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연북로 차없는 거리 걷기' 행사에...시민단체도 '절레절레'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 "생색내기용 1회성 행사"
"접근성 매우 취약...상가도 없는 휑한 곳...왜 이런 곳에서?"

2024-09-20     원성심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오는 28일 제주시 연북로 '제주문학관~메가박스 영화관' 구간에서 차 없는 거리 걷기 행사를 개최하는 것과 관련해 개최 장소의 적절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에서도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곶자왈사람들과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평화인권센터, 제주여민회,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제주녹색당, 정의당 및 진보당, 노동당 제주도당, 제주청소년기후평화행동, 제주도친환경농업협회, 한살림제주 등 19개 단체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20일 이 행사에 대해 성명을 내고 "생색내기용 1회성 행사"라고 정면 비판했다.

비판의 초점은 행사의 취지보다는 개최 장소의 문제에 맞춰졌다. '걷기 좋은 제주, 자전거 타기 좋은 제주 그리고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제주'라는 슬로건을 제시하고 있으나,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기도 어려운 곳에서 행사를 개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는 "제주도가 도민 걷기 실천율 등 건강지표 향상을 위해 연북로 구간을 ‘차 없는 거리’로 내어주는 행사를 추진한다면서 콜롬비아 보고타시의 ‘시클로비아’를 표방했다"면서 "2019년 이후로 중단되었던 차 없는 거리 행사가 다시 부활하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이다"고 평했다.

이어 "그러나 대중교통으로 가기도 어려운 곳에서 개최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 개최되는 행사는 ‘걷기 좋은 제주, 자전거 타기 좋은 제주 그리고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제주 ’취지에 들어맞기보다 생색내기용 1회성 행사의 성격이 더욱 강해 보인다"고 힐책했다.

또 "제주도가 밝힌 이번 행사의 취지는 ‘걷기 문화 활성화를 통해 비만율을 개선하고 나아가 15분 도시와 탄소중립 정책의 확산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행사 장소인 연북로는 행사 취지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행사가 개최되는) 해당 구간은 자가용 이용이 집중된 공간으로 대중교통 접근성이 매우 취약하다"면서 "더욱이 자전거와 도보로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은 지역으로, 걷고 자전거를 타기 위한 공간으로 해당 구간을 통제할 예정이라는데 자가용을 이용해야만 접근 가능한 곳에 행사를 여는 것은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행사 구간은 누구나 용이하게 접근하여 보행과 자전거 이용을 즐길 수 있는 곳도 아니다"며 "그늘도 없고 주변 상가들도 없는 휑한 곳에서 걷기의 즐거움을 제대로 누릴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제주도가 이러한 공간에서 어떤 효과와 상징성을 부여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콜롬비아 보고타시의 ‘시클로비아’를 표방했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1982년부터 시작된 시클로비아는 자전거(bicicleta)와 길(via)의 합성어로 온전히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해 도시 주요 간선도로의 차량을 통제하는 정책이다"면서 "매주 일요일과 국경일마다 보고타시 북부 5개, 중부 6개, 남부 5개 노선 총 120㎞ 구간의 도로에 7시간 동안 차량은 들어설 수 없으며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롤러스케이트·인라인스케이트 이용자에게 개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고타시는 중남미에서 손꼽히는 교통혼잡 도시로 극심한 교통혼잡, 심각한 대기질, 높은 교통사고 발생률 등을 개선하고자 이 정책을 만들었다"며 "시민들이 자가용 의존도를 줄이고, 누구나 평등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로를 만들자는 것이 이 정책의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또 "그래서 보고타시는 이 정책과 더불어 총 길이 480㎞ 구간의 자전거 전용도로 ‘시클로루타’도 운영하고 있다"면서 "정책의 핵심은 ‘누구나 접근이 용이한 도로를 통제하고 이를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취지에 비춰볼 때, 제주도가 이번에 추진하는 연북로 개최 장소는 누구나 용이하게 접근해 보행과 자전거 이용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보고타시의 정책과 달리 의미가 매우 퇴색된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의 대중교통 정책 방향에서도 날을 세웠다.   

이들 단체는 "최근 제주도의 대중교통 상황을 보면, 무리한 감차와 노선개편으로 대중교통의 이용은 더욱 불편해졌으며 자전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며 "제주도심 내 제대로 된 자전거 전용도로는 거의 갖춰져 있지 않고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가 겹쳐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가 서로를 위협하는 상황이다"고 성토했다.

또 "보행 환경 역시 한심할 지경이다"며 "애써 키운 가로수를 베어내 폭염 속 땡볕에 고통을 감내하고 걸어야 하며 이면도로에는 주차된 자동차들로 제대로 걸을 수도 없고, 보행자를 위한 소공원이나 쉼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보행과 보행을 연결하는 버스와 자전거에 대한 정책이 취약해 결국 걷고 싶어도 걸을 수 없는 곳이 제주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현실에 대한 개선 없이 행사 한 번으로 15분 도시와 탄소중립 정책을 확산하겠다는 계획은 도민들에 대한 기만이다"고 직격했다.

이들 단체는 "제주도는 당장 도민이 대중교통으로, 자전거로, 도보로 접근 가능한 공간에서 행사를 개최하라"면서 "단순히 구호로 그치지 말고 진정한 대중교통 개선을 위해 정책적 의지와 실행력을 보여줘라. 지금 필요한 것은 일회성 행사에서 도지사의 사진을 남기는 일이 아니라 도민에게 진짜 필요한 정책을 실현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람 중심의 보행환경 조성과 탄소중립 달성, 에너지 대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고 밝히고 있는 제주도의 이번 행사는 28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연북로 제주문학관에서 메가박스에 이르는 2㎞ 구간(왕복 4㎞)에서 진행된다.

강동원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은 20일 진행한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주민불편 최소화 측면을 고려해 장소를 결정했다"며 "행사를 진행하고 평가를 통해 이 사업의 지속 여부 등을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버스 노선이 많은 지역은 아닌 만큼, 행사 당일 한라도서관과 제주아트센터,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부지 및 모델하우스 등에 주차장 500여석 정도는 확보된 상황"이라며 "걷기 행사이기 때문에 도민들께서는 가급적 대중교통이나 먼 곳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방문해 달라"고 당부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