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복지사업들도 슬쩍슬쩍...'주민참여예산' 변칙 편성 도마

도의회 복지안전위 예산안 심사..."주민참여예산, 이래도 되나?"
"지속적 시행 일반 복지사업도, 보건소 행사도, 단체보조사업까지"
市 "단체에서 요구해서"...의원들 "단체가 요구하면 모두 그럴건가?"

2024-11-19     윤철수 기자

제주특별자치도의 2025년 예산안에 반영된 '주민참여예산'에서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시행하는 일반적 사업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19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현길호)의 예산안 심의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의원들은 두 행정시의 복지분야의 사업에서도 주민참여예산으로 편성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주민참여예산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호된 질책을 가했다.

내년 예산안 중 주민참여예산 사업은 전체적으로 516건에 284억9400억원에 이른다. 

대부분 읍.면.동 지역 주민이나 청년 등의 이해와 요구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예산들이나,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본청과 사업소 소관 사업으로 분류되는 '시정참여예산'이 끼워넣기 식으로 편성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 도입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비판을 불러온 '시정참여예산'은 57건에 67억6000만원에 이른다. 이들 사업 대부분 부서에서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행정 영역의 사업이다. 

제주시 사회복지 관련 부서에서는 △취약계층을 위한 '몬딱' 서비스(1억9000만원) △장애인 거주시설 패러다임 전환(4억원) △사랑의 빵만들기 사업(자부담포함 620만원) △경로당 1~3세대 통합프로그램 지원사업(자부담 포함 1112만원) △제주시 자활생산품 홍보 한마당 지원사업(자부담 포함 890만원) △참사람문화의집 시민문화활동 체험 지원(1000만원) △다문화가족 지역사회 문화공유 프로그램(자부담 포함 1120만원) △음식점 옥외가격표시판 제작 지원(자부담 포함 3000만원) 등을 주민참여예산으로 편성됐다.

서귀포시도 마찬가지다. '장애인 병원동행 안심서비스'(6500만원)와 '찾아가는 청소년참여 예산학교'(1500만원), 그리고 보건소에서 개최하는 '시민걷기활성화 사업'으로 무려 4억원을 주민참여예산으로 편성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인숙 의원은 "주민참여예산은 정말 지역에서 주민들과 관련한 사업이어야 한다"면서 "(시정참여예산도) 주민 참여가 안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부서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들은 복지관련 일반 사업으로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서귀포 보건소의 '시민걷기 사업' 4억원 편성된 것을 들며, "내년 일회성으로 끝날 사업이면 모를까,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사업들을 주민참여예산으로 편성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임정은 의원도 "주민참여예산은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시민들이 제안하거나 요구해서 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안된다"면서 "주민참여예산의 정의가 뭔지 잘 생각해보고, 본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미숙 제주시 복지위생국장은 주민참여예산에 오른 사업비 중 일부는 특정 관련단체에서 요청해 편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또 "일반 예산으로 설정해서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단체 등에서 요청하는 사업의 내용들이 행정시에서 하는 사업과) 비슷한 유형의 서비스들이 있어서 (주민참여예산으로 시행하더라도) 대상자는 확실하게 저희가 중복되지 않게 저희가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강성의 의원은 단체 등에서 요청을 했다고 해서 주민참여예산으로 편성했다는 해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강 의원은 "일반 예산을 편성해 할 건 해야 하고, (아무리 단체에서 요청한다 하더라도) 지금의 예산 상황에서 안되는 건 안되는 것이라고 얘기들을 하셔야지,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쓴소리를 냈다.

강 의원은 "앞서 답변한 것처럼 어느 기관에서 '우리 이 사업 하겠습니다' 하면 주민참여예산으로 넣고, 그렇게 해주기 시작하면 앞으로 모든 사회복지 기관에서, 모든 단체에서 다 주민참여예산으로 해 줄 것인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사회복지분야 주민참예산 사업에서 '자부담'이 포함된 목록들도 있는 것을 지적하며, "주민참여예산에서도 '자부담'을 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나"라며 주민참여예산사업이 일반사업과 섞이면서 전례 없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행정시 모두 공통적으로 '시설비' 사업들을 대거 편성하고 있다

한편, 제주시 본청 부서에서는 복지분야 사업 외에도 △오름공원 산책로 정비 2억원 △번영로 도로조명 설치 4억원 △어린이놀이터 정비 1억원 △제주시 공원 운동기구 정비사업 1억원 △제주종합경기장 황톳길 조성 4억원 △인도 콘크리트 맨홀덮개 교체 등 3억원 등의 시설비 사업이 주민참여예산으로 편성됐다. 

행정 고유 사업들임에도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사업비를 편성하고 있는 것이다.

우당도서관에서는  작가 초청 강연 등의 행사운영비와 도서 구입비 등 6건을 주민참여예산으로 편성했다. 

서귀포시 역시 마찬가지다. 건설과와 공원녹지과, 도서관운영사무소의 시설비 사업이 주민참여예산으로 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하는 공연 행사(5월 가정의 달 특별공연 2억7000만원)와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1억5000만원)을 비롯해, 삼매봉도서관 무인도서 반납기 교체 등도 목록에 올라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