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뒤틀린 가족관계, '사실혼 배우자-양자' 법적 인정받는다 

9월1일부터 혼인.입양신고 특례 결정신청 접수
위원회 결정으로 뒤틀린 가족관계, 바로 잡는다

2024-08-27     윤철수 기자

제주4.3으로 인해 뒤틀렸던 가족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법적 절차가 본격 진행된다. 제주4.3희생자의 사실혼 배우자와 사실상 양자들이 유족으로 법적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제주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실무위원회(4·3실무위원회)는 오는 9월 1일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 희생자의 사실상의 배우자의 혼인신고 및 사실상의 양자 입양신고를 위한 사례 신청을 받는다고 27일 밝혔다.

신청을 받은 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4·3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받는다.

이는 올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제주4.3특별법 개정법률 및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한 제주4.3특별법 시행령이 개정 시행되는데 따른 후속조치이다.

개정된 4.3특별법 및 시행령은 제주4.3으로 인해 뒤틀린 가족관계를 바로잡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4·3 당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상 부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유족은 법적인 혼인관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4·3위원회의 결정이 있으면 혼인신고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미 폐지된 사후양자 제도의 예외특례로서 그동안 제사를 지내며 분묘를 관리하는 등 사실상 양자 역할을 해온 이들도 4·3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법률상 양자 신고가 가능하게 됐다.

사실상 혼인관계로 자녀 A를 낳고 살았던 ㄱ씨와 그 배우자 ㄴ씨는 제주4·3사건으로 인해 ㄱ씨가 1950년에 사망함에 따라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다. 이에 큰아버지의 자녀로 등록되어 있던 자녀 A는 본인의 부자관계를 바로잡고 부모님의 명예회복을 위해 이를 정정하고자 했으나, 부모님의 혼인관계에 관하여는 현행법상 불가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제주4.3특별법과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자녀 A는 4.3위원회로부터 부모에 대한 사실상 혼인관계 결정을 받아 법률상 부부관계를 맺어 드리고, 본인도 실제 부모의 자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사실상 혼인관계 사례 中)

직계비속 남자 없이 집안의 호주로 살아오던 ㄷ씨는 1948년 제주4·3사건으로 인해 희생되었고, 1950년 집안에서는 호주승계를 위해 입양신고 없이 친척의 아들 B를 ㄷ씨의 사후양자로 선정하였으나, 현행법상 가족관계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 제주4.3특별법 및 시행령 개정으로 B는 위원회로부터 사실상 양친자관계에 대한 결정을 받아 입양신고를 함으로써 희생자 ㄷ과법률상 부자 관계를 맺게 되었다. (사실상 양친자관계 사례 中)

이에 따라 9월 1일부터 혼인.입양신고 특례에 관한 결정 신청이 시작된다. 

신청 자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혼인신고 특례의 경우, 제주4·3사건 희생자(사망, 행방불명)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었던 사람 본인 또는 그 사람이 사망한 경우 그 사람과 희생자 사이의 자녀 또는 손자녀가 신청할 수 있다. 

입양신고 특례의 경우, 제주4·3사건 희생자(사망, 행방불명)의 양자로서 입양신고를 하지 못한 사람 본인이 신청할 수 있다.

접수처는 신청인 주소지 기준 도, 행정시, 읍·면사무소, 동주민센터로, 신청서류를 방문 제출하거나 우편 접수하면 된다. 

혼인·입양신고 특례에 따른 결정 신청이 접수되면, 신청사실은 유족과 이해관계인에게 통지되며 유족 및 이해관계인은 60일 내에 이에 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이후 4·3실무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4·3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4·3위원회의 결정 결과가 통지되면, 신청인은 가족관계등록관서에 혼인·입양신고를 할 수 있다. 

사실상의 혼인관계·양친자관계에 관한 결정을 위해 희생자와의 신분관계를 소명할 수 있는 증빙자료는 증거의 진실성이 객관적으로 담보돼야 한다. 

보증서 등 단독 증빙자료만으로 그 증명력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4·3위원회는 제출된 증빙자료와 제출된 의견을 종합해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4·3사건 희생자와 사실혼관계에 있던 사람이나 사실상 양친자관계에 있던 사람들도 위원회 결정으로 혼인․입양신고가 가능해짐에 따라 희생자와 유족의 실효적인 구제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숙원이던 유족들의 바람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업무 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오랜기간 뒤틀린 가족관계로 고통을 받았던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단 한 분도 소외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