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제주도 APEC 유치 또 다시 실패 '충격파'...지역사회 술렁
20년 만에 두전째 도전도 결국 '고배'...참담한 결과, 왜?
제주 홀대론 확산…정치적 판단, 의도적 배제 의구심도
오영훈 지사 "매우 아쉬운 결과"...김경학 의장 "분산개최 요청"
범도민추진위 "이해할 수 없어"...평가기준.결과 공개 요구
[종합] 제주특별자치도가 20년 만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 재도전에 나섰으나, 또 다시 실패로 끝나면서 지역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개최도시로 사실상 결정된 경주시에 축하인사를 보내며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으나, 지방정가와 도민사회 일각에서는 선정과정의 의문을 제기하며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인천광역시와 경주시, 제주도 등 3개 도시가 경합해 온 이번 유치전에서 제주도는 그동안 6차례에 걸친 정상회담 개최실적과 수많은 국제행사 경험을 갖고 있는데다, 국제 관광도시다운 숙박.회의시설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유네스코 3관왕의 세계자연경관 등의 메리트가 있어 최적지로 꼽혀왔다.
심사 과정에서 정치적 판단만 개입되지 않는다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그럼에도 제주가 평가에서 경주에 완전히 밀리면서 일각에서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의도적으로 배제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표출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제주 홀대론도 다시 확산되고 있다.
2005년 부산에 밀려 실패를 경험한지 20년 만에 재도전에 나섰지만, 또 다시 참담한 결과를 맞닥드리면서, 지역사회 충격파는 클 전망이다.
개최도시 선정위원회 회의의 표결 결과를 놓고도 말들이 많다. 선정위원 표결결과 경주시가 압도적으로 표를 얻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나오면서 지방정가가 표결 결과에 대한 진위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설령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 하더라도, 표결 결과는 제주도정과 지역 국회의원 등의 활동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오영훈 지사 "아쉬움 뒤로하고, APEC 성공 개최 뒷받침할 것"
이러한 가운데,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개최도시 탈락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매우 아쉬운 결과"라는 표현을 썼지만,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인천광역시와는 달리 경주시에 축하 인사를 전하며 선정 결과를 받아들였다.
오 지사는 "그동안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애써주신 범도민추진위원회를 비롯한 도민 여러분과 제주에 성원을 보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선도적인 탄소중립 정책과 최적의 정상회의 여건을 앞세워 APEC 유치에 나섰던 제주로서는 매우 아쉬운 결과"라고 말했다.
오 지사는 "그러나 우리는 APEC 정상회의 유치 과정에서 제주의 새로운 역량과 가치를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에 각인시킬 수 있었다"며 "특히, 135만 제주인의 열정을 한마음으로 응집했던 긍지와 자부심은 제주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주도정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민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담대한 도전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개최지로 선정된 경주시에는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라며 "경주와 인천을 비롯한 모든 지방정부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동반자이다. 제주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APEC 정상회의의 성공 개최와 대한민국의 빛나는 성장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입장문 낭독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의응답 요청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말 없이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갔다.
이를 놓고 제주도가 탈락한 이유에 대한 분석 내지 유치 실패에 따른 유감 표명 등 입장 없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입장만 밝힌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결과에 대한 불복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주시 및 경상북도를 벗어나는 행사 계획을 제시한 경주시가 APEC개최지로 선정된 것에 대한 외교부(선정위원회)의 설명을 요구할 필요가 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반면 함께 APEC정상회의 유치를 신청했다 탈락한 인천광역시의 경우 유정복 시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상회의 개최지가 경주시로 선정된 것은 부당한 결정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 시장은 "공모기준의 모든 항목에서 압도적으로 탁월한 인천을 두고, 전통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점을 높게 사 개최지를 결정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며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앞선 결정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모든 것을 꼼꼼히 살펴야 하고, 조만간 외교부 장관을 만나 신중하고도 현명한 결정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방정가와 범도민추진위원회에서는 아쉬움을 표하는 입장과 함께 의구심 표출도 이어졌다.
◇ 김경학 의장 "무척 아쉬움 남는 결정...장관회의 등 분산개최 요청"
김경학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은 입장문을 통해 "제주가 APEC이 추구하는 가치에 가장 부합한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최선을 다해왔기에 무척 아쉬움이 남는다"고 피력했다.
이어 "우리는 유치 과정을 통해 도민 통합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얻을 수 있었다"며 "한마음으로 결집했던 역량과 긍지를 자양분 삼아 더 큰 미래로 나아가야 하고,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며, 평화의 섬으로서의 가치를 널리 알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2025 APEC 정상회의는 비공식고위관리회의를 비롯해 분야별 장관회의, 고위관리회의 등 200회 이상의 회의가 개최된다"며 "철저하게 준비된 제주에서 분산 개최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정부에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 범도민추진위 "이해할 수 없는 결과...평가 기준.결과 투명하게 공개해야"
그동안 APEC 유치 활동을 주도적으로 펴 온 범도민추진위원회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추진위는 "70만 제주도민의 염원을 모아 APEC 정상회의 개최에 도전했지만, 도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는 APEC 정상회의 유치 목적과 기본 계획의 우수성, 국제회의 및 도시 여건, 정상회의 운영 여건, 국가 및 지역 발전 기여도 등 4가지 선정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며 "정부가 밝힌 선정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여건을 갖춘 도시는 바로, 제주"라고 강조했다.
또 "외교부의 평가 결과에 따르면 국가 및 지역 발전에의 기여도, 문화·관광자원 등의 분야에서 경주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며 "대규모 국제회의 인프라를 이미 충분하게 갖추었고 가장 다채롭고 독특한 자연·문화·관광 자원을 보유한 제주가 개최지로 선정되지 못한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APEC 선정위원회의 평가 기준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제주도민 사회의 의구심을 해소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민주당 제주도당 "제주 홀대, 의도적 배제 의구심...정부 해명해야"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입장을 내고, 이번 개최지 선정과 관련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개최지를 놓고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경쟁했던 제주도로서는 매우 아쉽고 안타까운 결과다"라며 "그간 지지와 역량을 결집해주신 제주도민과 도정에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경주의 개최지 잠정 결정은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항간에 떠돌던 소문들이 사실로 나타난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며 "윤석열 정부가 경주시장을 비롯해 경북, 부산, 울산 등 지역구 정치인 대부분이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점을 고려해 개최지로 경주를 이미 내정한 게 아니냐는 의혹들이 일찍부터 나돌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또 "제주가 개최지로 선정되지 못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제주 홀대, 민주당 제주도정에 대한 의도적 배제에 기인한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26차례 이상 개최한 민생토론회가 유독 제주에서만큼은 열리지 않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매번 비상식적인 결정으로 제주를 홀대하는 윤석열 정부에 제주도민을 대표해 해명을 요구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APEC 개최지 선정 배경에 정치적 야합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제주를 홀대하는 국정으로 상처받은 도민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외교부 "장관회의.고위관리회의, 인천.제주도로 분산 개최 건의할 것"
한편, 외교부 APEC정상회의 개최도시선정위원회는 지난 20일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제4차 회의를 열고 APEC정상회의 개최지를 경주시로 건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선정위원들은 제1차 회의에서 의결한 4개 개최도시 선정기준에 따라, 3개 후보도시인 경주시, 인천광역시, 제주도의 유치신청서, 현장실사단의 실사 결과, 제1~3차 회의 논의사항 및 지난 3차 회의에서 발표된 각 후보도시의 유치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개최도시 선정위원들은 그간의 토의 및 평가에 기반해 국가 및 지역 발전에의 기여도, 문화·관광자원 등 다양한 방면에서 우수성을 보유한 경상북도 경주시가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최적의 후보도시라고 다수결로 경주시를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로 건의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선정위원들의 표결 결과에 대해서는 별도 언급하지 않았다.
또 장관회의 및 고위관리회의(Senior Officials Meeting: SOM) 등 2025 APEC 의장국 수임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예정인 주요 회의를 이번에 선정되지 않은 인천광역시 및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분산 개최하는 방안도 건의할 것을 함께 의결했다.
향후 개최될 2025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에서 이 건의안을 확정하게 된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