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초자치단체 법률도 '엇박자'..."행정구역 3개로" vs "2개로"
김한규 의원 "제주시 두개로 쪼개기 안돼"...기존 체제 법안 발의
위성곤 의원, 행개위 권고안 토대 '3개 기초단체 체제' 법안 발의
제주특별자치도가 3개 행정구역(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의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핵심으로 하는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기초자치단체의 행정구역 구분을 놓고 엇박자가 표출되고 있다.
제주시를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로 구분하는 것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던 제주출신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에서 급기야 제각각 법률안을 발의하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2026년 지방선거 적용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에 대한 정부 압박이 한창인 시점에서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회의원(제주시을)은 1일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현재 행정시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변경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서귀포시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권고한대로 제주시를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로 분리하지 않고 현행 제주시와 서귀포시 2개 행정체제를 그대로 유지함 속에서 기초자치단체로 만들자는 안이다.
즉, 주민이 시장을 직접 선출하도록 하되, 현행 제주시, 서귀포시의 행정구역을 유지하는 법안이다.
김 의원은 이를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으로 제시했다.
김한규 의원은 "지난 총선 때부터 꾸준히 기초지방자치단체 부활에 찬성하는 입장을 피력해왔고, 도민의 선택권을 위한 주민투표가 필요하다고도 역설해왔다"며 "다만, 제주시를 2개로 쪼개는 것이 제주시민들의 생활권이나 통근·통학권에 부합하는지, 제주시가 가진 역사성과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진 않을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시가 2개로 쪼개지면 현재는 없는 불필요한 동·서 지역 간의 갈등이 미래에 생길 수도 있고, 2개 시마다 별도의 시청, 시의회, 시교육청 등 수많은 행정기관을 신설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도민이 부담해야 하는 점도 고려해서 법안을 발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다수의 지자체들이 인접 지자체 간의 통합을 통해 타 지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노력 중인데, 제주는 반대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제주시를 2개로 쪼개어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다는 게 김 의원의 의견이다.
그러면서 "행정안전부가 신속하게 주민투표가 진행될 수 있도록 요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주민투표에 대한 의견도 달리했다.
현재 제주도가 행안부에 건의한 주민투표안은 행정구역을 3개로 분리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해서만 주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안이다.
반면 김 의원은 "주민투표는 우선 기초지방자치단체 부활 여부에 관해 도민의 의견을 구하고, 다음으로 현행 제주시를 유지하는 방안과 제주시를 2개로 분할하는 방안 중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한 주민투표, 제주시 2개 분할 여부에 대한 선택 등 2단계에 걸쳐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앞서 지난 9월 같은 당 위성곤 의원(서귀포시)은 제주도에 기초자치단체로서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를 설치하는 내용의 '동제주시·서제주시 및 서귀포시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위 의원의 제정안은 제주도 행정구역 중 현재 제주시 지역을 △동제주시(구좌읍, 조천읍, 우도면, 일도동, 일도2동, 이도1동, 이도2동, 건입동, 화북동, 삼양동, 봉개동, 아라동) △서제주시(한림읍, 애월읍, 한경면, 추자면, 삼도1동, 삼도2동, 용담 1 동, 용담2동, 오라동, 연동, 노형동, 외도동, 이호동, 도두동)로 나누고 있다.
이는 김한규 의원의 안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행정구역 분리를 놓고 의견이 완전히 엇갈리면서,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도민사회 혼선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 달 8일 위성곤, 김한규, 문대림 의원과 함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만나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연내 주민투표 실시를 건의했다.
그러나 건의문에는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 요청만 언급됐을뿐, 몇 개로 설치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적시하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도지사와 3명 국회의원 간 '3개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26년 6월 지방선거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주민투표가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실시돼야 하나, 지역 정치권에서 다른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고 행정구역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민투표는 불투명한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