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29) 모차르트의 호른협주곡1번 (Horn Concert No1, K412)
고전음악을 한참 듣다보면 널리 알려진 피아노나 바이올린 말고도 유난히 귀에 와서 닿는 음색의 악기를 고를 수 있다. 물론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딱히 어떤 악기의 음색이 제일 좋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클라리넷이나 퓰륫 또는 오보에 등이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은 악기가 될 수도 있고 첼로나 비올라의 음색을 유난히 호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런데 필자는 악기 중에서 유독 호른의 음색에 마음이 간다.
원래 호른이라는 영어 단어는 동물의 뿔을 의미하는데 옛날 목동들이 동물의 뿔을 이용해 뿔나팔 소리로 동물들을 부르곤 한데서 유래했다. 특히 프렌치 호른은 나팔처럼 둥글게 말린 금관악기로 왠지 서 있는 자태부터가 프랑스 악기처럼 우아하다. 그런데 이름과는 달리 프랑스라는 나라와는 전혀 관계없는 악기로 단지 사냥용으로 사용하던 호른을 연주용으로 사용하는데 가장 큰 공을 들인 나라가 프랑스라서 프렌치 호른으로 불리게 된 악기다. 그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있는 음색은 들을수록 매력적이어서 말로 표현하기엔 적절치 않다. 꼭 들어봐야만 하는 음색이다.
이에 반해 잉글리쉬 호른이라고 불리우는 악기가 있다. 프렌치 호른을 그저 호른이라고 부르는데 반해 잉글리쉬 호른에는 꼭 호른 앞에 잉글리쉬 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물론 프렌치 호른과 식별하기 위해서다. 묘하게도 같은 호른이지만 클라리넷이나 오보에처럼 목관악기에 속하는 잉글리쉬 호른 역시 영국과 관련없다. 성화 중,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에 보면 천사들이 불고 있는 악기가 있다. 그저 일자로 클라리넷 처럼 길게 생긴 악기로 일찌기 독일에서 천사의 호른(Angelic Horn)이라고 불렀는데 엔젤릭이라는 단어가 독일 토착어로 Engllishes로 표기되어 잉글리쉬 호른이 되어버렸다. 구성진 음색이 너무나 동양적인 이 악기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드보르작의 신세계교향곡 2악장 ‘going home’의 메인테마를 연주할때 이보다 더 구성진 음색을 찾아보기 힘들다.
고전음악 작곡가들 중에 호른을 이용한 곡을 작곡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모차르트의 호른 협주곡은 쉽고 간결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우아함으로 인해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다. 모차르트는 모두 4곡의 호른협주곡을 작곡했는데 악장이 제대로 다 갖추어진 2, 3, 4 번 보다 약간은 미완성의 풍으로 남은 1번이 더 긴 여운으로 남는다. 전체가 2악장으로 구성된 1번은 메인테마 부터가 우리에게 익숙한 음이다. 마치 우리네 동요를 연상케하는 메인 테마에서 우리는 유년의 기억을 되살려낸다. 모차르트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특성 중 하나인 익살과 단순함의 미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숨을 한번 고르고 2악장을 들으면 조금 바뀌어진 톤에서 유년보다 조금은 더 자란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유년시절을 지낸 서울의 한 동네가 떠오른다. 한참 여름이 익어 갈 무렵 저녁이면 동네 어귀에서 친구들과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등을 하다가 시나브로 해가 기울면 빗장풀고 들어가던 한옥집, 그리고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저녁 밥냄새가 그리워진다. 바로 모차르트의 호른협주곡 1번은 이런 유년의 기억을 반추하기에 꼭 알맞는 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호른, 특히 모차르트 호른협주곡의 대가로는 데니스 브레인을 꼭 짚고 넘어가야간다. 호른연주가였던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호른연주가인 데니스 브레인의 연주는 언제 들어도 일품이다.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넘어가는 그의 호른연주를 들으며 우리가 지나온 유년의 기억들을 되살리다보면 어느 새 눈시울이 촉촉해지고 어릴 적 추억 속에 머물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래서 모차르트의 곡은 항상 동심이다.
큐알(QR)코드
정은실의 '알고 듣는' 클래식에서는 음악을 바로 들으실 수 있도록 큐알(QR)코드가 함께 게재됩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QR코드를 인식하고 화면에 나타나는 주소를 클릭하면 유튜브로 연결되고 플 레이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재생됩니다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