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들녘 뒤덮는 태양광 개발, 왜 지켜만 보나
[데스크논단] 잇따른 대규모 태양광 사업, 득인가 실인가
나무 수만그루 잘라내며...'신재생에너지' '온실가스 저감' 위해?
초대형 개발, '난개발 방지' 위해?...'친환경의 역습' 재앙의 시작
신재생에너지라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태양광 개발사업. 시민의 삶에는 정말 득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재앙의 시작일까.
제주도내 곳곳에서 대단위 태양광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주 들녘이 온통 태양광 패널로 뒤덮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땅과 바다 할 것 없이 곳곳에 세워지는 풍력발전단지로 인해 환경성 논란이 큰 상황인데, 엄청난 규모로 밀고 들어오는 태양광 사업은 정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제주에서 태양광발전 사업은 최근 몇 년사이 소규모 단위 개발이 우후죽순으로 크게 이뤄져 왔다. 지난해부터는 대단위 사업들이 연이어 추진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의 용량 자체가 대규모일 뿐만 아니라,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는 사업 면적도 거대하다.
최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 133번지 일대에서 공사가 시작된 태양광발전사업만 하더라도 그렇다.
사업부지 면적만 마라도 면적(약 30만㎡)의 두 배 가까운 53만㎡에 달한다. 이 중 원형보전지역으로 돼 있는 12만9701㎡는 제외하더라도, 자그마치 40만1613㎡에서 개발이 이뤄진다.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는 면적만 22만5202㎡라고 한다. 발전설비 용량은 총 48.5MW이다. 사업에 참여한 업체별 개발규모를 보면 △㈜아시아그린에너지 태양광발전소 9만2872㎡ 20MW △가시리사랑(주) 태양광발전소 4만4110㎡ 9.5MW △서귀포사랑(주)태양광발전소 4만4110㎡ 9.5MW △표선발전태양광(주) 태양광발전소 4만4110㎡ 9.5MW이다.
사업자는 오는 12월31일까지 공사를 하고, 내년부터 본격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가시리 일대 산림 훼손은 물론 경관 훼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수 많은 나무들이 베어지고, 숲이 파괴되면서 식생에도 심각한 영향이 있을 것이란 지적들은 기우가 아닌 현실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규모 개발 회오리에 휩싸인 곳은 이곳 뿐만이 아니다.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일대에는 가시리보다도 갑절 큰 메머드급의 태양광발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 수망태양광발전시설 조성사업'은 환경영향평가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지난 해 10월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개발사업 시행승인 고시가 이뤄졌고, 이제 착공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제이원 주식회사가 시행하는 이 사업은 총 1391억원을 투자해 남원읍 수망리 산 166번지 임야를 비롯해 총 20필지 233만7352㎡에서 10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원형보전지 157만 여㎡를 제외하더라도 실시계획면적이 76만 6873.3㎡에서 개발이 이뤄진다. 태양광 패널 등의 공작물이 설치되는 면적만 44만4634㎡에 이른다.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제시된 내용을 보면, 수망사업 지구에는 지하수자원보전지구, 생태계보전지구, 경관보전지구 1~4등급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고, 생태 자연도 역시 1~3등급이 편입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와 멸종위기종인 새매, 애기뿔소똥구리, 으름난초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문제는 이 사업을 위해서는 실시계획인가를 받은 마라도의 두배가 넘는 산림지대(76만 여㎡)가 파헤쳐진다는 점이다. 이 일대의 나무 수만 그루도 베어내야 할 것으로 전해진다. 환경영향평가 심의당시 나온 내용만 보더라도, 이 사업 시행을 위해 무려 3만8185그루의 나무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산림지역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 아니라, 자연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란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대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이 민선 8기 제주도정의 탄소없는 섬 정책의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맥을 같이한다는 점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개발사업 시행 승인 고시에 적시된 수망 태양광사업의 사업목적은 "태양광 전기공급설비 도입으로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저감과 집약적 개발로 난개발을 방지하고, 지역 주민 소득향상에 기여"라고 돼 있다.
언어도단이고, 참으로 황당한 궤변이 아닐 수 없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하는 사업인 것처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사업 목적의 내용이 진정이라면, 미세먼지를 줄이고, 온실가스를 저감할 목적이라면 이 사업을 중단하고,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심는게 옳지 않은가. 수십만 제곱미터의 산림지대를 파괴하고, 나무 수만 그루를 잘라내는 것 자체가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것이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저감에 역행하는 처사 아닌가. 이 사업의 목적은 사업 시행자의 '영리 추구', 즉 돈벌이 목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난개발 방지'를 위해 집약적 개발을 하고 있다는 설명도 그렇다. 엄청난 규모의 산림을 파괴하는 '최악의 개발'을 추진하는 장본인이 '난개발 방지'의 전도사인 것처럼 흉내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난개발을 걱정했다면, 이 사업을 지금이라도 중단하고 자진 철회하는 것이 옳다.
제주도정의 처신도 이해하기 어렵다. 고시하는 내용에 있어 사업 목적 등을 그대로 게재하는 것은 사업자의 기만적 행위에 동조하는 것이다.
대규모 태양광 개발은 가시리와 수망 외에도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남원읍 내에서도 위미(18.1MW)에서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난개발 억제를 위해 집약적 개발을 한다는 논리의 모순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무심기는 왜 하고 있는가. 한편에서는 미세먼지 저감과 기후위기 대응이라며 나무심기를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수만 그루씩 잘라내는 사업을 하고 있으니, 황당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태양광 발전사업 관련 인허가권이 소규모(3MW 미만) 사업은 제주도에서 갖고 있으나, 3MW를 넘는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갖고 있어 제주도정이 전체적으로 사업을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대규모의 사업의 경우에도 환경영향평가절차라는 것이 있다. 제주도정에서 즐겨쓰는 말처럼 '제주도의 시간'이 부여돼 있다.
그럼에도 대규모로 추진되는 태양광 발전사업에 아무런 통제도 하지 않고 그저 지켜만 보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사실상 난개발에 대한 '동의'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태양광 개발이 현재 제시된 사업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주도에서 추진되는 태양광 규모는 1638곳에 544.7MW에 달한다. 이 엄청난 규모의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제주도가 얼마나 파헤쳐질지 걱정이 절로 나온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태양광 발전사업. 이미 그 적정선을 넘은 듯 하다. 태양광의 발전용량을 늘리면 늘릴 수록 제주도의 산과 들녘은 그만큼 파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를 좇다가 제주도 산림이 거덜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친환경'의 역습이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