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조류충돌 위험' 부실.조작...진상 규명하라"

제2공항 비상도민회의, 정혜경 국회의원과 공동 기자회견
"충돌 위험성 '높은종, 평가대상 제외...기준도 주먹구구식"
"철새 조사 대상, 시기도 엉망...참새.제비가 겨울철새?"

2025-02-03     홍창빈 기자
3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조류충돌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조류충돌 위험 조사가 부실하고 조작의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와 진보당 정혜경 국회의원(비례대표)은 3일 오전 11시4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공기-조류충돌 위험성과 관련해 전략환경영향평가의 거짓.부실을 규명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비상도민회의는 "최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중요한 원인이 조류충돌이라는 사실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과정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사고기 양쪽 엔진에서 깃털과 혈흔을 발견했으며, 국내 전문기관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결과 '가창오리'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참사로 조류충돌 문제가 비행기 안전 운항의 핵심 문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만약 환경적 입지를 판단하는 과정에 조류충돌 문제를 깊이 들여다봤다면 무안공항은 입지적 문제로 건설될 수 없었으며, 당연하게도 이번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철새 조사를 4~6월 만 하고 끝?...참새.제비가 겨울철새인가"

도민회의는 "2021년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반려된 이후 조사인 2022년 4~6월 조사는 반려 사유를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조사였다"며 "당시 고도 등 조류 이동성 조사 결과의 타당성 미흡이 지적됐다. 이에 추가 보완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그 보완조사 기간은 2024년 4월부터 6월까지이며, 횟수도 3회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철새의 종수, 개체 수가 가장 집중되는 겨울철 조사를 빼고 이동성 조사를 한다면 당연히 가장 위험한 시기의 조사를 빠뜨린 것"이라며 "게다가 GPS를 부착해 고도 등 이동성을 조사한 것은 4종 10개의 개체에 불과해 계획부지 주변 조류들의 이동성을 평가하기 부적합한 표본 수를 가지고 있다. 이는 겨울 철새의 충돌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게 만들어 조류충돌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게 해 평가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지적했다.

도민회의는 "어처구니없는 조사 결과는 더 있다. 대표적인 겨울 철새 도래지에서 조사하면서 조사에 따른 우점종이 참새, 제비, 직박구리로 나오는 것은 조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사례"라며 "제주공항에 비해 종수와 개체 수가 적게 표기한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제주공항은 반경 13㎞를 넘어서 대정읍과 구좌읍 자료까지 취합해서 개체 수를 부풀렸고, 반면 성산지역의 경우 겨울철 조류 센서스 자료만을 활용해 주요 철새도래지에 도래하는 철새의 종과 개체 수만을 기재했다"며 "만약 제2공항 계획지역 반경 13㎞ 내 해안변과 습지까지 조사한다면 철새의 종과 개체 수는 훨씬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평가 기준, 제2공항만 '별도기준'?...비과학적 평가"

이어 도민회의는 흑산도 공항이나 새만금신공항 등에서 적용됐던 기준이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서에는 적용되지 않고, 오히려 국내에서는 그동안 사용된 적 없는 기준이 적용됐다고 지적햇다.

도민회의는 "국토교통부에서 수행한 '흑산공항 철새현황 및 영향 분석 연구' 용역과 새만금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개체 크기, 무리의 크기, 비행 특성 등을 고려해 심각도 평가의 구체적인 기준과 근거를 제시하고 조류 종별로 등급을 평가했다"며 "제2공항 보완용역에서도 개체의 신체적 크기나 집단으로 무리를 이루어 생활 및 이동하는 종을 피해 가능성이 큰 종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2023년에 다시 제출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국내 15개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종별 총 충돌 건수 중 피해가 발생한 충돌 건수의 비율, 즉 피해율을 적용해 계산하는 이제껏 활용되지 않았던 평가 기준을 적용했다"며 "그 결과 지난 14년간 국내 공항에서 충돌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지 않은 종들은 모두 평가대상에서 제외해 충돌 가능성과 심각성 등 충돌위험성이 높은 종들이 평가대상에서 아예 빠져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종별 충돌 심각도를 판정하는 기준을 바꿔버림으로써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 결과를 왜곡하는 조작이 발생했다"며 "가마우지의 경우 제2공항 활주로 인근 해안에서 대규모로 발견돼 충돌가능성이 매우 높고, 충돌 심각성도 높아 보완가능성 용역에서는 고위험종으로 분류됐는데,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제외됐다. 또 보완가능성 용역에서 피해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류된 중대백로, 쇠백로도 역시 빠졌다"고 설명했다.

도민회의는 "국내 공항에서 충돌 사례가 없다고 해 충돌 심각성이 높은 종들을 평가에서 제외하는 근거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며 "국토부가 2019년 국회에 제출한 '국내 항공기·조류 충돌 현황'에 따르면, 조류충돌 1400여 건 가운데 어떤 조류인지 확인된 것은 약 170건 12%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류충돌이 발생해도 사체를 확인하거나, 사체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깃털, 혈흔 등을 통해 DNA를 검출해 확인하지 않는 이상 충돌 조류의 정보는 남지 않는 것"이라며 "그런데 기존 국내 공항에서 충돌 사례가 없거나 피해가 경미했다는 이유로 앞으로도 충돌 가능성이 없거나 충돌 심각도가 낮다고 평가하는 것은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비과학적인 평가"라고 비판했다.

도민회의는 "심지어 갈매기류는 제2공항 전력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용역에서도 피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으나 막상 환경부에 제출된 본안에서는 '매우 낮음'으로 표기됐다"며 "매, 새매, 새호리기, 황조롱이도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용역에서는 피해 가능성이 '극히 높음'이었지만 본안에서는 '매우 낮음'으로 뒤바뀌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듯 조류충돌 피해를 과소하게 만들기 위해 조사를 부실하게 하고, 조작을 통한 거짓 결과가 도출됐음에도, 제2공항이 조류충돌 위험성은 제주공항의 최대 8배에 육박한다"며 "만약 제대로 된 조사가 수행됐다면 조류충돌 문제만으로 제2공항은 시설 불가하다는 결정 즉, 입지 부적합 판정이 났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일

도민회의는 "조류충돌만이 아니다. 부실하고 자의적인 숨골조사, 다수의 클리커 층과 용암동굴 존재 가능성 등 화산 지질에 대한 조사와 평가 부실, 멸종위기종, 수자원 영향 및 홍수 등의 재해 가능성 조사와 평가 결여, 항공소음 영향범위 오류 등 공항의 입지로서 부적합성을 나타내는 문제가 너무나도 많았다"며 "그런데 이런 문제가 제대로 평가되고 그에 따른 대안이 도출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이유로 한국환경연구원과 국립생태원 등을 비롯한 국책 연구기관들도 입지적으로 타당성이 낮다며 입지를 재검토하거나 사업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문재인 정부 당시 환경부도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한 바 있다"며 "그런데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제2공항 추진에 앞장섰던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해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했고, 환경부는 문제들을 환경영향평가에서 해결하라는 조건을 달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도민회의는 "조류충돌 문제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달린 문제이니만큼 지금이라도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위험성은 과학적으로 타당하게 평가됐는지, 조류충돌을 예방하면서 서식역을 보존할 방법이 있는지 등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공개 이후 제기된 이슈들을 검증해야 한다"며 "항공기-조류충돌로 대규모 참사가 발생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환경부가 이를 회피하고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제주도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긴다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하는 안전불감증에 빠졌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단체는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 검토 전문위원회를 열어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를 비롯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부실과 거짓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을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혜경 국회의원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겪으며 우리는 다시 한번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특히 비행과 관련해 벌어질 수 있는 사고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항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우리나라에는 이미 15곳의 공항이 있다. 그러나 정부는 새로운 공항을 8개 건설할 계획"이라며 "이 중 다수 공항은 철새도래지와 인접한 곳에 건설될 예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우리가 사회적 재난과 참사에 대해 애도를 표하는 것은,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를 바꾸겠다는 다짐"이라며 "다시는 여객기 대형사고가 벌어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위험성이 수차례 강조되고 있는 제2공항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비상도민회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환경부에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를 비롯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부실과 거짓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 검토 전문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