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국가트라우마센터, 제주4.3 '분원' 논란..."이럴 거면 멈춰야"
행안부, 국가폭력트라우마센터 제주 설명회
성난 4.3유족들 "규모.기능 축소 우려...'본원' 필요"
제주4.3트라우마센터가 시범운영을 끝내고 국가기관의 '분원' 형태로 설치된다는 소식에 제주4.3희생자들이 반발하며 별도의 본원 설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13일 오전 나라키움 제주마루 2층 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 설명회를 개최했다.
행정안전부와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동 주최한 이번 설명회에는 제주4.3트라우마센터를 이용하는 4.3유족과 서귀포시 강정마을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유족들은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의 본원이 광주에 설립되고, 제주에는 분원이 설립되는 것에 대해 규모와 기능 축소 우려 등 문제를 제기했다.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부회장은 "최초 4.3유족들이 (트라우마센터에 대해)생각했던 것과 방향이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국립으로 운영되면 예산과 인력이 늘어나 많은 이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규모 축소와 제대로 된 승계가 이뤄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양 부회장은 또 "서울대학교도 국립이지만, 제주대학교도 국립인 것처럼 제주도나 영남, 호남 등에 권역별로 센터를 설치하고, 서귀포시 처럼 기초 단위에 분원을 설치하는 형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립 센터가 된다면 조직이 확대되고 역량이 강화됐으면 하는데, 광주 본원에는 연구와 지도, 조사, 상담, 치료, 재활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제주 분원은 상담과 프로그램 운영만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광주 5.18의 경우 희생자는 167명이지만, 제주4.3은 공식 희생자만 1만5000명이 넘는다. 제주도 희생자가 100배 이상 많은데 왜 제주가 분원인가"라고 항의했다.
한 4.3 생존희생자도 "트라우마센터가 4.3에서 비롯돼 탄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가에서 운영해 주는 것은 좋은데, 광주가 본원이고 제주가 분원인 것은 이해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광주 트라우마센터와 제주트라우마센터를 별도로 설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다른 4.3 유족도 "일단 (국립센터 분원 개소를)멈추고, 지금 그대로 가다가 규모가 커져 국립다운 국립 센터가 된다면 그때 개소해야 한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또 "어르신들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지역 인재가 필요하다. 4.3에 대해 아는 직원과 모르는 직원의 서비스는 천지차이가 될 것"이라며 "직원들도 그때 지역 인재를 채용해 (4.3희생자)어르신들을 치유할 수 있는 직원들이 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한 4.3유족회 관계자도 "제주도 트라우마센터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은 없겠는가"라며 "광주와 제주의 수혜자의 인적 구성이 다르다. 제주도에 본원을 만드는 것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트라우마치유센터법에 따라 광주에만 본원을 설치할 계획이었다"라며 "그런데 제주도에서 본원이 설치될 때 제주에도 같이 운영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면서, 제주도 분원을 함께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주도 본원을 별도로 설치하려면 법률 자체를 바꿔야 한다"라며 "제주에 분원 설치된다고 홀대하는 것은 아니다. 규모도 축소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차호준 트라우마치유센터 원장은 "분원과 본원이 어감도 다르고 할 일도 다르다"라며 "제가 보기에도 제주와 광주는 상황이 다른 측면이 많아 독자 설립을 하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은 들지만, 국가가 지원하기 위해서는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 원장은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국회의원들과 제주도민, 전 국민들이 '(제주트라우마센터 설립이)타당하다'는 의식이 확산돼야 한다"라며 "지역에서 의견을 모아주시고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별도 제주센터 건립)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제주센터 운영에 있어 제주가 가진 독립성.독창성 살리는 방향으로 운영하려 한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게 낫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들을 설득해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거듭 "(트라우마 치유)기관을 설립한다는 것 자체가 '국가가 끝까지 책임을 지고 이 사업을 끝까지 하겠다'라는 뜻"이라며 "이제 직원분들도 1년짜리 단기 계약이 아니라 정규직원으로 채용해 조금 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성된 치유센터는 국가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의 심리적 고통을 치유하고 건강한 삶의 회복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행안부는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성 및 광주시의 유치 의사 등을 고려해 본원의 위치를 광주시로 확정하고, 총 107억 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3층(연면적 2224㎡) 규모로 올해 4월 준공했다고 밝혔다.
제주도와 행안부는 5.18과 제주4.3의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상처를 보듬고, 심리 회복 지원을 위해 국립국가폭력치유센터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앞으로 5월과 6월 준비기간을 거쳐 7월부터 정식 개소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가트라우치유센터 설립계획이 전해진 후 제주사회가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제주4.3 희생자 및 유족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제주4.3트라우마센터의 국가기관 승격은 독립기관 형태가 아닌 '분원'으로 설치하기로 최종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도 10일 방송 대담에서 "저는 기본적으로 광주가 본원이 되고 제주가 분원이 되는 것은 그건 상식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정부의 결정에 강한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이사장은 "제주4.3은 지금 공식적 희생자만 1만5000명 가량 된다"면서 "이는 광주 희생자와 비교해도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인데, 제주 트라우마센터, 광주 트라우마센터, 이렇게 각각 독립적 기관으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