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30)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2025-02-10     정은실

우리가 흔히 ‘나팔분다’는 표현을 쓸 때 바로 한국어 나팔에 해당하는 영어가 트럼펫이다. 금속악기과(brass instrument)에 속하는 트럼펫은 금속에서 나오는 화려함과 웅장함으로 인해 주로 행진곡이나 기상곡 등에 사용되곤 한다. 특히 바로크 시대의 음악에서는 트럼펫이라는 악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의외로 상당히 큰 편으로 일례로 바흐의 6개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중 2번은 트럼펫을 주 악기로 가져온 케이스다. 그외에도 헨델이나 헨리 퍼셀 등의 음악에서도 트럼펫은 결코 뒤로 밀리지 않고 톡톡히 제 몫을 다해내는 악기로 간주되고 있다.

그런 트럼펫이 고전과 낭만주의 시대에 와서는 그리 빛을 보지 못한다. 모차르트를 비롯해 베토벤 슈베르트 등 기라성 같은 작곡가들 중 트럼펫을 독주악기로 지정해 협주곡을 작곡한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베토벤 이후에는 바로크시대와는 달리 왕이나 궁중의 명령에 의해 작곡된 곡이 아니다보니 곡의 종류도 사기를 높이는 곡보다 교향곡, 협주곡 등으로 좁혀진 이유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트럼펫을 독주로 사용한 트럼펫협주곡이 몇 곡 있는데 제일 알려진 곡으로는 역시 하이든의 트럼펫협주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후에 하이든의 곡은 흠멜의 트럼펫협주곡과 더불어 대표적인 걸작으로 손꼽히게 된다.

필자의 경우, 클라리넷을 전공하신 큰이모와 트럼펫 주자였던 이모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목관, 금관 악기의 소리에 익숙해지게 되었고 이모집에 가면 항상 두 분이 연습하시던 모습이 간간이 떠오른다. 청아한 클라리넷의 음색 못지 않게 한번 들으면 결코 귀에서 떠나지 않는 트럼펫의 화려함은 하이든의 트럼펫협주곡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더우기 3악장은 70년대 초부터 90년대 중반까지 모방송국의 프로그램이었던 장학퀴즈의 시그널 뮤직으로 이 당시 학생시절을 지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콧노래로 흥얼댈 수 있는 음률이다.

하이든을 다른 여타의 작곡가들과 비교할 때 그래도 여유있는 생활을 했다고 여기는 이유는 그가 에스테르하지 가문과 남다른 친분을 맺고 있었던 때문이다. 헝가리 귀족인 에스테르하지 가문은 그의 형 안톤과 더불어 조세프 에스테르하지 공 등 모두 음악애호가였다. 하이든의 일생에서 가장 음악사에 꽃피운 시기가 있다면 아마 에스테르하지 오케스트라를 맡기 시작했던 1760년부터 1790년, 30년의 시기였을 것이다. 비록 베토벤과 루돌프 대공처럼 친구관계는 아니었지만 하이든의 온화하고 겸손한 자세가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존경받는 하인으로 그만의 특권과 지위가 주어졌다. 교향곡의 아버지, 현악4중주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하이든이 트럼펫협주곡을 작곡하게 된 동기는 궁정의 트럼펫연주자로 있는 안톤 바이딩거를 위해서였다. 바이딩거는 자신이 발명한 키가 달린 트럼펫을 들고 엄두를 못내고 있을 때 그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작곡한 곡이다.

하이든의 나이 64세에 작곡한 곡으로 그의 협주곡 중 마지막 작품일 뿐 아니라 평소에 피아노나 바이올린에 치우쳤던 그의 곡들과 비교하자면 금관악기를 주자로 한 협주곡으론 유일한 셈이다.

1악장 알레그로로 바이올린의 주제음 연주후 트럼펫이 등장한다. 2악장은 안단테로 주로 현악기들이 시실리 풍의 춤곡을 주제로 우아하게 연주하다가 트럼페이 받으면서 관현악과 주고 받는다. 마지막 3악장은 알레그로로 이 부분이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장학퀴즈의 시그널 뮤직이다.

모나지 않은 온화한 성품의 한 작곡가, 하이든을 기억하면서 동시에 영롱했던 우리의 유년, 청년 시절을 반추하면서 듣는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이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한 이유다.

하이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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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