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발굴 매몰사고 100일 지나서야...제주시 "사과할 의향 있다"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중대재해' 후속조치 미흡 질타
강철남 의원 "지금까지 뭘 했나?"...김완근 시장 "사과입장 밝히겠다"
"중대재해 재발방지대책도?" vs "매뉴얼 교육했으나, 언론보도는..."

2024-10-15     윤철수 기자

제주시 구좌읍 문화재 표본조사 현장에서 토사가 붕괴돼 매몰됐던 노동자 2명 중 1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에서 책임자 처벌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완근 제주시장이 15일 공식적 사과입장을 밝힐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김 시장은 이날 오전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고태민)의 제주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철남 의원(연동 을)으로부터 이 사고에 대한 집중적 질의를 받자 공식 사과할 뜻이 있음을 피력했다.

사고가 발생한지 100여일만이다. 

이 사건은 지난 7월 2일 오후 1시 25분쯤 제주시 구좌읍 지역 공원조성사업 관련 문화재 표본 조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작업에 참여했던 60대 여성 ㄱ씨와 70대 남성 ㄴ씨가 토사에 매몰됐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ㄴ씨는 자력으로 빠져나왔고, ㄱ씨는 출동한 119에 의해 20여분만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닷새 만에 숨졌다.

사고발생

이들은 당시 2.5m 깊이로 수직 굴착된 트렌치(도랑)에서 바닥면 정리 작업 중 굴착지 축면이 붕괴되며 토사에 깔렸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토사 등 또는 구축물의 붕괴 또는 낙하에 등에 의해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지반은 안전한 경사로 하고 낙하의 위험이 있는 토석을 제거하거나 옹벽, 흙막이 지보공 등을 설치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고가 난 현장에서는 안전한 경사도 지키지 않았고 옹벽이나 흙막이 지보공도 설치하지 않은 채 수직으로 파내려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당시 장마로 인한 연일 많은 비가 내리면서 지반이 약화된 상태였음에도 안전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노동단체 및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중대재해'로 규정하며, 제주시 책임자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수사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제는 제주시가 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도,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아무런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해당 문화재 발굴조사는 제주시청 공원녹지과가 구좌읍 상도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문화재 조사업체와 용역계약을 맺고 진행 중이다. 

실제 제주시는 사고 발생 후 현재까지 단 한번도 이 사고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유족들이나 시민들에게 사과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이날 행정사무감사에서 강철남 의원은 이러한 부분을 지적하며 김 시장을 질타했다. 

질의를

강 의원은 "상도공원 조성 사업에서 문화재 발굴조사가 필요해서 진행한 것인데, 토사 붕괴로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며 "그런데 이때가 장마철이었고, 지반이 많이 약해진 상태인데 전혀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완근 시장을 향해 "(사고가 발생한 후) 그 다음 어떻게 했나?"라고 직접적으로 물었다.

이에 김 시장은 "(제가 관련부서에) 재발방지대책 계획 수립하라 해서 매뉴얼 작성해서 교육을 했다"면서 "각 부서의 교육도 반기에 한 번씩 이렇게 시키도록 해서 1차 교육을 7월 25일과 26일 시켰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강 의원이 "이게(재발방지대책 및 매뉴얼을 마련해 교육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가 됐나?"라고 묻자, 김 시장은 "보도자료를 저희들이 내긴 했는데, 언론이 써주는 것도 있고, 안써주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 재발방지대책.매뉴얼 마련 교육, 정말 맞나?

그러나 사실 확인결과 김 시장의 '재발방지대책 계획 및 매뉴얼' 관련 보도자료 발언은 사실과 다른 점이 있었다.

실제 제주시가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7월11일자 '제주시, 공직자 대상 중대재해 예방교육 추진'이라는 내용인데, 내용 어디에도 문화재 발굴현장 매몰사고 관련 내용이 아니라, 일반적 교육 홍보의 내용이었다.

더욱이 해당 보도자료는 2주 후에 열릴 예방교육을 안내하는 것이었고, 7월 25일과 26일 교육을 했다는 내용은 보도자료 배포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제주시당국은 이 내용을 근거로 해 후속 재발방지대책이나 매뉴얼을 마련했으나 언론에서 제대로 보도를 안한 것처럼 설명하면서 팩트와는 거리가 있는 답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사고 발생 후, 왜 사과 입장 한 마디 없었나

사고가 난 후 제주시 당국이 유족이나 시민들에게 사과 조차 밝히지 않은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강철남 의원은 "(사고 발생 후) 유족분들을 만나신 적 있느냐"고 묻자, 김완근 시장은 "사고 당일 제가 다른 일정이 있어서 부시장이 바로 현장에 갔었고, (이후에) 제가 지속적으로 부서를 통해 (가족들에게) 두 세차례 면담을 요청했으나, (가족들이) 안 만나겠다고 해서..."라고 말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왜 (유족들이 안만난다고) 그랬던 것일까"라며 "(사고) 다음 날 (제주시청 담당부서) 주무관이 황망한 상태에 있는 가족들한테 '제주시는 크게 잘못한 거 없고' 이런 식의 뜻을 전해서 가족들이 너무 화가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가족분들은) 안전장치 등이 너무 소홀했으나, 안전관리 기준 충분히 마들어주고, 다음 공사 때부터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과 제주시의 공식적인 사과를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런데 지금까지 (김 시장이) 사고를 했다고 언론에 나와 있는게 하나도 없다"며 제주시 당국의 태도를 질타했다.

강 의원은 "제주시에서 주관하는 사업에서 사고가 난만큼 공식적인 사과가 필요하지 않나"라며 사과 의향을 재차 물었다.

김완근

이에 김 시장은 "인정한다"고 답했고, 강 의원이 "그러면 사과하시겠느냐"고 묻자,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이번 사안은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기자회견이 계속 이어졌는데, 제주시가 전혀 반응이 없다는 것은, 이건 내부적으로 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보고에 문제가 있다라고 보는데, 시장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발굴조사 기관의 문제나 개선방안, 그리고 앞으로 지도 감독을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고민해 주시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