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주민투표' 무산된다면 대안은?

행정체제 개편방향 토론회, 2026년 목표 '시기조절' 놓고 다양한 시각
"현 상황 2026년 어려워"..."정국안정 후 주민투표 성사되면 가능"
주민투표 마지노선은?...속도 늦춘다면 2030년?" "다른 대안 필요"

2025-01-23     홍창빈.함광렬 기자

'12.3 내란사태'로 민선 8기 제주도정의 최대 과제인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이 중대 기로에 놓인 가운데, 주민투표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대안은 무엇일까.

탄핵정국 속에서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러한 가운데, 2026년 7월 출범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2030년을 목표로 한 새로운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학계에서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현재의 정국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올해 상반기 중 주민투표 실시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데 땨른 것이다.

제주연구원은 23일 오후 제주썬호텔 대회의장에서 한국지방자치학회, 한국지방행정학회 제주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와 공동 주최로 '탄핵정국,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23일

이번 세미나는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등 탄핵정국 속에서 제주도정의 핵심정책인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현 상황을 진단하고, 예상되는 과제와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초 제주도는 상반기 중 주민투표를 거쳐 기초자치단체 관련 법률 제정이 완료되면, 1년의 준비과정을 통해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적용하고 7월에는 3개 기초자치단체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향후 추진 일정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2026년 7월'의 목표시점을 그대로 유지하며 속도전의 방식으로 전환할 것인지, 아니면 시기를 늦추는 방향으로 재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상반기 주민투표가 무산될 경우 향후 어떤 추진 로드맵을 가져 나갈 것인지에 대한 대안적 방향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실제 토론회에서는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다. 

발제를 맡은 임정빈 성결대학교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장)는 현재의 정국상황을 고려할 때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2026년 출범 목표 실현은 사실상 어렵다고 진단하면서, 2030년을 목표로 로드맵을 다시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임 교수는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은 도민의 뜻이 반영된 중요한 정책과제이나, 탄핵 정국으로 주민투표 진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민의 뜻으로 결정된 행정체제 개편의 당위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주민투표 시기 불투명, 국정상황 등을 감안할 때 2026년 출범은 물리적.시간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현 상황을 고려한다면 2030년을 목표로 체게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는 도민의 선택이므로 포기할 수 업으나, 정국 불확실성으로 설치 시기는 전략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3일

임 교수는 "정책의 후퇴가 아닌 불가피한 외부 요인에 따른 전략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2030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새로운 로드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주민투표 및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률안 제.개정은 출범시기와 관계없이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2030년 출범을 목표로 완성도 높은 3개의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탄핵정국 속에서도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도 주문했다. 그는 "조기 대선시 양당 대선 후보 공약으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이 포함될 수 있도록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며 "대선 이후에는 정부.국회 협의를 통해 주민투표 및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률안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3개 행정시 체제, 시범적 운영 필요" 제안

이와는 별개로 기초자치단체 출범 이전에 현행 2개의 행정시 체제를 '3개 행정시 체제'로 재편해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임 교수는 "지난 1년간 제주특별자치도가 준비한 사무 배분, 재정 배분 체계를 행정시에 시범 적용해 실효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3개의 행정시 체제 선(先) 도입을 통해 향후 기초자치단체 설치 시 발생 가능한 잠재적 문제점을 사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수립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정구역을 3개로 재편하는 것은 제주특별법에 위임되면서 제주도 조례를 통해 가능하다. 

그러나 3개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한 완전한 사회적 합의나 법률적 뒷받침이 이러지지 않은 상황에서 3개 행정시 체제의 시범 운영은 행정 조직체계나 도민사회에서 적지 않은 혼선을 불러올 수 있는 등 역작용이 우려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3일

◇ '2030년 목표' 로드맵 재설정 제안에...토론자들 입장은?

그러나 발제가 끝난 후 양덕순 제주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에서는 임 교수의 제안에 대해 반론도 잇따랐다.

토론에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송창권 의원(더불어민주당), 강호진 제주특별자치도 지방시대위원회 위원, 김상헌 제주대 교수, 김익태 제주도기자협회장, 윤철수 헤드라인제주 대표기자, 좌광일 기초자치단체 도입 민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참여했다.

우선 3개 행정시 체제의 시범적 운영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한 완전한 사회적 합의나 법률적 뒷받침이 이러지지 않은 상황에서 3개 행정시 체제의 시범 운영은 행정 조직체계나 도민사회에서 적지 않은 혼선을 불러올 수 있는 등 역작용이 우려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2030년으로 목표시점을 늦추는 대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 "2030년 시행이 해법인지 의문...읍면동 자치 '플랜B' 검토 필요"

김익태 제주도기자협회장은 "(발표자가) 2026년이 아니라 2030년 시행으로 하고, 행정시를 3개로 해보자고 했는데, 이게 핵심과 근본에 해당하는 해법인지 상당히 의문이다"면서 단순히 2030년으로 늦추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지적했다.

김 회장은 "특별자치도가 출범할 때 차라리 행정시를 없애고 제주도와 특별자치도가 바로 읍면동 체제로 갔다면 원래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면서, 어쩌면 더욱더 지역 주민들한테 특별 자치회의 체감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됐을텐데, (지금은) 좀 이상한 조직이 사실 만들어진 것인데, 다시 행정시를 3개로 늘리는 것은 상당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주민투표를 생략하고 입법으로 기초자치단체를 설치하는 '플랜B'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 회장은 "기초자치단체를 새로 만들거나 할 때에는 주민들의 의사를 물어봐야 되기 때문에 주민투표를 반드시 거쳐야 되고, 그래서 그런(주민투표 안하는) '플랜B'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30년'으로 늦추는 대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플랜B'는 풀뿌리 자치를 어떻게 더 활성화시키고 더 체감 있게 주민들이 할 수 있느냐 하는 주민자치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면서 '읍.면.동 자치'를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상헌 교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치시 설치에 대한 법적 해석에 대한 견해를 밝힌 후, "특별자치도에 있어서는 자치시를 둘 수 있는 것이 원래 모습이기 때문에 이 점을 먼저 강조를 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이어 "주민투표는 여전히 의미가 있다"며 "행정체제 개편에 찬성하는 일인데, 2030년까지 바라보는 것은 다소 먼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결단 내리는 시점 신중해야...2026년 목표 유지한다면, 주민투표 마지노선은?"

윤철수 대표기자는 "현 상황에서 주민투표가 상반기에 실시가 어렵다면 뭔가 선택을 해야 한다"며 "(현행 목표 그대로) 속도전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속도 조절을 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데, (제주도정이) 결단을 내리는 시점에 대해서는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탄핵인용이 2월 중에 이뤄지고 4월 중에 조기대선이 실시되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새 정부가 5월에 출범하고 6월까지 한 두달의 기간이 있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 결심을 한다면 6월 전후 시기에 주민투표 실시가 가능할 수 있다"며 "때문에 지금 서둘러서 결정을 하기 보다는 탄핵정국이 마무리되는 6월까지는 지켜봤으면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2026년 출범을 목표로 한다면, 주민투표 실시의 마지노선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도의회 선거구 획정, 기초의원을 설치하는데 따른 도의원 정수 감축 등에 대한 논의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주민투표 마지노선을 연말까지로 길게 잡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30년으로 늦추는 대안으로 '3개 행정시 체제'를 시범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아직 3개 기초자치단체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완전하게 되지 않은 상황인데, 공직내부 혼선은 물론 도민사회 혼란이 우려된다"고 피력했다.

최환용 선임연구위원은 "제주형 기초지자체 설치와 관련해서 의회의 동의만 얻었어도 속도는 빠를 수 있다"며 "법적으로는, 원칙적으로는 의회의 동의로 지방자치단체에 설치 폐지 설치가 가능하도록 돼 있는 구조인데 우리는 이제 제주도는 기본적으로 특별자치도 설치할 때 이미 주민투표를 한 번 했기 때문에 정치적인 부담이 있어서 주민투표를 꼭 거쳐야 되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회의 동의로서 기초자치단체를 만들 수 있다'라는 부분에 대해 강민철 제주특별자치도 기초자치단체 설치준비단장은 제주특별법의 체계를 들며 주민투표와 법률 제.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 "또 4년 늦춰 2030년으로 넘긴다?...행정시 3개 체제시범 운영 동의 어려워"

강호진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은 주민투표를 생략한 '플랜B'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연내 주민투표를 성사시켜 2026년 출범 목표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위원은 "3월에 탄핵이 이뤄지고 5월에 대선이 이뤄진다면, 도민들의 의견을 모아 각 대선 후보에 기초자치단체 관련 공약이 반영될 수 있ㄷ록 해야 한다"면서 "궐위선거의 경우 인수위 단계가 없기 때문에 채택된 공약은 바로 실행하도록 되어 있어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연말까지 주민투표를 하더라도 내년 7월 출범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강 위원은 "2030으로 늦추자는 얘기도 틀리지는 않다고 보는데, 도민들의 심리적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투표(특별자치도 주민투표)를 한게 2005년 7월로, 올해가 20주년을 맞는데 또 다시 4년 뒤로 넘기자 하면 도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라고 말했다. 

선거구 획정 등의 준비 기간 등에 대해서는, "제가 선거구획정위에 참여해 본 경험에 의하면 연말 인구수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전혀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좌광일 도민운동본부장은 "2~3월에 탄핵을 하고, 5~6월에 대선을 한다면 7~8월에 주민투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지만 탄핵심판이 더 늦춰지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마지노선을 7~8월로 제시했다.

좌 본부장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우의 수에 따른 시나리오를 잘 짤 필요가 있다"며 "제주도가 당초 지난해 9월까지 주민투표 요구를 요청했으나 무산됐고, 작년 연말까지 요청도 무산됐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해야 하겠지 했는데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구 획정 사전 준비 시간을 감안하면 주민투표 마지노선을 정하는게 바람직하다"면서 "아울러 (임 교수가 제안한) 행정시 3개 체제 시범 운영은 도민사회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도민의 뜻대로, 일관되게 추진해야...행정구역 추가 논의는 발목잡기"

송창권 의원은 '시기 조절' 필요성이 언급되는 것에 대해 행정의 일관성 문제 등을 들며 당초 계획한 로드맵대로 추진해야 함을 강조했다.

송 의원은 "행정은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말고, 도민의 뜻을 받아안고 일관되고 지속성있게 일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도지사가 이미 도민의 뜻으로 해서 받아안고 행안부에 직접 건의를 했기 때문에, 도민의 뜻을 확인한 이상 어떤 변수가 오더라도 우선 진행하고자 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행정구역을 3개로 할 것인지, 2개로 할 것인지를 놓고 추가적 논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도민들의 뜻으로 받아들인 이상, 몇 개구역인지 다시 논의하면 안된다"고 일축했다. 

송 의원은 "그건 뒷북치는 것이고, 발목잡기하는 것이다"며 "(3개안이) 싫으면 나중에 주민투표 할 때 투표운동 하면 된다. 반대하면 반대 운동 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이미 (주민투표안에 대해) 건의까지 다 한 상황인데, 어느 의원이라고 해서...그건 주민 뜻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그건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직격했다. 이는 3개 행정구역에 반대하며 2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률안을 별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회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송 의원은 "2005년에는 주민투표 준비기간이 불과 한달 내에 다 이뤄졌다"며 "지금도 사전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초자치단체 설치에 따라 도의원 정수 감축, 기초의원을 포함한 선거구 획정을 하는 과정에서 도의회 내부 반발 등이 있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초자치단체 설치 필요성에 취지에 공감하면 반대하는 그런 의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기초자치단체 도입 목표시점을 '2030년'으로 설정해 로드맵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는 공개적 제안이 나온 것과 관련해,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어떤 정책적 판단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