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시간' 향하는 제2공항, 내년 탄핵 정국發 영향은?
[2024 이슈 정리]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향후 절차와 과제
환경영향평가 절차 착수...제주도, 갈등조정 개입 시점은?
민선 8기 임기내 갈등해결 가능성은?...대통령 탄핵, '대선 공약' 변수
제주지역의 최대 갈등이슈인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올해 중대 전환점을 맞았다. 많은 갈등 논란 속에 지난 9월 기본계획 고시가 이뤄진 것이다. 2015년 11월 성산으로 입지 선정 발표 이후 9년만이다.
이를 기점으로 관련 절차 진행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바로 내년 1월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본격 시작되고, 뒤이어 기본설계 용역도 실시된다.
환경영향평가 절차는 제2공항 사업의 마지막 최종 단계이자, 갈등문제 해결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영훈 지사가 언급한 '제주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 9년 만의 기본계획 고시, 그러나 증폭된 의구심...이유는?
올 한해를 정리해본다면, 행정 절차에서는 기본계획 고시 단계를 넘어서는 '진전'이 있었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논란도 적지 않았다. 특히 정부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 고시된 기본계획의 내용이 향후 추진할 제2공항 건설사업의 전체적 설계방향을 제시한 '완성체'가 아니라, 특정 시기에 해당하는 1차 사업분의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제2공항은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551만㎡ 면적으로 조성된다. 1단계 사업으로 추진되는 주요 시설은 활주로(3200m×45m) 1본, 계류장(31만1000㎡, 항공기 28대 주기), 여객터미널(11만8000㎡), 화물터미널(6000㎡), 교통센터 등으로, 총 사업비는 5조4532억원이다. 국토부는 1단계 사업을 통해 연 1690만명 규모의 여객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기본계획 내용과 관련해서도 많은 논란이 이어졌다. 제주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해 차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조성 면적은 예비타당성 조사 때(762만㎡)와 비교해서는 200만㎡ 규모가 축소된 것이지만, 현 제주공항 면적(350만㎡)과 비교해서는 200만㎡ 큰 규모다. 그럼에도 여객처리 규모는 현 제주공항 이용객(2019년 기준 3000만명)의 절반 수준인 1690만명으로 제시하고 있다. 입도 관광객 800만명 수준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면적은 현 공항보다 제2공항이 훨씬 큰데, 공항 시설은 현 공항의 60% 수준, 여객 수요 규모는 절반 수준으로 잡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구상'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공군기지 겸용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건설공사의 단계별 진행 계획도 의아스럽다.
국토부는 공항 필수시설, 즉 활주로나 계류장, 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 등의 기본적 공사만 1단계로 추진하고, 2단계에서는 1단계 시설 중 항공기 유도로나 계류장, 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 등을 추가로 확장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2단계 사업은 향후 항공 수요의 증가 추이를 보며 추가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본계획은 보통 사업 구간 전체의 재정투자계획까지 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기본계획에서는 1단계 사업 구간에 대한 사업비만 제시돼 있을 뿐, 2단계 재정계획은 아예 명시조차 되지 않았다.
당초 기재부 협의 때에는 1단계는 공항건설 관련 필수시설, 2단계는 상업.문화시설, 배후도시 조성 등을 구상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으나, 배후도시는 커녕 상업.문화시설 부분도 총사업비에서 아예 빠져 있다. "공항개발사업 이외의 문화.상업시설과 항공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민자사업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추가됐을 뿐이다.
공항 시설사업의 내용에서도 유도로, 계류장, 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은 모두 필수시설이고 항공기 안전과 이용객 편리와 직결된 사항임에도 1, 2단계로 나눠 추진하겠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제주도가 지난해 국토부에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및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언급했던 공항운영권 참여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확답도 주지 않았다. 제주도의 입장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기본계획 고시 과정에서 제주도와 사전에 내용을 공유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고시하면서 '제주도 패싱' 논란이 초래되기도 했다.
◇ '제주도의 시간' 갈등해결 프로세스 가동, 임기 중 가능할까
올해 행정 절차적 측면에서는 진전이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갈등문제 해결 측면에서는 여전히 답답함을 갖게 한 해였다. 민선 8기 도정은 '집단지성을 통한 문제 해결'을 약속했으나, 올해에도 이렇다할 액션은 없었다. 기본계획 고시에 대해서는 서둘러 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제주도정의 이러한 행보는 기본계획 고시 후 이어질 환경영향평가 단계를 '제주도의 시간'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계산이 자리하고 있다. 오영훈 지사는 공항인프라 확충 필요성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제기해 온 내용들을 검증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혀왔다.
검증을 하겠다고 밝힌 제기된 의혹은 크게 △항공수요 예측 적정성 △조류충돌 위험성과 법정보호종 문제 △조류 등 서식 지역의 보전 △숨골의 보전가치 △제2공항 부지 내 용암동굴의 존재 여부 등이다.
제주도정의 기본적 입장은 제기됐던 의혹이 검증되고, 문제가 없다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검증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이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는다면 동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오 지사는 지금과 같은 찬반 대립 상황이 계속되면 '갈등조정협의회'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음도 밝혔다.
갈등조정협의회 구성 근거는 환경부 예규로 된 '환경영향평가서 협의업무 처리규정'이다. 이 규정에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과정 뿐만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협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도 중점평가사업으로 지정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점평가사업으로 지정되면, 전문기관.지역주민.민간단체 등이 참여하는 합동 현지조사를 할 수 있고,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할 수 있다.
여기에 환경영향평가서 심의(협의) 권한이 제주도에 있고, 심의회를 통과한 협의내용은 제주도의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제주도가 쥐고 있는 셈이다.
'제주도의 시간'은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마지막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여러 가지 과제와 변수가 존재한다.
첫째, 시점이 관건이다. 중점평가사업 지정의 경우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작성되고 주민설명회와 공청회가 진행된 후 필요시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렇다면, 내년 제주도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거의 없다.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는 사계절을 모두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초안 작성에만 최소 1년이 소요된다. 사실상 2026년 상반기가 되어서야 초안이 공개되고 공청회 등이 가능하다.
2026년은 지방선거(6월)가 실시되는 해다. 초안에 대한 공람절차가 조금만 지연되더라도, 그 해 6월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즉, 민선 8기 도정의 임기 내 환경영향평가 심의나 도의회 동의는 믈론이거니와, 초안에 대한 공람절차를 정상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환경영향평가 관련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이나 최종 심의 등이 모두 차기 도정, 차기 도의회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내년 제주도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거의 없다는 것으로, 갈등해결 프로세스가 민선 8기 임기 중에는 가동의 시작조차 못할 수 있다.
둘째, 제주도정의 갈등조정 개입 시점이다.
정해진 절차상으로는 제주도정의 개입은 초안 공람이 진행되는 시점으로 볼 수 있으나, 이보다 한템포 빨리 가져 갈 수도 있다. 초안 작성 완료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제기된 의혹 검증을 과업 지시서 내용에 포함하고, 그 부분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제주도가 최근 국토부의 환경영향평가 항목 선정과정에서 '검증 의혹' 항목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검토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선 8기 도정의 공약인 갈등해결 프로세스 실행 차원에서라도 '선(先) 의혹검증' 카드는 검토해볼 필요성이 크다.
◇ 조기 대선 실시된다면...'대선 공약' 변수
이러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촉발된 '탄핵 정국'이 제2공항 현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제2공항 조속한 착공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올해 10월 개최한 민생토론회에서는 이 부분이 재차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후 반대단체에서는 제2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재검토를, 찬성단체에서는 조속한 착공을 요구하면서 찬반 갈등이 다시 크게 표출되는 양상이다.
기본계획 고시는 쉽게 번복이 되지 않을 것이란게 지방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나, 변수는 존재한다. 바로 '조기 대선'이다.
내년 대통령 탄핵이 확정되고 조기 대선이 실시되는 상황이 전제된다면, 제주지역 쟁점 이슈로 제2공항 문제가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각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이 주목된다. 그 중에서도 제2공항 정책에 대한 재검토 여부는 당선인의 입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해를 넘기는 제2공항 갈등이슈, '제주도의 시간'이 시작되었지만 내년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이 새로운 변수로 다가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