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기로 선 '제주 행정체제 개편', 오영훈 지사 셈법은?

오 지사, '주민투표' 원칙론 제시..."탄핵인용 시기가 관건"
'내란사태'로 6월 주민투표 불확실에도..."만반의 준비"
"6월까지 안되면 12월까지라도...전자투표도 검토 필요"

2025-01-10     윤철수 기자

'12.3 내란사태'로 민선 8기 제주도정의 최대 과제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행정체제 개편이 중대 기로에 놓인 가운데,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주민투표'를 원칙으로 한 만반의 준비 방침을 거듭 밝혔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 9일 출입기자단 회의실에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전제로 한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 추진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이는 주민투표 실시 요구 주체인 행정안전부 장관의 공석과 조기대선 가능성 등으로 인해 지방정가에서도 행정체제 개편 가능성에 대해 회의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됐다.

이날 관심의 초점은 상반기 중 주민투표 무산에 대비해 오 지사가 어떤 카드를 제시할지 여부였다.

당초 제주도는 2026년 7월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목표로 해 늦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주민투표 실시와 함께,기초자치단체 설치 법률 제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법률 제정에 앞서 시행할 예정인 주민투표가 불투명하게 됐다.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할 주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행 제주특별법 10조 2항은 "행안부 장관은 제주도의 계층구조 등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도민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도지사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론도 변수다. 탄핵으로 인용될 경우 60일 이내 조기 대선이 실시되는데, 현행 주민투표법에서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의한 선거가 실시되는 때에는 60일부터 선거일까지의 기간은 투표일로 정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즉, 대선이 5월에 실시된다면 60일 전인 3월부터 대선일까지는 주민투표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반기 주민투표 성사 가능성 여부는 탄핵인용 시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5월 또는 6월에 대선이 실시된다면, 상반기 주민투표는 자동적으로 무산된다. 

가능한 경우의 수는 탄핵 결정이 1~2월 중에 이뤄져 대선이 3~4월에 실시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5~6월 중 주민투표가 가능할 수 있다. 정부와 사전 협의를 통해 대선이 종료됨과 동시에 장관이 주민투표 실시 요구를 하고, 제주도에서는 사전 모든 준비를 한다는 전제 하에서다. 

그럼에도 현실성은 의문이다. 주민투표 사전 준비절차 이행기간만 하더라도 도의회 의견 청취 30일, 실시여부 통지(7일), 주민투표 발의(7일) 등을 감안하면 60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도의회 의견 청취 기간을 단축하더라도 최소 30일 이상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성사 가능성 보다는 무산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지방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남은 시간과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란 계산에서다. 

주민투표 가능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지방정가 일각에서는 소위 '플랜B'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주민투표를 생략하고 의원발의로 기초자치단체 도입 법률 제정해 시행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플랜B'가 작동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도민들의 자기결정권을 박탈하고, 절차적 민주성과 정당성 면에서 위험성이 큰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저항을 자초할 수도 있다.

9일

오영훈 지사가 새해 처음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주민투표' 원칙을 분명하게 제시한 것은 행정체제 개편 방법론과 관련해 여론 분열과 혼선으로 빠져드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 지사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행정체제 개편을 하기 위해서는 '주민투표' 절차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내란사태와 탄핵정국으로 인해 주민투표를 상반기 중 실시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으나 시기를 늦춰서라도 반드시 하겠다는 것이다. 후자는 2026년 7월 적용 목표가 여전히 유효함을 강조한 것이다.

오 지사는 먼저 주민투표 없이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바로 일축했다. 일정이 아무리 빡빡하더라도 주민투표 절차를 생략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오 지사는 "(대구.경북의 통합 추진상황과는 달리) 우리의 경우 이미 주민투표를 통해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 개편했기 때문에, 주민투표 없이 다시 개편하는 것은 주민수용성 확보측면에서 쉽지 않을 것이다"면서 "법률 개정만으로 (행정체제 개편을) 한다고 하면, 과연 (도민들이) 수긍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만약 지금 이 체제가 좋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계실텐데, 그 분들은 (주민투표를 안하고 진행하는 것에 대해) 수긍이 어려울 것이다"며 "반대의 기회 보장 안했다는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지사 입장에서는 현행법에 맞게 주민투표 통하고 법률에 따라 하는게 적법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주민투표 절차를 거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한 것이다.

두번째 주민투표 시점과 관련해서는 올 상반기 중 실시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피력했다.

오 지사는 "정국이 불안정한 문제가 어떻게 영향 미칠지 변수와 여건 고려해야 하는데, (주민투표 성사여부는) 탄핵 인용 시기의 문제이다"면서 "이게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조기 대선 시기가 언제인지에 따라 주민투표 가능 여부를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투표법에서 대선 전 60일 이내에는 주민투표를 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을 의식한 듯, "대선과 겹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탄핵 인용 시기가 늦어지면 주민투표 시기를 물리적으로 확보하기는 어렵다"며 "그럴 경우 그에 다른 대책 어떻게 마련할지 준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투표 준비와 관련해서는 '전자투표' 도입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오 지사는 "주민투표를 올해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제한 후, "저는 정책선거에 대해서는 전자투표도 도입해 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 선관위와 협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체제 개편 목표 시점을 민선 9기(2026년 6월 선거)가 아니라 민선 10기(2030년) 출범에 맞춘 '장기 플랜'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하자,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이다. 탄핵 빨리 인용 바란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당초 계획대로 2026년 목표로 추진할 생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오 지사는 "만약 조기대선 치러진다면 각 당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중앙당 공약이든 지역 공약 마련할 것"이라며 선거 과정의 대선 공약도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이어 "(대선이 끝난 후) 정부가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라면 '하면 되지', '법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없다'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주민투표가 하반기로 넘어가더라도 정부의 협조만 있으면 행정체제 개편은 가능함을 역설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탄핵 인용이 최대한 빠른 시기에 이뤄지는 것, 조기 대선 과정에서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각 정당의 지원약속 등을 전제로 할 때 연내 주민투표를 통해 2026년 목표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오 지사의 셈법이다. 이는 2026년 목표 실현에 대한 도민사회 회의적 분위기가 확산되는 시점에서 방향과 원칙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결론은 '불확실'로 귀결되고 있다. 주민투표나 2026년 목표 실현 여부가 제주도정의 의지가 아니라, 정국 흐름에 따라 좌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