명한 사람이 나타났다. 이 사람은 시민사회를 기반으로 사회계약을 체결해야 함을 주장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국가를 운영할 지식을 강조했다. 어떤 이는 쾌락에 이끌리고 고통에 반발하는 인간의 본성에 기반하여 남성 개인과 가정에 토대를 둔 통치 체제를 고안했다. 또 다른 이들은 국가 하부 단위에서 스스로 결정하는 자치 정부와 작은 공화국을 고민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세상을 고민했지만, 행복의 내용, 국가와 사회 운영 방식이 다를 뿐 모두 ‘행복’을 추구했다.

근대에 사회가 발견된 이후 개인을 넘어 사회가 더 많은 사람 행복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진보한다는 관념이 탄생했다. 18세기 말 혁명 과정에서 국가의 목표로 행복이 등장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이후 수많은 논쟁의 핵심 주제는 ‘행복’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행복이 국가이익, 개인 이익, 집단이익, 사회이익, 공익, 계급 이익 등 ‘이익’으로 자주 호명되었을 뿐이다. 

1789년

영국 왕실이 전쟁으로 인한 재정 부족 문제를 아메리카 식민지 주민에게 전가하자, 독립 전쟁이 발발했다. 미국 독립선언문에 ‘생명, 자유’ 이외에 ‘행복 추구’가 개인의 천부적인 권리로 천명되었다. 미국의 행동에 영감은 받아 1793년 프랑스 혁명 헌법에 사회 목표로 ‘대중의 행복’이 제시되었다. 소빙하기 기후 영향으로 인한 식량 생산 감소, 중상주의 정책, 필수품 생산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이 프랑스 혁명을 이끌었다. 미국을 모방했지만, 프랑스와 미국은 기본적으로 여건이 달랐다. 혁명 직후 프랑스는 유럽 제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를 내세웠지만, 경제가 위기였다. 실권을 잡은 나폴레옹은 경제가 살아야 군대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1800년 프랑스 은행을 설립했다. 그리고 나폴레옹 전쟁은 유럽을 제패하려는 제국주의를 향했다. 왕정복고와 혁명이 반복되었다. 이 과정에서 공리주의 효용과 문명화를 추종하는 자유주의자들이 형성되었다. 종국에 이들이 행정부와 의회 권력을 장악하여 신제국주의 팽창정책을 지지했다.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공리주의와 자유주의(다수 지배 원리), 자본주의 연합이 형성되는 순간이었다. 

19세기 토크빌과 니체, 20세기 초 E.H. 카(Carr)가 공리주의를 비판했다. 그러나 공리주의, 자유주의, 자본주의 연합은 더 공고해졌다. 19세기 존 스튜어트 밀, 그리고 제3세대 공리주의자들은 법 철학의 토대인 자연법 사상, 즉 사회 혹은 국제사회에서 개인 혹은 국가가 따라야 할 선(the good)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거부했다. 대신 이들은 ‘문명화’를 국제법의 원칙으로 제시했다. 공리주의 문명화 논리는 신제국주의 팽창을 정당화했다. 신제국주의가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를 향했다. 국가, 사회, 개인이 전쟁을 추구했고, 이 과정에 민족(인종) 우월주의가 나타났고, 일부 국가는 공리주의 논리를 따라 대량 학살을 자행했다. 일본제국은 공리주의 논리인 문명화를 내세우며 조선을 식민지화했고, 제국주의 전쟁을 위해 총력전을 준비하며 조선 사회와 자연을 동원했다. 

19세기 이래 국가와 사회, 개인에 영향을 미친 공리주의 논리를 들여다보자. 17세기 스코틀랜드 계몽 철학자들이 『리바이어던』에 반발하여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내세웠다. 시간이 흘러 벤담이 효용(utility)을 내세운 공리주의 윤리 철학을 고안했다. 벤담은 고통을 회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것을 인간 본성으로 전제하고, 행복은 ‘쾌락의 향유, 고통으로부터의 안전’이라고 정의하고, 개인과 국가의 의사결정 기준은 행복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밴담은 개인마다 쾌락과 고통은 질적으로 같지만, 양이 다르다고 보았다. 벤담은 당시 영국에서 행복의 양이 큰 사람은 국왕이라고 밝혔다. 벤담의 논리를 국가의 정책 결정 수준에 대입하면, 행복(기대 이익)이 큰 사람들 중심으로 정책을 결정하게 된다. 국가가 이런 기준으로 정책을 결정하면 불평등 등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벤담의 논리는 기득권의 이익을 강화하는 보수적인 특징이 있다.

이런 논리에서 벤담은 사회(개인의 총합)의 행복과 고통을 계산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러한 벤담의 생각을 고전 경제학과 법학에서 수용했다. 한국에서 공공정책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는 B/C 분석의 비용과 편익 개념, 현재가치 개념은 벤담의 행복 계산법을 기계적인 방식으로 세련되게 재조립한 것이다. 벤담의 계산법을 계승한 B/C 분석이 기득권 강화에 기여한다는 점은 제주 제2공항 건설 타당성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의 타당성 조사에서 항공사의 이익이 도민과 관광객 편의보다 크게 조사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지속할 경우,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위험이 있다. 종국엔 정치적 차별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벤담의 아이디어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벤담 사후 존 스튜어트 밀이 지적한 바와 같이 개인과 국가의 행위 결과(기대 효용)의 실현은 미지수이다. 10년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에서 기대 효용으로 GRDP와 인구가 제시되었다. 그러나 선출직 관료들, 직업 관료들, 기술 관료들은 기대 효용이 실현될 것이라 믿게 만든다. 개인이나 국가의 행위를 결정하고 추진하는데 항상 수많은 변수가 작용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매년 숫자로 표현되는 GRDP와 인구가 반듯이 국제자유도시 추진 결과라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

벤담은 단순하게 현재 기준에서 행복과 고통을 생각할 뿐이었다. 그래서 벤담은 당대 사회 전체와 개인의 행복과 고통을 발생시키는 원인에 침묵했다. 벤담은 인클로저법으로 농지를 잃은 농민들이 전국을 유랑하며 구걸하자,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보고 빈민법의 개혁을 주창했고 현실화시켰다. 벤담의 생각은 한국 독재 정부에서 형제복지원과 같이 인권이 무시된 정책으로 되살아났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에서 행복과 고통은 언제나 현재를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종합계획에 제주 사회가 현재의 모습을 하게 된 원인과 진행 과정, 사회 경제의 구조와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 단지 현재를 기준으로 행복(기대 효용)의 증대를 위한 사업만 제시될 뿐이다.

공리주의 논리는 집단학살과 처벌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1948년 제주와 1980년 광주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 권력은 국가의 안전에 위협을 주는 소요를 일으켰다고 정당화하고, 제주도민과 광주 시민들을 학살했다. 권력은 제주 사람들을 국가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주관적인 판단으로 등급을 산정하고 처벌했다. 당시 권력에게 제주4.3의 원인은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현재의 행복과 고통으로부터의 안전(한국의 생존)만 중요했다. 

제주비행장에

그리고 공리주의 문명화 사명 논리에 따라 서구 종교인을 식민지 확대와 지배에 동원한 것처럼, 공리주의는 특정 효용을 위해 인간을 동원할 수 있다. 제1차 제주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 저비용 관광 활성화 수단으로 ‘휴양펜션업’이 제안되었다. 전문가들은 더 많은 관광객이 들어오고, 투자가 유치되는 환경이 조성되는 메커니즘(저렴한 숙박 비용)을 완성하기 위해 제주도민에게 휴양펜션업을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다만 제주도 숙박 시장에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폐업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안내하지 않았다. 2001년 도의회에서 관료는 “저비용 관광을 위해서 현재까지는 도시구역지역에 휴양펜션업 시설 설치가 안되고 있”지만 “특례로 도시계획구역내 자연녹지지역에서도 휴양펜션업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2007년 제주시는 휴양펜션업의 창업·운전자금 융자한다며 휴양펜션업을 장려했다. 그러나 휴양 펜션 수는 감소해 갔다. 

환경 보전과 공리주의가 만나면, 자연은 그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자원(효용)으로 둔갑한다. 물론 인류 역사에서 인간은 자연에서 물질을 획득하며 문명을 이룰 수 있었다. 자연에 대한 공리주의적 윤리는 자연을 도구적 가치, 즉 수단으로 바라보고 이용 착취하려 한다. 자연이 제공하는 효용(유전자원 가치, 경관 가치, 희소성 가치 등)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효용이 적거나 없는 자연 개체는 가치가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공리주의 관점에서 흔한 동식물은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전 가치가 없게 되어 버린다. 자연에 대한 공리주의 윤리는 생태계를 효용 가치 기준에 따라 개체로 분리시킨다. 한국의 보호종 보전 논리,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공리주의 논리에 입각해 있다. 현대에 자연이 착취당하기 쉬운 이유는 공리주의 윤리를 기반으로 제도가 마련된 이유도 있다. 근대의 제도인 국립공원 제도는 자연을 경관적 가치 측면에서 바라본 결과로 탄생했다. 19세기 말부터 미국 사회에서 풍경이 좋은 지역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이런 곳이 인간 방문이 증가하게 되면서 관광지로 변화되었다. 이런 논리에서 현대에 과도한 자연 착취가 문제가 되자 ‘현명한 이용’ 윤리가 탄생했다.

공리주의자들은 인간을 평등하게 바라본다고 주장한다. 엄밀히 말하면, 공리주의는 인간을 개인마다 서로 다른 존재로 보지 않고 기계적으로 바라본다. 공리주의 논리에 따라 제주도민은 동일한 가치를 지닌 수로 표현될 뿐이다. 공리주의는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소수를 다수 행복에 희생시킬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공리주의와 자유주의는 통하게 된다.

공리주의가 민주주의를 만나면, 주권자는 주인이 아니라, 도구로 전락한다. ‘만족도 조사’와 ‘정책 찬반 설문조사’는 벤담의 행복과 고통을 선호(만족-불만족/찬성-반대)로 치환한 선호 공리주의 논리에 입각해 있다. 선호 공리주의 설문조사를 통한 지배 메커니즘은 이렇다. 관료는 도민의 세금으로 설문 조사하여 도민사회를 분열시키고 서로 싸우게 만든다. 그 결과 관료가 지배하기 쉬운 여론 구조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관료들은 교묘하게 사회 갈등을 관리하는 자유주의 기술을 사용한다. 갈등 원인 제공자가 갈등 관리자로 변신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다수 의견을 채택한다. 공리주의자들은 공리주의가 숙의 민주주의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는 실제적인 측면과 논리적인 측면에서 모두 허구이다. 선호 분포(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숙의(숙의형 공론조사)를 위해 선발된 미니 공중이 토론을 지속해도 숙의 효과가 실제 나타나지 않는다. 인간은 인지 편향이 있어 자신의 선호와 다른 정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숙의를 위해 미니 공중을 선발하는 선호 분포 여론조사 결과가 숙의 결과로 나타난다. <헤드라인제주>

* 이후 미국의 전후 국제질서 구상, 제2차 오일쇼크 이후 신군부의 대응 과제(개방화)와 국내외적 배경, 1983년 신군부의 제주국제자유도시 구상 내용과 2001년 민주 정부의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비교, 제도를 중심으로 공리주의와 제주국제자유도시 관련성 등을 기고할 예정이다.

 

글쓴이 김평선은... 

제주4.3유족으로 정치학을 전공하고 제주4.3에서 서북청년단의 폭력행위 동기를, 미군정의 제주도제 실시 사례에서 영토와 권력의 관계를 연구했다. 그리고 시야를 넓혀 근대국가가 형성되고 운영되어 온 과정을 정치철학, 권한 이양과 분권화 등 국가 운영을 위한 기술(statecraft)를 중심으로 공부해 오면서, 국가를 ‘권력과 지배’, 그리고 ‘자유’ 관점에서 탐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