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제주4.3왜곡.명예훼손 처벌, 입법취지 타당하나..."
행안위 검토보고..."왜곡 기준 불명확, '표현의 자유' 고려해야'"
최근 제주4.3희생자 및 유족을 모욕하는 비방이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이들을 처벌하기 위한 제주4.3특별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가운데, 국회에서도 부정적인 입장이 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헤드라인제주>가 입수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제주4.3특별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이 개정안의 입법취지는 타당하다"면서도 4.3을 부인하거나 왜곡하는 행위에 대한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제주시갑)이 대표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제31조 벌칙조항을 개정해 '희생자, 유족 또는 유족회 등 제주 4.3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해 희생자와 유족의 권익 보호를 보다 구체화했다.
이에 대해 행안위 전문위원은 "부인 또는 왜곡 행위에 대한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수범자가 어떠한 행위가 처벌대상이 되는 부인·왜곡행위인지 알기 어렵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며 "역사적 사건에 대한 주관적 인식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인의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개정안은 형벌 도입을 통한 명예의 보호 대상으로 희생자, 유족 및 유족회 등 제주4·3사건 관련 단체를 명시하고 있다"며 "판례는 법인의 경우 명예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법인격을 보유하고 있지 아니한 단체에 대해서는 ‘법에 의하여 인정된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고 통일된 의사를 형성할 수 있는 단체’의 경우에 한하여 명예의 주체가 된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개정안과 같이 규정되더라도 실제 법 적용에 있어 법원이 유족회 등 단체의 명예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면이 있으며, 이 경우에는 희생자 및 유족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에 대한 판단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개정안은 유족회 이외의 제주4·3사건 관련 단체의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벌칙을 규정하고 있으나 제주4·3사건 관련 단체의 범위가 불명확한 면이 있으므로 벌칙규정의 도입과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위원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부정·왜곡 등에 대한 입법적 조치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 사례를 제시하며,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5.18특별법 신설규정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는지를 불문하고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람에 대해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조각사유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허위사실 유포 행위가 예술·학술, 연구·학설 등을 위한 것인 경우에는 처벌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정보통신망의 이용, 전시물·공연물의 전시 등 허위사실 유포의 방법을 구체화했다.
전문위원은 ‘희생자 또는 유족을 지원한다는 명목 아래 영리를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하거나 단체적인 활동 또는 개인적인 활동을 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수준을 상향하는 것과 관련해 "금지된 영리행위를 영위한 경우에 부과되는 타법의 법정형 수준을 참고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편 한 장관은 지난 14일 제주를 찾은 자리에서 '개인적인 입장'을 전제로 “어떤 사안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면서 “과도한 역사적 평가에 대해서 비난하고 정화하는 시스템이 이뤄지는데, 이렇게 평가하지 않고 저렇게 평가했을 때 형사처벌까지 간다고 하는 것은 극단적인 방식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지 않나"라며 "우리가 역사의 질곡에 걸쳐서 여러 가지 지금 역사적인 판정 역사적인 판단이 이루어진 많은 사안들, 그리고 아픔을 겪었던 사안들이 있는데, 그 하나하나 전부 역사적 평가에 반하거나, 그에 대해서 사실 모욕이라는 게 좀 애매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