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실효성' 논란 제주 차고지증명제, 도민 50% "폐지해야"
차고지증명제 개선방안 마련 도민 토론회, 설문 결과 공개
"폐지해야" 50%..."완화해야" 16%..."현행 유지/강화" 34%
미래를 위해 필요한 정책?..."필요없다" 52% vs "필요있다" 30%
교통난과 주차난 해결을 위해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제주도에서만 시행되고 있으나 서민만 차별하는 정책, 실효성이 없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혹평 속에 헌법소원까지 제기된 차고지 증명제에 대해 도민사회 시각도 매우 냉랭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특별자치도가 27일 오후 농어업인회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차고지증명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도민 공개 토론회’에서는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제주연구원이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지난 9월말부터 10월초 사이 제주도민 1008명을 대상으로 모바일로 진행된 이번 조사 결과, 차고지증명제 방향에 대해서는 폐지 의견이 크게 높았다.
폐지 또는 유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응답자의 절반인 49.9%가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차종과 거리 등의 일부 기준을 완화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15.9%로 조사됐다. 폐지까지는 아니어도 현행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기준을 유지하면서 불편사항을 개선해야"라는 응답자는 22.3%, "차고지증명제의 효과를 조기에 도출하기 위해 제도를 강화해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11.9%로 조사됐다.
이 응답을 재정리해 보면, 폐지 또는 제도 완화 필요성을 제기한 응답층은 66.8%에 달한다. 반면 '현행 체제 유지 또는 제도 강화'라는 존치에 무게를 둔 응답은 34.2%에 불과했다.
차고지증명제가 제주의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정책이라고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1.5%가 "필요없다"고 답했다. "전혀 필요없다"는 34.0%, "거의 필요 없다"는 17.5%였다.
반면 "필요 있다"는 응답은 30.4%(조금 필요있다 18.5%, 매우 필요있다 11.9%)로 조사됐다. 중립적 의견인 '보통'이라는 응답은 18.1%였다.
차고지증명제 시행 이후 긍정적으로 변화된 부분을 묻는 질문에는 "건축 시 주차면 추가 확보 노력"(36.3%)과 "내 집 주차장 갖기 사업 활성화"(27.0%)을 상대적으로 높게 꼽았다.
이 제도의 근본적 시행 취지인 "도내 차량 증가 억제 기여"라는 점에 동의한 응답자는 17.5%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마지막으로 차고지증명제 추진 방향과 관련해 '폐지', '유예', '유지'라는 3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폐지는 차고지 증명제의 근거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유예는 차고지 증명제 시행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을, 유지는 제도를 완화하거나 보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면서 각 개선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차고지증명제는 현재와 미래 중 어디에 더 가치를 두느냐의 문제?
그러나 이날 설명에서 연구진은 "차고지증명제는 현재와 미래 중 어디에 더 가치를 두느냐의 문제입니다."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면서 이 배경에 의구심을 갖게 했다. 마치 미래를 생각한다면 차고지증명제가 필요하다는 식의 논거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나타난 차고지증명제의 서민 차별적 내용, 위헌적 내용, 실효성의 문제를 '현재의 가치'와 '미래의 가치'의 문제로 던지는 것은 논란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도는 제주연구원에 의뢰해 진행 중인 차고지증명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존폐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 차고지 증명제 논란 이유는?
한편, 차고지 증명제의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고 있는 시민들로 구성된 '살기 좋은 제주도 만들기'는 헌법재판소에 차고지 증명제의 위헌성에 대한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차고지증명제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재산권, 거주.이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실제 제주에서는 교통난과 주차난 완화를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결과적으로 실효성은 떨어지고 서민만 옥죄는 차별적인 반서민 정책이라는 논란을 빚으며 폐지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에 처했다.
차고지증명제는 2007년 대형차량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됐고, 2017년부터는 중형차까지 확대됐다. 2022년부터는 경.소형 차량까지 등록 대상으로 포함됐다.
그러나 이 제도 시행 후에도 차량 등록대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차량 억제라는 시행 효과가 반감되고, 결국은 무주택 서민과 청년들만 옥죄며 쥐어짜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 정책 시행 후 무주택 서민들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차고지가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인근 공영주차장의 1년 단위 정기주차 요금을 별도로 납부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그 금액이 만만치 않다. 차고지 증명용 공영주차장의 1년 요금은 동(洞) 지역은 90만원, 읍.면지역은 66만원이다. 이는 중.소형 자동차 소유자가 연간 납부하는 자동차세 금액보다도 갑절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사실상 '세금 폭탄'으로 불리는 이유다.
집 없는 무주택자와, 원룸 등에 사는 청년 등에 대해서는 차를 사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어, 폐지 요구 및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집은 있어도 차고지 공간이 없는 원도심 주민들에도 압박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주택 임대 등의 거래에서 차고지증명제 때문에 원도심 지역을 회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차고지증명제가 당초 시행취지와 달리 차량 억제 및 주차난 해소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반면, 집 없는 서민들과 청년들에 대한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서민과 청년층은 물론 제주도의회에서까지 '폐지론'이 강하게 분출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