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권이야기] "소방법 때문에, 휠체어 사용자는 관람할 수 없어요"

[기고] 고민아/ 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

2024-08-21     고민아
고민아/

최민식 배우가 시민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 이유는 비싼 가격 때문이라며 영화관 가격을 내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영화관람료가 상승한 것에 대해 이해는 하면서도 부담되는 가격임에는 분명하다는 이야기였다. 비싸서 영화관을 안 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용할 수 없거나 직원의 눈초리가 따가워 영화관을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는 최근 신축 영화관을 방문하였다. 함께 간 친구는 수동휠체어를 사용하며, 스스로 영화관 좌석으로 옮겨 앉을 수 있다.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리클라이너 좌석에 누워 영화를 볼 생각을 하니,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휠체어 사용자의 이동 동선이나 접근성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 수 없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예매하였다. 휠체어를 타고 영화관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나오는 출구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고, 예매를 하였다.

상영시간이 다 되어서, 영화를 보기 위해 안내받은 지하 2층을 찾아가기로 했지만, 엘리베이터에는 지하 2층 버튼이 없었다. 지하 2층을 가기 위해 다시 매표소로 향했다.

“14시 20분 리클라이너 관을 예매했어요. 지하 2층을 어떻게 가야 할 까요?”

“소방법 때문에, 휠체어는 이용할 수 없어요.”

“네? 소방법이요? 그게 무슨 말이죠?”

이전에 우리를 안내해 준 직원은 없었다.

우리의 불쾌한 표정을 읽은 직급이 높아 보이는 직원이 앞으로 나와 오해가 있었다며 자신이 안내를 해주겠다고 따라오라고 하였다.

소방법과 휠체어 사용자에 어떤 연관성이 있길래 저런 응대를 했는지 이유를 재차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똑같았다.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오해한 거 같다.

영화를 예매한 고객에게 ‘이용할 수 없다’가 과연 맞는 대답이었을까?

휠체어 사용자이기 때문에 이용할 수 없다는 걸 돌려 말하려 했던 것일까?

단지 휠체어를 탔다는 이유로 소방법을 핑계 삼아 영화를 볼 수 없게 하려는 의도였는지, 본인이 나서서 안내를 해줘야 한다는 점이 불편했는지 직원의 대처에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무조건반사처럼 휠체어 사용자는 소방법 때문에 영화를 볼 수 없다는 직원의 응대는 장애 감수성이 너무나도 결여된 반응이였다. 최소한 영화를 예매한 고객에게 상황에 관한 질문이 먼저여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 영화관은 장애인 전용 주차장이 설치돼 있고, 이동 통로와 출입구에 턱이 없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또한 장애인 화장실을 갖추고 있고, 엘리베이터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버튼, 청각장애인을 위한 점멸등 등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새로 신축된 건물인 만큼 물리적인 접근성을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의하면, 제주도에 등록 장애인 수는 2023년 기준 36,918명이다. 거기에 거동이 불편하여 휠체어를 사용할 수 있는 노인 인구수는 121,156명이다. 제주도 전체 인구의 23.4%를 차지한다. 휠체어를 타고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여가 공간하면 영화관이 가장 먼저 떠 오른다. 그것에 맞게 영화관 직원들의 인권 감수성과 장애에 대한 이해도를 향상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법과 정책의 변화, 시민단체와 장애인 단체의 노력으로 시설물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성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 속도에 맞춰 사람들의 인식은 나아졌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영화관처럼 고객을 응대하는 사업장에서는 직원들에게 얼마나 장애인 접근성과 에티켓, 인권 감수성을 교육하고 있는지도 고려해 봐야 한다.

필자가 이용한 영화관의 직원은 영화관 내부에 있는 휠체어 리프트조차 사용할 줄 몰랐다. 심지어 휠체어 리프트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까지 발생하였다. 작동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방치되어 있던 휠체어 리프트가 얼마나 위험한지 직원은 알고 있었을까. 혹여나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는 휠체어 사용자들에게는 너무 끔찍한 상황이다.

2018년 5월부터 모든 사업주는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해야 한다. 1년 중에 한 시간의 교육으로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지만, 이 최소한의 교육조차도 단순히 교육자료를 배포하거나 게시, 전자메일 발송으로 끝내는 곳이 많다. 하지만 영화관에서는 무의식적으로나 고의로 장애인을 차별하거나 배제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직원을 대상으로 대면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생기는 편견과 오해를 해소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다양한 상황에서 장애인을 비롯하여 소외된 관람객의 요구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영화관람료가 비싸도, 다른 문화·여가의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이동 약자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