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없는 제주들불축제 내년 첫 선..."빛과 조명으로 형상화"

2025 제주들불축제 기본계획 확정...오름불놓기, 미디어아트로 구현
달집태우기는 불 사용...캠핑장,  라이브커머스 등 축제공간 재설계
강병삼 시장 "제주 정체성, 생태 가치 지키며 시민참여 축제로 만들 것"

2024-06-20     원성심 기자

오름 불놓기 폐지로 일시 중단됐던 제주들불축제가 내년부터는 '불' 없는 축제로 재설계돼 다시 열린다.

제주시는 생태 가치를 높이고,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축제를 즐기면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내년 '2025 제주들불축제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기본계획은 공개 모집을 통해 다양한 연령층에서 총 96명으로 꾸려져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활동을 진행한 시민기획단의 제주들불축제 개선방안 및 새로운 기획 제안, 그리고 새로운 콘텐츠 발굴을 위해 진행됐던 전국 공모 결과를 반영했다.

내년에 첫 선을 보이는 '불' 없는 오름 불놓기는 빛과 조명 등으로 새별오름을 수놓아 불을 형상화하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캠핑장, 놀이 체험장, 라이브커머스, 불멍공간 마련 등 축제공간은 전면 재설계된다.

2025 제주들불축제 기본계획은 '제주를 대표하는 지속 가능한 축제’를 목표로 방향을 설정하고, 오름 불놓기 대안, 축제장 공간, 새로운 콘텐츠 등 3가지 추진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축제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더한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오름 불놓기를 대체하는 콘텐츠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름불놓기는 제주의 생태 가치를 존중하고, 현대적 감각으로 빛과 조명 등으로 새별오름을 수놓아 축제의 의미인 불을 형상화해 참여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로 했다.

보기만 하는 미디어 송출에서 더 나아가 미디어월을 활용해 참여자들의 희망 메시지를 송출하는 등 시민과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하는 방안도 기본계획에 포함됐다. 

달집태우기는 소규모 불로 축제의 정체성을 이어 나가면서 제주의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제주만의 이야기를 표현할 예정이다.

축제장의 전체적 공간은 새롭게 구성된다.

시민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즐기는 축제를 위해 주 무대 등 필수 공간을 제외한 축제 행사장을 시민참여 공간으로 재설계한다. 

축제 기간 내 축제장 일부를 캠핑 구역 등으로 설정하고, 락페스티벌 등 각종 체험놀이 공간, 푸드트럭과 라이브커머스 운영을 위한 공간도 제공한다.

시대 트렌드를 반영해 불멍, 해먹, 명상, 독서, 요가, 산책 등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축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을 효율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마지막 새로운 콘텐츠 발굴과 관련해서는, 제주 역사 자원 등 전통문화와 제주만의 이야기를 연계한 콘텐츠 개발로 공연, 놀이 프로그램을 재구성하는 내용을 제시했다.
  
제주의 문화인 돌담, 원담 그리고 민속놀이 등 즐길거리를 더해 제주의 전통과 슬기롭고 지혜로운 제주의 생활상을 축제장에 풀어 축제를 찾은 방문객이면 누구나 제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주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나간다.

이와 함께 지속 가능한 친환경 축제가 되기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다회용기 대여 및 세척 시스템 도입, 각종 홍보물을 QR코드로 대체하는 등 축제장 조성에서부터 플로깅 등 프로그램 운영까지 친환경적인 요소를 반영해 탄소 중립 의지를 구현하기로 했다.

내년 축제가 끝난 후에는 축제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하고, 시민과 전문가의 평가와 의견을 수렴하는 등 축제 전반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새로운 변화와 지속 가능한 축제의 가능성을 더욱 높여 나가기로 했다.

내년 축제 기본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한 강병삼 제주시장은 "제주의 정체성과 생태 가치를 지키고 시민참여 축제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축제 기본계획에 시민기획단의 논의 결과를 적극 반영했다"면서, “시민기획단이 보내주신 제주들불축제에 대한 애정과 열정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2025년 제주들불축제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첫해인 만큼 많은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해 제주들불축제에 대한 기대는 배가 되고, 축제에 대한 우려는 종식시켜 나가겠다”면서, “제주들불축제가 제주를 대표하는 지속 가능한 축제로 계속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애정 어린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1997년 시작된 '오름 불놓기', 결국 역사 속으로...

한편, 제주의 대표적 문화관광축제로 꼽히는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부터 개최돼 왔다. 제주 최대의 노동력이던 말과 소의 건강한 양축을 위해 방목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늦겨울에 불을 놓았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들불놓기(방애)와 새해 첫 정월대보름 액막이와 소원기원 의례를 관광·문화적 측면에서 재현한 축제다 

그러나 지난해 오름 불놓기 폐지가 결정되면서 축제는 중대 위기를 맞았다. 오름 불놓기 페지는 지난 해 3월 개최된 들불축제가 국가적 산불위기로 인해 '불'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전면 취소한 것이 발단이 됐다. 

각종 공연 및 줄다리기, 듬돌들기 등과 같은 경연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나, '불'이 빠진 '반쪽 프로그램'으로 축제의 의미를 강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주들불축제의

문제는 '불' 없는 들불축제가 작년이 처음이 아니라 종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수 있다는데 있다. 2022년에도 육지부 산불 재난상황으로 인해 들불축제가 전면 취소됐다. 1997년 처음 축제가 시작된 후 산불위험과 강풍, 코로나19 등으로 축제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사례는 8차례에 이른다. 이중 3번은 '불' 없는 축제로 진행됐다.  

여기에 제주도가 추진하는 기후 변화시대 탄소없는 섬 정책과 맞지 않은 축제라는 점도 존폐 논란을 달아오르게 했다.

결국  제주시는 지난해 숙의형 원탁회의 결과를 반영해 오름 불놓기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불 대신 빛과 조명을 활용, 내년에 첫 선을 새로운 방식의 축제에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평가가 어떨지 귀추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