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 복개시설 정비사업 '난항'...주민들 "확실한 대책 내놔야"

재해정비사업 5차 주민설명회, 개선대책 제시했으나...'이견' 분출
'교통흐름.주차장 대안' 최대 쟁점...주민들 "이 정도론 안돼"
시공업체 "소음.진동 최소화 공법"...일부주민 험악한 분위기 눈살

2023-08-22     윤철수 기자

태풍이 내습할 때마다 범람 위험이 제기됐던 제주시 한천 일대의 재해예방을 위해 복개구조물을 걷어내는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나,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계속적으로 표출되면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당초 올해 4월 착수할 예정이던 1단계 공사는 상당기간 늦어질 전망이다.

제주시는 22일 저녁 용담2동주민센터에서 '한천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 3월 4차 주민설명회를 개최한데 이은 다섯 번째 자리다.

지난 4차 설명회 당시 제기됐던 문제점과 의견들을 반영한 보완 계획이 제시됐지만, 참석한 주민들의 대체적인 평가는 여전히 '미흡'이었다. 재해예방을 위한 조속한 정비공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공사로 인한 주변 교통 영향성 등에 대한 분석 및 대안 제시가 부족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대체 주차공간 확보와 교통 대책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는데,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분출되면서 합의점 도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 한천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은?

이 사업은 2021년 3차례에 걸쳐 진행된 주민설명회, 행정안전부 사전협의 및 경관 심의, 관계기관 협의, 그리고 지난해 행안부의 중앙사전설계 검토 및 제주특별자치도의 건설기술심의를 거쳐 공사계획이 확정됐다. 

사업 대상지역은 한천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4만6556㎡를 대상으로 한다.

이중 사업비 400억원을 투입해 용문로터리에서 용연다리까지 344m 구간을 덮고 있는 복개구조물을 모두 완전히 걷어내는 공사가 진행된다. 1994년 설치된 한천 복개 구조물이 29년만에 완전히 철거되는 것이다. 철거되는 상판 구조물의 폭은 36m에서 최대 45m에 이른다.

용문로터리 동쪽의 한천교와, 제2한천교 두 교량도 철거후 다시 가설된다.

복개 구조물 철거 후 하천 가장자리에 '반복개' 구조물을 재가설해, 상한선과 하행선에 각각 차량 일방통행 도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일방통행로 옆에는 노상주차장 117면을 조성한다.

공사는 (주)한반도건설과 우현종합건설(주)에서 맡는다. (주)건화와 (주)제이피엠, (주)동일기술공사가 건설사업관리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공사기간은 올해부터 2026년 12월31일까지이다. 당초 지난 4월부터 추진될 예정이던 1단계 공사는 내년 3월까지 한천교와 제2한천교 재가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2단계는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한천교 북측 및 제2한천교 북측 구간을 재가설하는 공사가 이뤄진다. 3단계는 2025년 4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용한로 좌측(용담2동) 정비공사, 4단계는 2026년 2월부터 12월까지 용한로 우측(용담1동) 정비공사가 각각 진행된다.

이번 복개구조물의 전면 철거가 결정된 것은 복개 구조물을 받치고 있는 수백 개의 교각이 물흐름을 방해하고 나뭇가지와 이물질이 쌓여 태풍 내습 시 하천수가 역류해 침수 피해를 불러왔다는 판단 때문이다.

2007년

실제 한천에서는 지난 2007년 태풍 나리가 내습할 당시 하천물이 도로로 역류하면서 한천교량 및 곳곳의 복개구조물이 파손되고 차량 201대가 파손됐고 주택 70동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2016년 태풍 차바 내습 때에는 한천교 교량에서는 피해가 없었으나 하류쪽 복개구조물에서 하천물이 범람해 차량 20대와 주택 13동이 침수된 바 있다.

이 일로 인해 이 사업의 시급성에 대한 주민 공감대는 크게 형성됐다. 그러나 공사 개시를 앞두고 지난 3월 이뤄진 4차 주민설명회에서 지역 주민들은 계획의 미비점을 대거 지적하면서 '선(先) 개선'을 요구했다. 

◇ 쟁점 '진동.소음, 주차대책, 교통대책' 개선은?

이번 5차 주민설명회에서 감리업체 및 제주시 당국은 4차 설명회 때 주민들이 제시했던 쟁점 사항에 대한 개선대책을 설명했다.

공사로 인한 하천 주변 건물의 소음.균열 등의 우려에 대해서는 주변 건물에 대한 사전 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앞으로 주기적으로 균열 및 진동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구조물 철거시 진동 및 소음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저소음 및 무진동 기계를 이용해 천공 및 컷팅 등을 하는 C.I.P공법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복개천 구간 철거로 인한 주차대책과 관련해서는 당초 후보지로 언급됐던 제2한천교 인근(율곡어린이집 방향)이 아니라, 용연교 동측에 위치한 부지에 대체 주차장을 확보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사 전후 교통대책과 관련해서는 도로교통공단, 경찰청, 자치경찰단, 제주시 교통행정과 등 합동으로 점검을 실시해 개선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형차량 통행제한을 검토해 달라는 주민들 지적에 대해서는 공사기간 4.5톤 초과 및 대형버스 통행 제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주차대책과 교통대책이 구상의 수준에서 제시된 것에 대해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주민은 "용연교 동측 대체 주차장을 하더라도 용담2동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면서 "자칫 (복개천 공사로 인해) 용담2동 전체가 차량 흐름이 완전히 막힐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용연교 확장공사가 먼저 이뤄져 교통을 원활히 한 다음 (한천교) 공사가 진행돼야 하는데, 지금 계획없이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확히 용연교 공사 계획과 주차장 계획을 확실히 마련한 후 주민들과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

교통 흐름에 대한 설명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4차 설명회 때 주민들은 "지금도 탑동에서 화물차와 트레일러 등이 많이 올라오면서 현 2차로도 혼잡한데, 이들 차량을 용담사거리쪽으로 좌회전 시키거나 용한로로 우회전 시킨다면 용담지역 교통은 완전히 마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항 부두 및 탑동에서 동한두기 입구를 거쳐 용문로터리 방향(용한로)으로 향하는 차량들은 현 복개구역(공사 후 일방통행로 지정)에 진입할 수  없도록 돼 설계돼 있는데 따른 것이다. 현 제주시농협(용담지점) 사거리에서 용담사거리 방향으로 좌회전을 하거나 용두암(서초등학교.사대부고 방향) 쪽으로 우회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5차 설명회에서 이러한 우려에 대한 대안 내지 개선방향은 정확히 설명되지 않았다. 

하천에 인접한 한라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지금도 대형 차량들 통행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고, 불안감과 고통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사 또는 차량 통행으로 인한 피해대책을 호소했다. 하천주변 소음이나 미세먼지 현황 등을 LED 전광판을 통해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주민의 경우 "저류지만 잘 관리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복개구간을 철거하는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형태 제주시 안전교통국장은 "교통부서와 주차부서, 자치경찰 등과 협의하여 주차 대책과 교통 대책을 확실히 마련하겠고, 대형차량 통행제안에 대해서도 빠른 시일 내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용연교의 경우 이번 국비사업에 포함되지 않아 빠진 것인데, 앞으로 예산이 확보되면 바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천
한천

◇ 설명회 막바지 돌발적 상황...일부 주민 험악한 분위기 조성 눈살

한편, 이날 주민설명회에서는 막바지 돌발적 상황도 발생했다.

하천 인접 건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진동과 소음 피해 문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자, 지역에서 활동하는 모 인사와 정비사업 반대의견을 표명했던 한 주민은 해당 주민에게 격하게 면박을 주며 발언을 제지시키면서 설명회장은 일순간에 험악한 분위기로 변했다.

이 일로 인해 순조롭게 진행되던 설명회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그대로 종료됐다. 인신 공격성으로 비춰질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확실한 제지도 못하고 설명회를 끝낸 제주시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막아섰던 주민 2명은 한 마디 사과도 없이 그대로 설명회장을 빠져나갔다. 발언을 제지 당한 해당 주민은 "하천 인접 건물에 사는 주민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줄 아느냐"면서 울분을 터트렸다. 

용담1동 지역 5차 주민설명회는 23일 오후 6시30분 열릴 예정이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