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확대...제주관광, 기회일까 위기일까

정부, 내년부터 크루즈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
무비자로 3일 체류 가능...항공편, 일반여객선으로 확대도 검토
"제주만의 메리트 상실..관광객 감소 우려...관광당국, 예의주시 '침묵'

2024-12-29     윤철수 기자

정부가 국내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내년부터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단계적으로 확대 허용키로 했다. 그동안 제주도에 한해 시행되던 외국인 무비자 입국제도가 전국으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1차적으로는 크루즈를 타고 오는 중국 단체관광객에 한정한다고 했으나, 제주관광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6일 열린 '제9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관광 시장 안정화 대책’을 제시했다. 비상계엄 선포 사태 후 탄핵정국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관광산업이 급속히 침체될 것을 우려해 특단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관광시장 안정화 대책 중 '무비자 확대'는 중국 정부가 한국인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데 따른 호혜적 차원의 조치로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1월8일부터 한국을 비롯한 9개 나라의 일반 여권 소지자에 대해 최대 15일간 무비자로 중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 정부 역시 중국인 관광객에 한해 한시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차적으로는 '크루즈 관광상륙허가제' 시범사업을 통해 크루즈 선사가 모객한 중국인 단체관광객(3인 이상)의 무사증 입국을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즉, 크루즈를 타고 온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내년부터 비자 없어도 한국에 상륙해 최대 3일간 체류할 수 있다.

정부는 2026년 이후에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에 대해서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크루즈 뿐만 아니라 항공편이나 일반 여객선으로 오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 허용도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무비자 입국 확대는 그동안 제주도에 한 해 시행하던 것을 전국적으로 범위를 넓힌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제주국제공항

제주도의 무사증제도는 지난 2002년 5월 사람, 상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개방화, 자유화를 지향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정책(당시 제주국제자유도시법)에 따라 처음 도입됐고, 이후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법에 의해 명문화됐다.

이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제주도가 비자발급 없이 입국이 가능한 도시로 설정됐다. 무사증제도 시행 후 외국인관광객들의 제주방문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2010년 이후에는 중국인관광객들이 크게 몰렸다. 
 
제주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001년 기준 29만명이던 것이, 무비자 제도 시행 후 점차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2011년에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2013년 200만명, 2016년에는 360만명까지 늘었다. 2017년에는 사드 배치 문제에 따른 중국정부의 한국 단체관광 금지령으로 인해 172만명까지 줄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2월 처음으로 무비자 입국 제도가 한시적으로 중단되는 상황을 맞았다.  

코로나19 기간 제주지역 외국인 관광시장은 '개점 휴업'(2020년 21만명, 2021년 4만명, 2022년 8만명)을 맞았다. 

다시 일상을 회복한 2023년에는 70만명,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이달 27일까지 189만3460명으로,.지난해보다 1.7배 증가했다.

내년에는 제주도에 크루즈 입항이 344회 예정돼 있어, 크루즈관광객만 8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정부의 무비자 입국 확대계획은 제주도 입장에서는 큰 변수가 생긴 셈이다.

크루즈를 타고 와서 비자 없이 상륙할 수 있는 곳이 제주도 뿐만 아니라, 인천과 부산 등에서도 가능하다고 할 경우 국내 체류 일정 변경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기 때문이다. 제주도 체류일수를 줄이고 타 지역 체류 일수를 늘릴 수도 있다.

여기에 2026년부터 일반 여객선과 항공편 개별여행객까지 무비자 입국이 허용될 경우 제주관광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국내관광 전체적인 면에서는 무비자 제도의 확대가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대거 유인할 수 있는 파격적 카드인 것은 분명하나, 제주관광에서는 긍정적인 점보다는 위기적 측면이 더 강하다. 

실제 제주관광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발표가 전해지자 외국인 시장이 코로나19 기간처럼 또 다시 크게 위축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주도농어촌민박협회만 28일 유일하게 공식적 입장은 내놨다. 협회는 "무비자 체류 전국 확대라는 정책 변화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오히려 제주 관광의 질적 전환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제주도에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 내국인 관광객이 제주 방문을 꺼리는 영향이 과거 있었다"며 "중국인 제주 방문 감소로 내국인 관광객이 더욱 안심하고 제주를 많이 찾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어촌민박 업계의 입장과는 달리, 여행사나 호텔, 전세버스, 관광지 등 관광업계는 물론, 원도심 상권 등에서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는 크루즈를 타고 오는 단체관광객만 대상으로 하면서 영향이 적을 수 있으나, 2026년 항공편 개별 여행객까지 확대할 경우 제주도 입도 외국인 수는 감소세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업계에서도 제주 노선이 위축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국내 한 항공사 관계자는 "비자 없이 다른 지역을 통해서도 입국이 가능하다 하면, 제주도만의 메리트 내지 차별적 이점이 사라지는 것이어서 영향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 제주와 중국을 잇는 항공편의 위축을 우려했다.

제주도 관광당국은 아직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제주관광공사나 제주도관광협회, 제주상공회의소 등에서도 무비자 확대 계획에 대해 부심하는 분위기다. 무비자 확대, 제주관광에는 기회일까, 위기일까.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