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 (20) 베토벤의 로망스 2 (F Major Op 50)

2024-07-30     정은실

로망스라는 단어는 자세한 뜻이나 어원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왠지 듣는 순간 사랑스러움이 듬뿍느겨지는 단어다. 그러나 영어 로맨스의 프랑스식 발음으로만 알고 있던 로망스의 어원이 지명인 ‘로마(Rome)적인 것’에서 발생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후 로망스는 역사적인 과정을 거쳐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것, 나아가서는 사랑과 관련된 의미로 탈바꿈하게 된다.

문학이나 영화 뿐 아니라 고전음악에도 로망스라는 형식의 악곡이 있다. 로망스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무형식적인 의미를 품고 있듯이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풍의 음악소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곡 전체를 아우르는 큰 제목 뿐 아니라 악장의 소제목으로도 쓰일 수 있다. 우리에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로망스 음악은 프랑스 영화 ‘금지된 장난’의 주제곡인 로망스일 것이다. 주위에서 클래식기타를 배우는 사람에게 왜 배우느냐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이 곡을 잘 치고 싶어서라고 대답한다. 그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조금 더 깊이 고전음악 쪽으로 들어가보면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0번의 2악장이나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의 2악장 역시 로망스다. 또한 드보르작의 로맨틱한 소곡 1번이나 슈만의 로망스 2번, 리스트의 로망스 (S169)등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그저 하루 종일 로망스 속에 푹 빠지고 싶은 곡은 누가 뭐래도 베토벤의 로망스 2번이다.

작품번호 50 (F Major, Op50) 베토벤의 로망스 2번은 그의 초기 작품으로 음악계의 선배요 스승 모차르트나 하이든의 모습이 선뜻선뜻 보이기도 한다. 특히 이 곡은 베토벤 본인의 말대로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0번과 세레나데 13번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뮤직의 로망스 악장을 모델로 가져 온 곡이다. 베토벤은 로망스를 1번과 2번 두 곡 작곡했는데 F장조와 G장조 두 곡중 F장조를 먼저 작곡했지만 출판이 늦어지면서 번호가 2번으로 바뀌게 된 곡이다. 1번과 2번을 아담과 이브로 비유하는 애호가도 있고 남성적,여성적이란 단적인 표현을 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식 표현 이건 듣는 사람의 자유일 뿐 맞다 틀리다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필자는 차라리 1번을 무르익은 농염한 사랑으로 표현하고 2번을 수줍은 소녀의 사랑으로 표현하려 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은 이미 청력을 잃었고 사랑도 잃었기 때문에 휴양하러 간 도시 하일리켄슈타트에서 유서를 작성했다고 알려진 시기다. 그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는 이때 작성된 것이다.

건강을 잃고, 사랑을 잃고도 이토록 평온하고 감미로운 로망스를 작곡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베토벤의 천재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시작부터 바이올린이 노래하듯이 (Cantabile)유연히 주제음을 연주하고 뒤이어서 오케스트라가 받는 서로 주고 받는 사랑 연주가다. 베토벤 말기 음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깊은 울림이나 교향곡에서 나오는 웅장함 또는 인간의 심연을 파고 드는 고뇌 등은 보이지 않지만 ‘사랑’이라는 한 주제의 가장 아름다웠던 절정의 한 순간을 노래한 곡으론 결코 이 곡을 따라올 곡이 없다. 그저 사랑 하나로만 족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나 스스로에게 자문하면서 음미하는 이 곡, 베토벤의 로망스 2번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오늘 하루를 살아낼 가장 정당한 이유, 그건 바로 사랑일테니까 말이다. <정은실/ 칼럼니스트>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와 제휴를 맺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뉴욕일보>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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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