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이 설치해놓고는...'불법'이라며 이용자 내쫓고 한밤중 철거
제주시, 노인회 이용 애향운동장 쉼터 가건물 강제 철거
"화재 등 안전사고 위험 불법 건축물"...애당초 왜 지었나?
제주시가 노인들의 경로당 장소로 사용하고 있는 제주시 애향운동장 서측 체육공원 내에 위치한 쉼터 가건물을 한밤중 전격 철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는 "지난 3일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불법 건축물인 쉼터 철거를 완료했다"고 6일 밝혔다.
철거 이유는 화재 등 안전사고 위험이 큰 불법 건축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성협 제주시 체육진흥과장은 "이용자들이 겨울철 난방기구 등을 자체 구비하면서 화재 위험 등 안전사고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채 현재까지 불법건축물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또 "바둑·장기 등을 위한 쉼터가 사행성 도박·음주·흡연 등으로 인해 이용 목적이 변질되고 있으며, 최근 운동장 이용자들의 불편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관리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며 철거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련의 상황을 보면, 해당 쉼터 가건물의 철거 필요성은 인정된다 하더라도 제주시 당국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정행위가 발단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는 현재의 가설쉼터는 애당초 제주시 당국이 지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가설 쉼터는 지난 2013년 정자 형태의 쉼터를 조성할 목적으로 56.1㎡ 규모의 경량철골조로 지어졌다. 설치한 주체는 제주시 당국이었다.
이후 이곳을 주로 이용하는 노인들이 추위와 비바람을 막게 해 달라고 요청하자, 시설보강을 하면서 벽체 등을 만들었다. 제주시 당국이 '불법 건축물'을 설치한 것이다.
가건물이 완성되자 이곳을 이용하는 노인들은 겨울철 난방기구 등까지 구비해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이곳을 이용하는 여러 지역의 노인들을 중심으로 해 임의적 노인회까지 구성되면서 경로당 용도로도 활용됐다.
그러나 제주시 당국의 설명처럼 화재 위험 등의 문제가 크게 제기됐다. 정식 건물이 아니라, 임시 가건물이기 때문에 소방시설도 갖춰지지 않았다.
결국 제주시는 지난 5월 이 건물을 철거하기로 했으나, 이용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철거시점을 11월로 늦추면서 한 차례 유보했다.
제주시 당국은 이용자들은 철거 직전에 물품 등을 자진해서 옮겼다고 했으나, '한밤중 철거'는 다분히 충돌없이 기습적으로 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제주시 당국의 책임 회피성 입장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제주시는 이날 "철거를 완료했다"는 브리핑을 하면서 '불법 건축물'의 안전성 문제를 강조하는 한편, '불법 건축물 사용'의 책임을 이용자들에게 전가하는 화법을 구사했다. 행정기관의 귀책사유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 언급하지 않았다. 사과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불법 건축을 만든 것도, 확장한 것도 제주시 당국이지만, 애꿎은 이용자들만 '불법'의 주체로 둔갑시키며 내쫓는 묘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