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뒤집힌 판결' 제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 6개월만에 재개

항소심 법원 "이미 소규모 환경평가 완료...절차상 하자 없어"
제주도 "11월13일 공사 재개...내년 12월 시운전 목표로 추진"

2024-10-23     윤철수.함광렬 기자

전면 중단됐던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가 6개월만에 재개된다. 제주도 증설사업 계획 고시와 관련한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절차적 위법성으로 인해 고시는 무효라는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2행정부는 월정리 주민 6명이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동부하수처리장 관련 '공공하수도설치(변경) 고시 무효확인' 소송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번 재판의 쟁점이었던 절차적 정당성 문제와 관련해, 이미 소규모 환경평가 협의가 완료된 부지 내 사업으로 다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고, 인허가 등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1월 이뤄진 1심 판결과 정반대의 판단이다. 1심 재판부는 증설공사 고시 전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제주도가 최초 영산강유역청과 협의한 시설용량은 1만2000톤이나, 이번에 2만4000톤으로 증설하는 것인 만큼 환경영향절차도 새롭게 받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이뤄진 제주도의 증설사업 관련 고시는 위법하다는 것이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되면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다시 진행할 필요가 없음에 따라 제주도의 고시는 적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최초 협의가 이뤄진 시점인 1997년 당시 관련 법률에서는 환경성검토 대상은 1만제곱미터 이상 부지에 대해서만 하도록만 규정하고 있고, 시설 용량은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절차를 새로 이행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또 법률이 개정되면서 하루 용량이 15만톤 이상으로 증설할때 환경영향평가를 새롭게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번 증설 용량은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해 유효하다고 해석했다.

이 재판과 관련해 제주도의 1심 판결 패소와 함께, 지난 4월 주민들이 제기한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에서는 주민들의 주장이 인용되면서 공사가 전면 중단된 바 있다. 가처분 신청은 지난 8월 대법원에서도 최종 인용됐다. 

그러나 본안 소송 항소심에서 증설사업 고시의 적법성이 인정되면서 사업은 다시 탄력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제주도는 23일 항소심 판결에 대해 환영입장을 밝히며 조만간 공사를 본격 재개한다고 밝혔다. 공사 재개 시점은 지난 4월 내려진 집행정지 결정의 효력이 오는 11월 12일 소멸되고, 공공하수도 설치 고시의 효력이 회복될 예정임에 따라 11월13일로 제시했다.

11월 13일 공사를 재개하고 내년 12월 시운전을 목표로 증설공사를 신속하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기간 사업 지연으로 인한 물가 상승 등으로 총사업비는 증액될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이번 항소심 승소에 따른 중앙부처의 총사업비 증액에 대한 기술검토를 완료했으며, 당초 452억 원이었던 사업비는 499억 원으로 47억 원 증액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공사 재개를 통해 하수 증가에 차질 없이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주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동부하수처리장의 유입하수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2년에는 일일 최대 1만 3,179㎥로, 현 처리용량인 1만 2,000㎥을 초과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 광역 하수도정비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동부하수처리구역(조천, 구좌)의 계획하수량이 일일 1만 9626㎥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번 증설사업을 통해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좌재봉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장은 “이번 판결을 통해 도민들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하고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공동회견에서 약속한 월정리 주민들과의 상생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지역주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함께 상생해나가겠다”고 밝혔다.

◇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 그간 경위는?

한편,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 계획은 2017년 7월 고시됐다. 제주 동부지역의 하수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현재 1만2000톤의 하수 처리 용량을 2만4000톤으로 2배 늘리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사업 추진과정에서 해녀 등 지역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절차적 논란 등이 제기되면서 사업은 난항에 빠졌다. 

특히 제주도가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신청서에 600m 거리에 있는 당처물동굴은 기재하면서도 100m 거리에 있는 유네스코 자연유산인 용천동굴을 누락한 문제, 그리고 수질과 악취, 오수에 대한 언급 없이 이 사업이 단순히 건축물 등을 개축하는 행위로 허가를 받은 문제 등이 나타나면서 논란을 더욱 키웠다. 

해녀들의 저지로 공사는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주도는 지난해 7월 월정리마을회와 공사를 정상적으로 추진하는데 전격 합의했다. 비로소 공사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이 합의로 이번 소송에 참여했던 원고 22명 가운데 16명이 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남은 주민 5명이 소송을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이어갔고, 지난 1월 본안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이어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지난 4월 공사 재개 선언 9개월만에 다시 전면 중단되는 상황을 맞았다. 8월에는 대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이 최종 인용되면서 공사 재개는 극히 불투명한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이번에 행정소송 본안 항소심에서 제주도가 승소하면서 공사 재개의 길이 열리게 됐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