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기관 공채절차 없이 '무기계약→정규직' 전환, "문제 있다"

감사위, 신용보증재단 무기계약직 직원 2명 일반직 전환은 '부당'
"정당성과 합목적성 인정 어려워...청년에 공정한 기회보장 훼손" 
사실상 묵인.동조 제주도청 관계부서도 도마...왜 그토록 협력적으로?

2025-02-19     윤철수 기자

제주도내 한 공기관이 정식 공개채용 절차도 거치지 않고 무기계약직 직원 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한 것에 대해 감사위원회가 '공정성에 위배되는 부당한 인사'라는 결론을 내리고, '엄중 경고' 등의 처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논란의 정규직 전환채용 과정에서는 해당 공기관의 인사업무도 문제이지만, 감독기관인 제주특별자치도 소속 부서에서도 사실상 묵인 내지 동조한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는 지난해 7월 17일부터 23일까지 제주신용보증재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감사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무기계약직 직원 2명에 대한 일반직 전환 채용의 부적정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이 문제는 현재 제주도내 지방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등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각 기관마다 주요 부서에 계약직 공무원들이 상당수 배치돼 있는데, 신용보증재단의 사례가 정당성을 얻을 경우 앞으로 공개채용 절차 없이 '무시험 일반직 전환'이 가능한 길이 열리게 되기 때문이다.
 
신용보증재단의 전환채용 논란은 2023년 11월 무기계약직(전담직) 직원 2명을 일반직 7급으로 전환 채용하면서 촉발됐다. 당초 신용보증 지원 및 채권관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계약직으로 채용한 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고, 이후 다시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이다. 

재단의 '직제 및 정원관리규정'에서는 "채용 당시의 직종은 원칙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라고 명시돼 있었으나, 전환 채용을 하기 직전인 그해 8월 제주특별자치도 관계부서 협의를 거쳐 9월에 해당 조항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격요건도 규정하지 않은 채 '일반직 7급'을 신설했다. 기존에는 직원의 직급이 6급까지만 분류돼 있었는데, 새롭게 신설한 것이다.

이러한 절차를 마친 재단은 그해 10월 홈페이지에 '전담직원에 대한 일반직 직종 전환계획'을 공고한 후, 일반직 신규 채용시 치르는 인성 검사 및 NCS 직업 기초능력 평가 등 필기전형도 거치지 않은 채 전환심의위원회의 면접전형 및 심의 절차만을 거쳐 11월 전환 채용을 확정했다.

재단측은 감사 과정에서 "2020년 10월 노사협의회에서 무기계약직원이 일반직원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직종 차이로 인해 동일 근속연수의 일반직원과 비교할 때 80% 미만의 보수를 받고 승진체계도 근속 승급만 가능하게 되어 있는 등 불리한 처우를 받고 있으므로 처우 개선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조합의 찬반 투표와 제주도 지도.감독부서의 협의를 거쳐 일반직 직종 전환을 실시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재단의 주장은 노조에서 계약직 직원들이 정규직 직원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도 승진과 급여에서 불리한 처우를 받고 있어 개선을 요구함에 따라 제주도와 협의를 거쳐 실시하게 됐다는 것이 핵심이다. 

유독 신용보증재단에서만 전환채용을 강행한 것은 외부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 대해서는, "노동권을 보호해 나가기 위해 추진한 사항으로 외부의 압력은 전혀 없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타 공기관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로 지적되고 있다. 대부분 출자.출연기관에서 계약직 직원들이 부여받은 업무가 일반직 직원들이 수행해야 하는 업무를 분담하는 상황인데, 신용보증재단의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공기관은 물론 제주도청이나 행정시의 공무직 직원들도 동일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전환채용 사례는 청년들에 대한 '공정한 기회'의 보장 원칙을 훼손한다는 측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크다. 

감사위가 재단측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이러한 측면 때문이다.

감사위는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에 대한 정당성과 합목적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국정과제 중 '청년에게 공정한 도약의 기회 보장' 과제에 따른 채용 과정의 불공정성 해소 등 공정 문화 확산의 가치가 훼손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재단측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제주도와 재단측이 무기계약 근로자와 기능직 공무원이 동일.동종의 업무를 수행한 상황에 대한 판례에서도 전환채용이 인정된 사례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해당 판례를 확인한 결과 동일.동종 업무 수행하고 있음에도 무기계약 근로자에 대해서만 경력을 호봉에 산정해주지 않는 처우의 차별이 위법하다면서 호봉에 산정해주도록 주문하고 있을 뿐, 기능직 공무원으로 직종을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시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즉, 재단측이 근거로 제시한 판례는 '호봉' 적용에 대한 처우 개선을 주문한 것인지, '전환 채용'의 정당성을 부여한 판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감사 과정에서 제주특별자치도 관계부서의 처신도 도마에 올랐다. 

해당 부서에서는 재단에서 제출한 일반직 전환 채용 계획을 검토하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취지 및 무기계약직 차별 해소 등 사회적 흐름을 고려할 때 직종 전환이 바람직하고, 전환 시 필기시험보다는 인사위원회 심의를 통해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공기관의 전환채용의 길을 열어주는데 동조 내지 묵인한 것이다. 제주도 관계부서가 왜 이토록 신용보증재단 전환채용이 진행되도록 협조하고 나선 것인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감사위는 전환 채용을 하면서 공개경쟁시험의 원칙을 따르거나 필기전형 등 실증적인 평가 방식을 채택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신용보증재단 관계부서, 그리고 관련 규정 개정에 관한 협의 승인을 부적정하게 처리한 제주도 관계부서에 대해 엄중 경고 및 주의 조치를 할 것을 재단 이사장 및 제주도지사에게 요구했다. 

이번에 감사위가 내린 결론은 도내 출자.출연기관 등에 대해 신용보증재단의 전환채용과 같은 사례는 용인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하며, 강력히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전환 채용 특혜논란 의혹에 대해 최초 제보했던 ㄱ씨는 지난해 말 <헤드라인제주>와의 통화에서 "개인 회사도 아니고, 공공기관이 고위 공직자의 아들을 이렇게 채용 해도 되겠는가. 독재 시대에나 있을법한 일이 제주에서 일어난 것"이라며 감사위원회 감사를 촉구한 바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