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초토화 작전은 이승만과 주한미군의 합작품"

양조훈 전 4.3평화재단 이사장, 국회 학술대회에서 밝혀
"4‧3학살의 책임자 이승만기념관 꼭 세워야 하나"

2024-05-26     원성심 기자

민간인 대량학살을 초래한 제주4.3 초토화작전은 이승만 정권과 주한미군의 합작품이란 주장이 나왔다. 

지난 24일 국회 진선미 의원 등 5명의 국회의원과 크리스찬아카데미 등이 공동 주최하고 공공선 거버넌스(원장 강치원)가 주관한 원탁 학술대회에서 ‘제주4‧3학살과 미군정, 그리고 이승만정권’이란 주제로 발제한 양조훈 전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제주4.3 초토화작전의 책임 주체를 분명히 했다. 

양 전 이사장은 "초토화작전은 1948년 10월 17일 송요찬 9연대장의 ‘해안선 5km이외 지역 통행시 폭도배로 인정, 총살하겠다’는 포고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배후에는 이승만 대통령과 주한미군사고문단장인 로버츠 장군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승만 대통령이 1948년 11월 17일 제주지구 계엄령을 선포, 이 초토화작전을 지원했고, 제주도민들에게 ‘악몽같은 존재’인 서북청년단을 제주에 파견하는 데도 앞장섰다”고 밝혔다.

1948년 12월 6일자 미군 정보보고서에 기록된 ‘대통령과 내무장관의 협의아래 서청 단원 6,500명을 한국군에, 1,700명을 경찰에 배속시켰다’는 자료를 인용한 양 전 이사장은 이렇게 급조된 ‘서청부대’들이 제주에서 만행을 저질렀다고 언급했다.

1949년 1월 국무의회에서 제주사태 등을 ‘가혹하게 탄압하라’고 지시한 이승만 대통령은 그 전제로 ‘미국의 원조를 적극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혀 미국과의 연계성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1949년 4~5월 사면정책을 믿고 하산한 사람들을 불법적인 군법회의에 회부해 사형, 무기징역 등 중형을 내렸고, 이승만 대통령은 이들 249명에 대한 사형 집행을 재가하면서 시신을 가족들에게 인도하지 않고 암매장시켰다가 60여 년 만에 제주공항 활주로 부근에서 발굴되는 아픈 역사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양 전 이사장은 미군정의 실책이 4‧3 발발의 한 요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초토화작전의 근간인 ‘해안선 5km 이외 지역 토벌’도 미군 장교의 발상에서 비롯되었고, 실제로 초토화작전은 ‘제주작전의 수정’을 요구한 주한미군사고문단장 로버츠 장군의 지시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송요찬 연대장을 ‘강인하며 용감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우며 제주에 파견한 장본인도 바로 로버츠 장군이었으며, 그는 제주도 중산간이 초토화된 1948년 12월 “송요찬 연대장이 대단한 지휘력을 발휘했고, 이런 사실을 대통령 성명 등을 통해 널리 알리라”고 한국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시 초토화에 사용한 장비, 무기, 총알 한 알까지도 국방부 미군 고문관의 사인(sign)이 있어야 지원되었다고 덧붙였다. 

양 전 이사장은 “이 사건을 되돌아보면, 여러 국면에서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미군과 이승만 정부는 제주지역의 독특한 역사와 지역 주민의 정서를 무시한 채 오로지 물리력을 앞세워 강경 진압에 나섬으로써 2만 5천~3만 명의 민간인들을 희생시키는 유혈극을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제주사태가 1954년 한라산이 개방될 때까지 7년 7개월동안 진행된 점을 상기한 그는 “엄청난 물리력을 동원해도 지역 민심을 얻지 못했을 때는 쉽게 제압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면서 “이같은 뼈아픈 교훈은 그후 베트남전쟁 등 세계 도처에서 재연되었음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고 역설했다.

양 전 이사장은 현재 추진 중인 이승만기념관 건립사업과 관련, “그럼에도 이렇게 큰 과오를 저지른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라고 추앙하며 추진할 것인가”고 되묻고 “강행된다면 그의 공로 못지않게 과오도 공정하게 언급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원탁 학술대회는 ‘민주주의의 위기와 회복: 파시즘과 포퓰리즘’이란 주제 아래 독일 보훔 루르대학교 국제담당인 트라우고트 예니켄 교수의 기조강연, 각계 전문가 20명의 5개 분과 토론 발표,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채수일(크리스찬아카데미 이사장) 최성만(이화여대 명예교수), 심광섭(전 감리신학대 교수), 박명림(연세대 교수), 양조훈 전 이사장 등이 각 분과의 좌장을 맡아 신학, 사회과학, 문화와 역사, 국제정치, 우리 역사와 파시즘에 대한 주제발표와 참석자들간 토론이 이어졌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