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해진 기후재난 위기감...제주도 '탄소중립' 목표, 15년 앞당겼다
[제주도 2035탄소중립 담대한 도전의 시작](1)빨라지는 '넷제로 시계'
기후재난 위기감 속, 에너지 대전환 통한 '2035 탄소중립 비전' 선포
정부 목표보다 15년 빨리...재생에너지 비율 70%↑, 화력→수소 전환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3년은 기상관측 174년 이래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지구의 평균 표면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45℃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 홍수, 가뭄 등 극단적 이상 기후의 발생 빈도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유례없는 홍수가 발생하고, 최악의 대형 산불이 나는가 하면, 한파와 폭설, 그리고 이례적 우박이 쏟아지기도 한다. 바다 온도는 역대급으로 상승하고 있다. 1901년부터 2020년 사이 해수면 온도는 0.9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온 증가 속도는 더욱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추이가 지속된다면 2050년에는 전 세계 지표면의 지구 온난화 차원을 넘어 그야말로 기후위기, 기후 재난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더 덥고, 더 위험해진 기후 위기를 초래한 결정적 요인은 온실가스 배출이다.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속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IPCC(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는 특별보고서를 통해 현재와 같은 온난화 추세가 지속될 경우 지구 평균기온 '1.5℃ 상승'이 도달하는 시점은 2040년 전후로 전망했다. 1.5℃ 상승은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지구촌의 최대 과제인 1.5℃ 상승 억제를 위해 세계 각 국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으로 귀결된다. 이를 위해 화석 에너지를 '제로화(0)'하는 '탄소 중립'이 추진되고 있다.
탄소 중립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인간활동으로 증가하지 않는 순 배출량 '0'을 의미한다.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산림 등으로 흡수 또는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 사회가 곧 탄소중립 사회라 할 수 있다.
2018년 IPCC 특별보고서 발표에 발맞춰 세계 주요 국가들의 탄소중립 실천 계획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대부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등의 정책 이행에 나서고 있다. 탄소 중립 관련 산업화도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도달 목표도 2050년으로 제시됐다. 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3) 등에서 제시한 내용을 보면, 2022년 기준 탄소 배출량은 6억100만톤 정도인데, 2030년 5억1200만톤으로 줄이고, 2050년에는 제로에 근접한 8040만톤 정도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정책은 2020년 7월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인 '그린뉴딜', 2021년 8월 탄소중립 기본법 제정, 그리고 2023년 3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2050년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한 에너지 전환은 매우 더디기만 하다.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점차 없애 나가는 '탈화석', 즉 에너지 전환의 진척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은 8.1%로, 브라질(89.2%)이나 캐나다(68.8%), 독일(44.4%), 중국(30.6%), 미국(22.2%), 일본(21.6%)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2030년에는 21.6%로 높인다고 하나,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최근 제주에서 열린 사단법인 한국지역혁신연구원 주최 '제주 에너지 전환 아카데미' 강연에서 "세계 각 나라들이 지구평균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1.5도' 상승을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으로 잡고 탄소 중립에 나서고 있는데, 탄소 중립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의 선도적 역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제주도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율 19% 정도 되는데, 앞으로 제주도가 어떻게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느냐에 따라서 우리나라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강연에서 정태용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후위기가 세계 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자연재해 등 환경적 요인이 전 세계 최우선 과제가 되었는데, 기후변화 피해규모는 전세계 GDP의 1.6%, 2030년에는 3.2%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기후위기 및 탄소중립과 관련한 산업적 측면의 대응 필요성을 제기했다.
◇ '2035 탄소중립' 도전 선언...15년 빠른 2035년 배출량 '0' 만든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도에서 담대한 도전이 시작돼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선제적으로 '2030 탄소없는 섬 제주(CFI, 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 정책을 추진해 온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그린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 '에너지 대전환'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올해 5월1일 '2035 탄소중립' 도전을 선언했다.
제주도의 도전은 '에너지 대전환을 통한 2035 탄소중립 비전'을 통해 제시됐다. 오는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기반 에너지 대전환을 통해 탄소중립, 즉 넷 제로(Net-Zero) 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이행 계획과 맞물려 대한민국의 에너지 대전환 선도 지역인 제주에서 15년 앞서 탄소중립 에너지 사회를 구현, 기후위기에 대응한 '넷제로(Net-Zero) 제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제주가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선제적 도전은 의미있게 다가온다. 실제 제주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이 19.2%로, 전국(8.1%)에서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국내 최초로 그린수소 상용화 및 생산.보급.활용을 본격화하고 있고, 지난해 1월 에너지 대전환 로드맵을 발표한 후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국내 최초 공공주도 해상풍력 본격 추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른 최초 특화지역 지정 추진도 이뤄지고 있다.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선도지역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2035 탄소중립 비전은 '지속가능한 글로벌 탄소중립 선도도시 제주'를 목표로 하며, 4대 전략으로 △화석연료의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로 전환 △혁신적인 녹색산업 전환 및 성장 촉진 △생활 속 탄소중립 환경 조성 및 패턴 전환 △탄소중립에 대한 정의로운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 종전 '탄소없는 섬 2030', '에너지 대전환 로드맵'과 차이점은?
물론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에너지 전환 계획이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5월 발표된 제주도의 '탄소없는 섬 2030'(CFI 2030)은 사실 민선 8기 제주도정이 출범할 시점까지 제주도의 대표적 계획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지금의 '탄소중립 2035 비전'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CFI 2030 계획은 제주지역 내 에너지 자립모델로서 전력공급원을 재생에너지로,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전력.수송에 집중한 계획이라 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로만 전력 부분을 대체하는 것은 간헐성이라는 한계가 있고, 계통에 대한 부담으로 인한 출력제어라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간헐성은 바람이 불지 않거나, 해가 뜨지 않는 시간 등 일정한 에너지 공급이 어렵다는 것이다.
CFI 2030 계획의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한 것이 지난 해 1월 발표된 제주도의 '에너지 대전환 로드맵'이다. 이 로드맵은 전력 에너지의 생산.공급.활용 체계를 청정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하고 탄소배출량 저감의 가치와 당위성, 방향을 제시했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다.
이번 '2035 탄소중립 비전'의 에너지 대전환 시나리오는 구체적 모델링을 통해 목표연도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량 목표를 제시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
기존 CFI 2030 계획이 지역 내 에너지 자립모델로 만들어졌다면, 2035 탄소중립 비전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모델의 성격을 띄고 있다. 종전 전력과 수송 중심이던 재생에너지 생산은 발전.수송.산업.생활 등을 아우르는 '재생에너지+그린수소'로 확장됐다. 목표점도 다르다. CFI 2030 계획은 '탄소배출량 저감'이 목적이었다면, 2035 탄소중립은 '탄소중립 달성'이 궁극적 목표다.
한 마디로 2035 탄소중립 비전은 가정·상업용 난방 에너지를 비롯해 모든 대중교통과 대형 운송 수단, 도심항공교통(UAM) 및 선박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역사회 에너지원을 100%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로 활용한다는 탄소중립 에너지 대전환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전기차는 어디서나 전력망과 연결되고, 누구나 남는 전력을 팔고 살 수 있는 등 ‘에코 그린에너지 사회’가 제주에서 펼쳐지게 된다.
◇ 재생에너지 발전비율 70% 이상 확대...화력→ 그린수소 전환
넷 제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방법 및 실행계획도 제시되고 있다. 에너지 대전환 시 상쇄목표 온실가스량은 474만톤으로 제시됐다. 탄소중립은 탄소배출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상쇄를 통해 순배출을 '0'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2035년 제주지역의 탄소배출량은 총 600만 톤으로 추산되는데, 다방면의 저감계획을 통해 상쇄해도 470만 톤의 탄소가 남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순배출 ‘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로의 대전환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2035 탄소중립 비전에서 에너지 전환이 핵심으로 제시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계획에서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7기가와트 규모로 확대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70% 이상으로 높이고, 그린수소는 6만 톤 이상을 생산해 기저 발전을 화력에서 수소로 100% 전환한다는 구체적 계획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2026년까지 해상풍력 100메가와트 구축 △수전해시설 15메가와트 이상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중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풍력발전 150메가와트 추가 △축산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의 청정수소 자원화, 장기 프로젝트로는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수소 전소 발전 △수소 트램 및 항만 구축에 나선다.
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확충과 더불어 국가 정책에 발맞춰 탄소배출 저감에도 집중한다. 내연차량 등록을 규제하고 기존의 전기차 보급정책과 병행해 대형차량의 수소차 전환을 확대해 친환경차로의 전환 정책에 더욱 속도를 낸다.
아울러 정부와 협력하면서 △국가 연구개발(R&D) 실증사업을 통한 수전해 효율 향상으로 탄소저감 효과 3% 달성 △선박·항공 무탄소에너지 전환으로 탄소배출량 12.4% 감축 △내연차 등록 중단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해 수송 분야 에너지전환 가속화와 사양화 산업에 대한 정의로운 전환 대책 등도 추진한다.
전국 1호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통한 제주형 전력요금 특례를 발굴하고, 통합발전소(VPP) 운영으로 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면 새로운 전력시장이 열리고 에너지 기업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공업지역·농공단지·산업단지·항만 등 산업 분야에서도 그린수소·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집적화되도록 공간을 마련해 에너지 전환의 거점 및 산업 기반시설을 구축한다.
양재윤 제주특별자치도 혁신산업국장은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대전환은 반드시 이행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제주도의 이번 2035 탄소중립 비전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정책 등을 통해 정부의 무탄소 에너지 이니셔티브와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 목표 달성을 뒷받침하며, 에너지 선도기업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와 대한민국의 미래가 탄소중립에 달려있는 만큼 가장 먼저 시작한 제주가 가장 먼저 탄소중립 사회를 열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문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선도도시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홍식 제주특별자치도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제주대학교 교수)은 '탄소중립 2035'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제주의 강점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탄소중립 정책이며, 타 시도보다 10여 년 먼저 시작한 만큼 탄소중립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책의 추진, 모니터링, 평가 및 환류 등을 철저히 이행해 전국 최고의 탄소중립도시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도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은 사회 전 분야의 공동 노력이 필요한 계획”이라며 “203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도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과 취재협조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