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제주도 대중교통체계, '자가용 대신 버스' 늘어난다
[S-BRT 시대, 더 빠르고 편리해진다] (1) 대중교통체계, 변화와 혁신
2017년 전면 개편, 2024년 후속개선...도심급행버스 운행 확대
버스 이용객, 5년만에 '6000만' 회복...이제 '7000만시대' 간다
제주도 대중교통이 디지털 대전환을 통한 혁신과 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심급행버스, 큐알(QR)결제, 한라눈꽃버스, 케이(K)패스 등 다양한 정책과 함께, 버스 운영체계 개선, 편의 서비스가 개선되면서 이용객도 다시 크게 늘고 있다. 2024년 버스 이용객은 600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이전 시기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머지않아 7000만명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무엇보다 대중교통에 대한 시민과 관광객들의 호응도가 좋아지고 있고, 친밀감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그 배경에는 지속적 개선, 혁신과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 중인 제주형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고급화는 제주 대중교통 혁신의 대표적 전략으로 꼽힌다. 이른바 'S-BRT'로 불리는 새로운 체계가 구축되면 제주도 대중교통 시스템은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헤드라인제주는 3회에 걸쳐 제주도 대중교통 체계의 변천사 속에서 정책적 성과와 한계를 진단하고, 'S-BRT 사업'을 중심으로 한 비전 및 과제를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제주의 대중교통 체계는 최근 10년 사이 두 차례에 걸쳐 큰 변화가 있었다. 2017년 8월 시행된 전면 개편, 그리고 2024년 이뤄진 준공영제 버스감차 관련 후속 개편이 그것이다.
엄밀히 보면, 대중교통 관련 운영체계는 2017년 전면 개편안의 기조를 유지함 속에서 지속적 보완.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련의 진행 흐름을 보면, 전면 개편이 이뤄진 2017년부터 2023년까지의 1단계 과정, 2024년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2단계 과정은 내용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1단계는 준공영제를 도입함 속에서 기존의 운행체계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였다면, 2단계는 디지털 대전환에 부응한 '혁신'에 초점이 맞춰진 점이 특징이다. 이른 바 대중교통도 '혁신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사실 제주도 대중교통사(史)에서 2017년은 중대한 전환점으로 꼽힌다. 기존 30여 년간 이어져 온 대중교통체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 2017년 '전면 개편', 주요 내용과 평가는?
전면 개편에서 가장 큰 특징은 운영체계에 있어 '준공영제'를 전격 도입한 점이다.
오랜기간 지속된 민영제 하에서는 대중교통 시스템을 바꾼다 하더라도 한계가 너무나 명확했다. 업체별 수익성 위주의 노선운영으로 업체 간 과당경쟁이 심화되고, 적자노선에 대한 업체들의 운행 기피, 노선 조정에 대한 업체간 합의가 어려운 점 등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노선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더라도, 공공성은 뒷전이고 경영논리에 휘들리기 일쑤였다.
이에 제주도에서 내놓은 카드가 바로 '준공영제'다. 수입금은 공동으로 관리하고, 대신 버스업체에 표준운송원가에 의한 재정지원을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노선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운수종사자 처우개선을 통한 서비스 수준 향상을 도모한다는 구상이었다.
준공영제 도입과 더불어,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을 목표로 한 전면적 개편이 이뤄졌다. 버스 운행노선은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고, 급행버스도 신설됐다. 노선 체계는 급행-간선-지선, 관광지순환 버스로 개편해 기존 89개의 노선을 194개로 다양화했다.
버스 대수는 기존 556대에서 883대로 327대를 늘려 하루 운행횟수를 기존 4000여 회에서 6000여 회로 2000회 가량 증가시키면서 촘촘한 배차가 이뤄지도록 했다.
대중교통 우선차로제(중앙차로제, 가변차로제)도 처음으로 도입됐고, 버스정보시스템의 기능은 한층 향상됐다.
버스요금은 시내.시외 구분없이 1200원으로 조정됐다. 동지역과 일부 읍면지역만 운행되던 시내버스를 제주도 전역으로 확대, 단일 요금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제주시에서 서귀포까지 가더라도 현금 기준으로 1200원만 지불하면 되도록 했다. 버스를 갈아타는데 따른 환승할인 혜택도 확대됐다. 대중교통 요금이 예전보다 더 저렴해진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30년만에 이뤄진 획기적인 변화, 더 빠르고 더 저렴해졌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노선과 관련해 추가적 조정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번화가나 주택가를 경유하기 위해 노선을 비틀면서 형성된 선형을 일컫는 '굴곡 노선'을 비롯해, 탑승저조 노선, 만차 노선 등의 개선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다. 대부분 지역에서 노선 개설 및 버스 증차를 원하고 있는 반면, 버스 투입 여력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시민들의 불만이 표출됐다.
여기에 준공영제 문제도 계속해서 불거졌다. 연간 1000억원에 가까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데 반해, 효과성은 확실히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불신'은 갈수록 커졌다. 엄청난 규모의 재정이 투입되는 것에 비해 버스 이용객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돈 먹는 하마', '업체만 배불리는'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준공영제와 관련해,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 2024년 '준공영제' 감차, 2단계 개편 초점은?
제주특별자치도가 민선 8기 도정 출범 직후인 2022년부터 '버스 준공영제 성과 평가 및 개선방안 용역'도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추진됐다고 볼 수 있다. 교통관련 전문기관에 의뢰해 수행된 이 용역은 버스 준공영제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대중교통 노선의 문제점을 진단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진행했다.
이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해 마련된 대중교통 정책이 바로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준공영제 개선 및 버스노선 개편이다. 지난해 2단계 개편은 버스 운영 효율화와 재정절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수요에 맞춘 효율적인 버스 운영이 핵심이다.
제주도는 버스 준공영제의 개선방안으로 △중복·비효율 노선 감차 △장거리 노선 단축 및 도심급행버스 도입 △출퇴근·통학 시간대 맞춤형 버스 투입 등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운수업체와의 버스 감차 협상을 진행했는데, 이 결과 노선버스 680대 중 75대(11%)의 감차가 결정됐다.
이를 통해 예상되는 재정지원 절감액은 연간 18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10년간 2109억 원, 20년간 5083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기대했다. 제주도는 이 감차 합의가 재정 절감과 효율적인 노선 운영을 위한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복 노선과 비효율 노선도 개선됐다. 노선 간 중복 구간이나 이용 수요가 적은 비효율 노선을 통폐합 또는 폐지해 준공영버스의 운영 효율화를 도모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지역 혼잡구간에서는 일반간선버스(200번대)의 정차 정류소를 축소 지정하고,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은 중복 노선의 경우 출발 시간 배차간격을 조정해 더욱 효율적인 운영을 꾀했다.
버스 감차에 따라 노선 신설 및 폐지, 경유지 변경, 배차 간격 조정 등 85개 노선이 변경됐다. 우선, 통학 및 통근 시간대를 고려한 맞춤형 버스가 10개 노선에 14대 투입됐다.
그러나 시행 초기인 작년 8월 한달간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폭주했다. 노선 축소가 이뤄지면서 버스를 출.퇴근 수단으로 이용하는 시민들, 특히 환승하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더 불편해졌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다행히 제주도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9월부터는 점차 안정화됐다. 혼잡시간대 운행시간 조정 및 맞춤형 버스 추가 투입 등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 진화하는 대중교통...도심급행버스 확대...'혁신' 가속화
2단계 개편에서는 대중교통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책도 집중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중요한 변화 중 하나가 바로 '도심 급행버스'의 확대 운영이다. 도심 급행버스는 2023년 6월 대중교통 수요가 많은 시내 구간 3개 노선에서 신설됐다.
제주시 동서축과 남북축에 운영되는 300번, 301번, 302번 버스다. 동서축을 오가는 300번과 301번 버스는 함덕 신사동과 하귀초등학교를 연결하는 28.5㎞ 구간의 노선으로, 소요시간은 1시간 20분이다. 기존 노선보다 최대 14분 단축됐다.
남북축을 연결하는 302번 버스는 제주국제공항과 제주국제대학교를 순환하는 15.3㎞ 노선으로, 소요시간은 기존 노선보다 10분 단축된 1시간 20분이다.
2024년 8월부터는 제주시 도심급행버스의 성공적 운영사례를 바탕으로, 서귀포시에도 동·서지역을 신속하게 연결하는 급행버스가 새롭게 도입했다. 대정읍~서귀포시 동지역~남원읍을 잇는 도심급행버스(500번)가 운행하면서 기존 일반 간선버스보다 15분 이상 단축되고 있다.
노선 체계 개선 뿐만 아니라 디지털 대전환을 통한 대중교통의 '혁신'도 가속화되고 있다.
우선 안전하고 편리한 미래 교통체계 구축을 위해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고급화사업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서광로 구간에 섬식정류장을 개설한데 이어, 양문형 저상버스 도입대수를 연내 100대까지 확대해 빠른 이동 속도와 정시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도민과 관광객에게 안전하고 효율적인 교통체계를 제공하는 동시에 보행공간 축소와 가로수 이식 문제를 해결하는 환경 친화적 교통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 제주형 BRT 급화사업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으며 혁신적인 대중교통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빅데이터 기반 버스 노선관리시스템 구축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요가 많은 지역 등에 따라 버스 운행 투입대수 등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더욱 편리한 교통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전국에서는 최초로 버스요금 큐알(QR)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10월부터는 도내 모든 노선버스에서 '현금없는 버스'도 운영하고 있다.
버스 이용 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해 대중교통 취약지역 지원을 위해 읍면지역에서는 '수요응답형 옵서버스' 운영이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에 맞춰 그린수소버스 도입을 확대하는 한편, 그린수소 버스 내에서 이색 콘서트도 진행되고 있다.
이용객 편의 제고와 더불어, 교통복지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도내 전 지역 65세 이상 어르신 버스 무료 이용에 이어 올해부터는 13세 미만 어린이까지 버스 요금이 전액 면제되고 있다.
◇ 버스 이용객 다시 '6000만' 찍고, '7000만' 간다
그럼, 제주 대중교통 수요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대중교통 혁신시책이 다양하게 추진되면서 버스 이용객은 다시 증가세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대중교통 이용객은 전년 대비 2.9% 증가한 6126만명(1일 평균 16만7000여명)을 기록했다. 5년 만에 다시 다시 6000만명대에 진입한 것이다.
제주지역 연간 이용객은 대중교통체계 전면 개편 직전 연도인 2016년에는 5659만명(1일 15만명) 규모였다. 전면 개편 1년 여만에 6000만명 시대로 진입하며 2018년 6245만명(1일 17만1000명)을 기록했다. 10.2%인 580만명 가량 증가한 것이다.
2019년에는 6484만명(17만7000명)까지 늘었다. 2016년과 비교하면 약 800만명 가량이 증가한 것이다.
증가세가 이어지기는 했으나,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 전면 개편 당시 제주도정은 자가용 운행대수를 크게 억제하고 대중교통 이용 생활화를 꾀한다는 계획이었다.
교통문화에 있어 패러다임의 변화를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는 성과가 미미하다고 할 수 있어 도의회에서는 쓴소리도 이어졌다. 매해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으며 준공영제를 하고도, 버스 탑승률은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악재까지 터져나왔다.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하면서 감염 확산 예방을 위해 대중교통 보다는 자가용 이용이 다시 늘었다. 2020년 버스 이용객은 5037만명(1일 13만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무려 1000만명이 감소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서 버스 이용객은 조금씩 늘기 시작했으나 2023년까지 버스 이용객은 5000만명대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지난해 다시 6000만명대로 올라섰다. 6100만명대에 진입한 것은 증가세로 확실히 전환됐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게 한다.
버스 이용객 증가는 비효율적 노선의 조정 및 대중교통 편의서비스 확대 등의 요인도 있지만, 도심급행버스 도입의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선 유형별 이용 비율을 보면 제주시 간·지선버스(300번·400번대)가 54.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일반간선버스(200번대) 28.1%, 서귀포시 간·지선버스(500번·600번대) 8.6% 순으로 조사됐다.
제주시 도심급행버스(300번~302번)는 누적 이용객 189만 명을 기록했다. 운행 초기 대비 12월 이용객이 98.9% 증가했다. 2024년 8월 운행을 시작한 서귀포시 도심급행버스(500번)도 5개월간 14만 명이 이용해 초기 대비 80.9%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시민들의 반응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탄소중립 실천 및 걷기 생활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버스 이용객 증가에 한 몫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출퇴근을 하면서 자가용 대신 버스를 이용한다는 직장인들도 크게 늘고 있다.
대중교통 운영 효율화의 척도로 볼 수 있는 운행 대수당 월평균 이용객은 7000명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어쨌든 이제 7000만명 시대를 바라보며, 대중교통 혁신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준비 조건은 갖춰진 셈이다.
김태완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대중교통 이용객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했다”며 “도심급행버스, 큐알(QR)결제, 한라눈꽃버스, 케이(K)패스 등 다양한 정책과 함께 버스 이용에 대한 도민 불편사항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대중교통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에는 교통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통해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제주형 미래 교통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을 차질없이 진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헤드라인제주>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과 취재협조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